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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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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의 마켓워치]<21>弱달러와 증시랠리 얼마나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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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훈의 마켓워치]<21>弱달러와 증시랠리 얼마나 이어질까
    <21>弱달러와 증시랠리 얼마나 이어질까
    이정훈 기자 2020.08.0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뉴욕증시 상승랠리가 버블이라고요? 지금 시장이 오르는 건 기업들이 이익 증가세를 보이고 향후 실적 전망도 양호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로 인해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크고 그 배후에는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선택이 있었을 겁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증시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하세요.”펀드매니저 출신으로 투자관련 작가로, 또 방송 투자전문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짐 크레이머는 얼마 전 자신이 미국 CNBC에서 진행하고 있는 <매드 머니(Mad Money)>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특유의 독설과 강한 어조로 유명한 그는, 바로 전날 같은 방송사의 다른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뉴욕증시는 버블 상태이니 미국 주식 투자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제러미 그랜텀 GMO 공동설립자를 겨냥해 이렇게 반박한 겁니다. 연준은 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 결과물로서의 달러 약세가 미국 기업 이익을 늘려주고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으니 이게 왜 버블이냐는 것이죠.실제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3월 중순 코로나19가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으로 확산되자마자 3주만에 9%나 폭등해 102.99까지 올라갔지만, 이후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현재 93선 안팎이니 넉 달여만에 고점대비 10%나 폭락한 겁니다. 특히 7월 한 달간 5%나 하락하며 최근 10년만에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미국 달러 가치가 7월 한 달간 5%나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10년 이후 10년 만에 기록한 월간 최대 낙폭이었다.흥미로운 건 달러화 약세가 과하다 보니 주식 외에 다른 자산 가치도 동시에 뜨고 있다는 겁니다.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투자자산으로 부각되며 금(金)이 역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했고 은(銀) 가격 또한 덩달아 급등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을 가진 비트코인 마저 다시 1만2000달러에 육박하며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이제 미국 달러화가 대세 하락국면에 진입했느냐를 두고 시장에서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형국인데요. 달러 약세가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가를 점쳐 보려면 우선 지금까지의 달러 약세 원인을 파악해야 할텐데요. 코로나19가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재확산하면서 미국 경제 회복세가 서서히 정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실망감이 있고 그로 인해 연준의 통화부양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실제 최근 나타난 달러화 약세 가운데서도 미 국채금리는 오히려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있습니다. 이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당분간 의미있는 회복세를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며, 이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다 쓸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죠. 아울러 금과 은, 비트코인 랠리가 입증하듯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는 것도 원인입니다. 계속된 연준의 돈 풀기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취약한 미국 정치 등이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약화시키거나 심지어 상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를 낙마시키기 위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이 만들어내는 국내외적인 잡음이 그런 우려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죠.이 때문에 지난 2011년부터 이어진 유로존 재정위기에서도 분열했던 유럽 마저도 7500억유로(원화 약 1060조원)의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조성에 합의하며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마당에 미국 의회와 정치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달러대비 유로 가치가 7% 급등한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이는 유로화가 출범한 이후 월간으로 최대 상승폭이었습니다.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는 최근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저평가돼 있는 반면 무역가중환율 기준 유로 가치는 역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해 있다.