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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리 후보 3인방 '아베어천가'에 속터지는 日유권자들[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9.12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차기 일본 총리직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일제히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가 새로운 총리로 오르든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베 전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들의 모습에 유권자들 불만이 거세다. ‘여자 아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사진=AFP)◇아베 의식하는 총리 후보 3인방 가장 노골적으로 아베 계승을 외치는 건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다.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그는 ‘여자 리틀 아베’라 불린다. 출마를 선언한 지난 8일 그는 ‘사나에노믹스’를 주창했다. 아베 전 내각의 대규모 경기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따른 것이다. 금융완화, 빠른 재정지출, 대담한 위기 관리 투자 및 성장 등 ‘3개의 화살’을 그대로 본 따 사실상 아베 전 총리를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여자 아베’ 사나에에 질세라 온건 보수로 분류되는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나섰다. 지난달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그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3개의 화살을 언급했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며 아베노믹스의 성장전략 3개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30조엔(약 316조4000만원) 규모의 재정정책을 펴 경제적 피해를 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고노 다로 행정개혁상 (사진=AFP)과거 아베노믹스를 맹비난한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도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한 때 자민당 당론과 맞지 않는 주장도 거침없이 쏟아내는 등 ‘공기를 읽지 않는(구키요메나이)’ 정치인으로도 불린 그였다. 자민당 행정개혁 추진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7년에는 “대규모 금융완화에 따른 리스크를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총대를 메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선 아베노믹스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낮췄다.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기업 부문은 엄청난 이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동자 임금 상승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정도로 언급하면서다.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재정정책 확대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보수층을 의식해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도쿄에 긴급사태가 발령된 지난달 4일 영업 중인 이자카야(사진=AFP)◇후보 3인방 아베 의식 왜?총리 후보 3인방이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보는 이유로는 먼저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지지율이 폭락한 건 보수층이 등을 돌린 탓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는 점이 꼽힌다. 스가 정권이 1년만에 퇴장하게 된 건 당초 ‘아베 계승자’로서 기대한 스가