이제 관건은 이같은 달러 약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이는 선진국을 대변하는 주요 10개국(G10) 통화와 이머징마켓 통화로 나눠서 살펴 보는 게 유용할 듯 합니다. 일단 G10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 2014~2015년 큰 폭으로 상승한 뒤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에서 기인한 건데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최대한의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패턴이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실제 달러대비 유로화 환율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최고치에 비해 한참 못미치지만, 무역가중 환율 기준으로는 지난 2008~2009년 고점에 거의 육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유로화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보면 미국은 코로나19 쇼크에도 불구하고 2008년 당시보다 10% 이상 높지만, 독일은 2008년 수준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보다 2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처럼 디플레이션 리스크 측면에서 미국보다 유로존이 훨씬 더 불리하기 때문에 유로 가치 상승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머징마켓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는 2014~2015년 큰 폭 상승 이후 정체되다가 작년에 10% 이상 또다시 가파르게 뛰었습니다. 작년에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자원이 많은 신흥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은 탓이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부양책을 펴며 국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던 반면 최근엔 인프라 투자가 없어 달러화 약세가 이머징 통화 반등에 제한적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더구나 최근 대규모 투매(sell-off)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여전히 이머징 통화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인데요. 달러대비 중국과 동아시아 통화 가치가 크게 뛴데 반해 브라질과 칠레, 터키와 이집트,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 등 통화 가치는 여전히 부진한 것이 원인입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레바논, 에콰로드 등이 이미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고, 무디스에 따르면 신흥국 투기(정크)등급 회사채 가운데 13.7%가 내년 3월까지 디폴트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라 달러는 이머징 통화대비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투기세력들의 달러 숏(매도) 포지션이 역사상 최대치까지 늘어나며 달러가치가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아울러 최근 커진 달러화에 대한 불신도 마찬가집니다. 코로나19가 절정이던 지난 3월 글로벌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품귀가 벌어졌을 때 달러화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신뢰는 더 강화됐을 겁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연준의 역할을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뚜렷하게 각인됐을 겁니다.결국 이를 종합할 때 달러화가 언젠가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 당장 그런 흐름이 나타날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봐도 달러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투기세력들의 선물 매도 포지션이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높아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도가 더 늘어나기보다는 이 포지션이 서서히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횡보 내지 반등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다만 달러 약세가 어느 정도 더 이어질 수 있는 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그 방향으로 쏠려있기 때문인데요. 기대 쏠림을 되돌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실제 로이터가 지난달 31일부터 8월5일까지 62명의 외환시장 전략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33명이 “적어도 6개월 정도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24명은 “1년 이상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쳤습니다. 반면 “달러 약세가 6개월 내에 멈출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15명이었고, 11명은 “3개월 이내에 멈출 것”으로 봤고, “달러가 곧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본 전문가는 단 3명에 그쳤습니다.또 하나의 관심사는 달러 약세가 증시랠리를 이끄는 형국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건데요. 미국의 경우 달러화 약세가 대형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도와 증시 상승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달러값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뚜렷한 역(逆)의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머징마켓에서 급격하게 빠져 나갔지만, 최근 달러 약세에도 의미있는 재유입을 보이지 않고 있다.그러나 약달러가 신흥국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일 겁니다. 통상 달러 가치 하락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커질 때 나타나는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앞서 얘기한대로, 신흥국 내에서도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달러 약세의 수혜를 제대로 누릴 국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자금흐름에서도 잘 나타나는데요. 지난 2018년 1분기에 달러화 가치가 2.5% 하락했을 때 이머징마켓으로의 자금 순유입은 118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최근 넉 달간 달러 가치가 그 2배인 5%나 떨어졌는데도 지금까지 이머징마켓으로 순유입된 자금은 700억달러를 살짝 넘는데 그쳤습니다. 그나마 이머징마켓에 제한적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지는 우리 경기 회복 모멘텀이 달려있다고 하겠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20>저무는 인텔 제국, 기로에 선 삼성
    <20>저무는 인텔 제국, 기로에 선 삼성
    이정훈 기자 2020.08.0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7나노미터 공정이 충분한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이에 기반한 중앙처리장치(CPU) 제품 생산이 당초 예상보다 6개월 정도 미뤄지게 됐습니다. 자체 공정에도 계속 투자하겠지만, 외부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지난주 있었던 인텔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이 같은 발언을 한 뒤 전 세계 반도체산업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실적 발표일 정규장을 60달러 수준에서 마친 인텔 주가는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며 47달러선까지 주저 앉았습니다. 1주일만에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겁니다. 반면 CPU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인 AMD 주가는 같은 기간 59달러에서 78달러까지 32%나 올랐습니다. 주로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인텔과 경쟁하는 팹리스(Fabless)업체 엔비디아 주가도 5% 가까이 올랐습니다. 그뿐 아니라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영엽에 관여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양대축인 삼성전자 주가도 7% 올랐고,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도 17.4%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인텔 주가만 빠졌고 인텔과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다른 반도체업체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탄 셈입니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경쟁자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심지어 협력사의 불행도 나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잠재적 행복이라는 게 절감되는 상황입니다. 사실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비트(Mb) D램 개발을 삼성전자에 넘겨주고 연말 D램시장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주는 고비도 있었지만, 인텔은 IDM에서 끝내 왕좌를 되찾는 등 창사 이래 50년 이상 `반도체 제국`의 철옹성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2016년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설계도인 아키텍쳐(기간기술)를 교대로 향상시킨다는 이른바 `틱톡전략`을 폐기하면서 인텔의 위상은 흔들렸습니다. 당시 인텔은 수익성과 공정 최적화에 집중하는 `파오(Process-Architecture-Optimization)전략`으로 이를 대체했습니다. 당시 공정이 10나노 이하까지 정밀화하면서 더이상 불화아르곤(ArF) 기반의 노광장비를 쓸 수 없게 되자 파운드리업체들은 네덜란드 ASML사가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경쟁적으로 들여왔습니다. 반면 다른 팹리스 물량을 받아오는 파운드리와 달리 자체 제품만 생산하는 인텔에게 대당 2000억원에 육박하는 이 장비는 가성비 낮은 사치품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파오전략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이런 인텔의 파오전략을 깬 건 대만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은 파운드리업체들이었습니다. 이 두 업체는 치킨게임을 불사할 정도로 한 해 수십조원씩을 써가며 공정의 초미세화 경쟁을 벌였습니다. 인텔에 한참 못 미치던 AMD는 이들 파운드리에 아웃소싱한 덕에 7나노 공정 CPU를 인텔보다 먼저 시장에 내놨습니다. 인텔과 AMD의 CPU시장 점유율 추이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데스크톱 CPU에서 20% 약간 넘는 시장점유율에 그쳤던 AMD는 올 2분기에 46.8%로 인텔을 턱밑까지 따라 잡았고, 모바일(노트북)시장에서도 2018년 8%에서 올 2분기 14%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나마 보수성이 강한 서버용 CPU에서 인텔은 여전히 95% 가까운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정 차이가 벌어질 경우 이 시장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텔은 아직까지 10나노 공정 CPU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텔은 10나노 제품 출시 일정을 연기한 데 이어 이번에 7나노 공정까지 6개월 늦추면서 미세공정에서는 AMD에 한참 떨어지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인텔은 특유의 설계기술 덕에 10나노 공정에서도 제품 회선폭이 경쟁사의 8나노을 보이고, 7나노에서는 경쟁사의 5나노와 맞먹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미세공정에서 몇 세대나 뒤떨어진 건 현실입니다. 실제 TSMC는 올 하반기에 퀄컴과 애플 칩을 5나노 기반으로 양산할 계획이고 2022년이면 3나노 기반 제품도 출시하겠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2분기 중에 5나노 양산에 착수했고 4나노 공정도 개발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반면 당초 2021년 중으로 약속했던 인텔의 첫 7나노 공정 칩 출하는 2022년말 또는 2023년초에나 가능하게 됐습니다. 스완 CEO는 “7나노 양산 시기가 미뤄진 만큼 고객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우선 10나노 생산규모부터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이렇게 수세에 몰린 인텔의 선택은 결국 자체적으로 칩을 설계한 뒤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하는 AMD나 엔비디아와 같은 길을 가는 식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기술력 경쟁에서 참패를 맛 본 인텔도 이런 가능성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스완 CEO는 “향후 공정기술 로드맵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지만, 고객들에게 최고의 예측 가능성과 제품 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자체 공정이 아닌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한 공정, 또는 이 둘을 혼합한 방식을 모두 고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파운드리를 활용해 뒤쳐진 미세공정을 단번에 따라잡으려 하는 것이죠.올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흥미로운 건 인텔이 생산을 맡길 외부 파운드리업체가 어디일까 하는 대목입니다. 최근 파운드리업계 50% 이상 점유율을 독식하는 TSMC와 20% 약간 못미치는 점유율로 그 뒤를 좇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동시에 상승하는 건 이들 두 업체가 인텔 아웃소싱의 수혜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파운드리시장에서의 경쟁력이나 기술력 등에서 TSMC가 앞서 있는 건 사실입니다. 특히 자국 언론 등까지 나서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지난주 대만 언론들은 인텔이 내년부터 CPU와 GPU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TSMC 7나노 공정을 최적화함으로써 6나노로 18만장의 웨이퍼를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미 AMD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TSMC는 인텔 물량까지 확보해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인텔 물량을 모두 가져간다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7나노 공정 수율도 확보하지 못한 인텔이 곧바로 6나노를 적용하기로 했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목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자존심 강한 인텔이 GPU는 몰라도 CPU까지 단번에 아웃소싱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그런 관측에 한몫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SMC가 인텔의 낙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정황들은 더 있습니다. 지난 6월 블룸버그가 보도했듯이 TSMC는 이미 5나노 공정을 적용해 한 달간 2만장의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120억달러 짜리 파운드리 공장을 애리조나에 건설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공장 예정지는 인텔 애리조나 공장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마크 리우 TSMC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공장 건설에 있어 최대 변수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대만 공장보다 더 들어가는 미국에서의 초과 생산비용을 메워 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리우 회장의 얘기대로라면 현지 공장 설립이 거의 임박한 셈인데요. 만약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인텔 입장에서는 자사 애리조나 공장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TSMC로서는 미국으로부터 보조금을 확보하고 미국 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TSMC는 최근 미국 정부의 화웨이 규제에 호응해 최대 고객인 화웨이로부터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했을 정도로 미국 편에 선 상황이라 정치적인 명분도 얻은 상태입니다.그렇다고 해서 TSMC가 이미 삼성전자를 따돌리고 인텔 물량을 다 가져갈 것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우선 인텔이 TSMC에 7나노든, 6나노든 아웃소싱 물량을 준다 해도 TSMC가 이를 다 받아낼 유휴 생산능력이 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TSMC는 이미 인텔 경쟁사인 AMD의 7나노 CPU를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AMD는 내년에 추가 물량(20만장)을 맡겨 TSMC의 최대 고객사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내년엔 5나노 애플 칩까지 위탁 생산해야 합니다. 이미 라인이 풀 가동되고 있는 TSMC로서는 화웨이 물량이 빠진다 해도 인텔의 대규모 물량을 다 받아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공사를 당장 시작한다 해도 가동은 2024년 쯤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글로벌 IT기업들은 부품이나 위탁생산을 복수의 기업에 분산 발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인텔이 아웃소싱 물량을 모두 TSMC에게 밀어주기보다는 삼성전자에게 나눠서 맡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10나노 이하 미세공장 캐파특히 7나노 공정까지는 TSMC가 앞선 게 사실이지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삼성전자가 5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TSMC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인텔 입장에서도 두 회사를 놓고 열심히 저울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14나노 공정이 적용되고 있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을 7나노 이하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인텔이 TSMC에는 GPU 위탁 생산을 맡기고, 삼성전자엔 CPU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TSMC가 이미 인텔의 GPU와 모뎀 칩 일부를 위탁생산하고 있는데다 TSMC가 인텔 경쟁사인 AMD의 CPU를 대신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전망으로 보입니다. 다만 인텔의 이같은 아웃소싱 전략이 TSMC와 삼성전자에겐 자칫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할 겁니다. 그동안 14나노 칩만으로도 AMD의 7나노 칩과 경쟁하며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온 인텔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인텔이 자체 미세공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 공정 격차를 따라잡는 시점에 자체 생산으로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됐 건 20여년 간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를 지켜 온 삼성전자로서도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인텔이라는 중요 고객을 TSMC에 송두리째 빼앗길 경우 비메모리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도체 비전 2030`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은 메모리에서의 기술 격차를 1년 정도까지 좁히고 있는 상태니 말입니다. 최근 잘 나가는 반도체업체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텔의 전향이 현실이 된다면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는 IDM이 되는 삼성전자가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 [이정훈의 마켓워치]<19>金선물 산 뒤 금괴 챙겨가는 투자자들
    <19>金선물 산 뒤 금괴 챙겨가는 투자자들
    이정훈 기자 2020.07.28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금(金)값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고 있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금 선물 8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1.8% 올라 온스당 1931달러에 마감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로존 재정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지난 2011년 9월에 세웠던 종전 역대 최고가를 근 9년만에 경신한 겁니다. 물론 글로벌 벤치마크로 쓰이는 건 아니지만, 28일 오전 싱가포르상품거래소에선 금 선물 12월물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트로이온스(31.1035g)당 2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뉴욕 금 선물 가격이 2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투자은행(IB)들의 전망도 매우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금값 상승랠리는 세 박자, 아니 네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종전 최고가가 나왔던 2011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전례 없는 돈 풀기에 나서고 있는 게 금값 상승의 원동력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까지 고조되면서 최근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미국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갔고 달러화도 연일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금값이 위로 치고 올라가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금값 2000달러를 넘어 3000달러 전망까지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이처럼 금값이 올라가기 너무 좋은 환경이 조성돼 있긴 해도 개인적으로는 지금 금값 상승세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봅니다. 엄청나게 불어난 유동성 덕에 투기적인 수요가 개입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위험자산인 주식과 금값이 함께 올라가는 이런 불편한 상황이 마냥 이어지리라 보긴 어려울 것입니다. 금 ETF가 보유한 금 현물 포지션 추이시장에서는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워낙 늘어나다보니 이들이 보유한 금 현물 포지션이 작년말 이후 8~9개월째 월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또 올들어 금 ETF에 순유입된 자금 규모도 지난 2009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의 실수요가 줄어드는 와중에서도 이런 투자수요 덕에 금값은 안정적인 오름세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에 기댄 헤지펀드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주 금 선물의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은 최근 5개월여만에 최대인 14만계약을 훌쩍 넘겼습니다.그러나 개인적으로 금값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통상 금값이 대세 상승을 보이던 시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만 특수하게 연출되고 있는 현상들 때문인데요. 이런 특이상황이 `금값 과속(過速)`을 부추기고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금값을 매기는 국제지표는 대개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런던금시장연합회(LBMA)가 집계하는 런던 장외시장(OTC)에서의 금 현물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 COMEX에서 거래하는 금 선물 가격입니다. 일반적으로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습니다. 이는 선물을 거래할 때엔 이자와 창고료, 보험료 등 현물 보유비용을 포함하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선물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콘탱고(Contango)`라 부릅니다. 또 같은 선물이라도 만기가 길수록 선물 가격이 높으니 이 역시 콘탱고입니다. 반대로 현물이 선물보다 비싸거나 만기가 가까운 선물(=근월물)이 원월물보다 비싼 경우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이라 부릅니다. 지금은 금값이 오르는 걸 점치는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레 콘탱고 상황인 것이죠. 문제는 계속된 금값 상승으로 인해 현재의 콘탱고가 과하다는 겁니다. 이른바 `딥 콘탱고(Deep Contango)`라는 건데요. 쉽게 말해, 선물이 현물보다 비싸고, 8월물보다 12월물 선물이 비싼 게 당연한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사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된 지난 3월 이후 뉴욕에서의 금 선물 가격은 런던 금 현물보다 온스당 최대 70달러 이상 비싼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습니다. 앞으로도 금값이 뛸 것으로 믿으니 다들 금을 사두려고 했고, 현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좋고 거래비용도 싼 선물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일부 금광이나 금 제련공장이 조업 차질을 빚으면서 현물 공급물량도 줄었으니 선물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금값이 오를만큼 오른 듯하자 상대적으로 값이 싼 금 현물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생겨났습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다고들 하니 눈에 보이는 금 현물을 쌓아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테구요. 재미있는 건, COMEX 금 선물은 만기일에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지 않고 실제 금 현물(골드바)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정산한다는 점입니다. 원유선물과 마찬가지로 실물인수도(Physical Delivery) 방식인 것이죠. 그렇다해도 정상적인 상황엔 금 선물이 만기가 되더라도 실제 금을 주고 받는 일을 걱정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금 선물 매수포지션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만기일 전에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합니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 본다면 기존 매수를 매도하면서 차월물을 매수해 만기이월(롤오버) 시키는 것이죠. COMEX 금 선물의 실물인수도 규모 추이그러나 현물인 골드바를 갖고 싶은 투자자는 매수해 둔 금 선물이 만기가 될 때까지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았습니다. 매도한 쪽은 골드바를 사서 매수자에게 건네줘야 했죠. 이 때문에 올들어 COMEX 금 선물의 만기시 실물인수도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엔 그 규모가 무려 170톤(550만온스)을 넘어섰습니다. 뉴욕 COMEX는 이렇듯 만기일에 실물인수도로 정산되는 금 현물을 스위스와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금 현물시장에서 수입해 옵니다. (COMEX는 스위스 100온스와 1킬로그램 골드바만을 적격 실물로 인정하는데, 런던 현물시장에서는 주로 400온스 골드바를 거래하기 때문입니다.)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간 이동이 막히면서 골드바를 들여오기 힘들고 물류비용 자체도 크게 올라갔다는 겁니다. 골드바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탑승하는 여객기를 통해 운반되는데, 여객기 노선이 줄어들면서 물류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금 선물 매도자는 만기가 다가오면서 불안해지게 됐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다시 문을 닫는 금 제련소들이 생겨나면서 금 선물 매도 측은 만기 이전에 서둘러 포지션을 청산하길 원했고, 이는 뉴욕 금 선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습니다.아울러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주로 은행과 같은 차익거래자가 나서서 런던에서 상대적으로 싼 현물을 매수하고 뉴욕에서 선물을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가담해 이 스프레드를 좁히곤 했을텐데요, 한동안 달러화 조달이 원활치 않으면서 이런 차익거래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스프레드를 쉽게 먹으려고 차익거래를 했다가 선물 매도포지션을 가질 경우 만기에 골드바를 비싸게 사야하는 위험이 생길 수도 있었구요. 이런 가운데 뉴욕 금 선물을 늘상 매도하면서 가격을 낮춰주던 은행들도 제 역할을 못했습니다. 대개 은행들은 금시장에서 현물교환(EFP)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들 은행은 스위스 등지에서 골드바를 대거 사들인 뒤 이를 만기일에 실물인수도 하는 기관에 빌려 줘 쉽게 돈을 법니다. 이 때 금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있다보니 보유한 골드바 현물을 헤지하기 위해 뉴욕에서 선물을 매도합니다. 그런데 금 선물이 상대적으로 너무 비싸지니 헤지에 따른 손실이 생기게 됐고, 이를 메우기 위해 오히려 따로 금 선물을 매수하는 은행들까지 생겨나게 됐습니다. 결국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금 제련시설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골드바를 실어 나르는 항공편이 복구되고 물류비용이 내려간다면 금 현물 가격이 내려가고, 이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된 선물 가격은 더 크게 내려가는 조정이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다소 약화되거나 달러화가 반등하는 모습까지 나타난다면 조정이 더 이어질 수도 있겠구요. 아울러 선물 롤오버 과정에서도 금값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930달러 수준인 반면 12월물은 이보다 30달러 이상 높은 1960달러대입니다. 내년 12월물 가격은 이미 2000달러를 넘어섰구요. 투기적 매수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부담스러워진 선물 롤오버 비용으로 인해 ETF로부터의 매수세도 주춤거릴 수 있습니다. 일단 29일(현지시간)에 있을 8월물 금 선물 만기가 1차 시험대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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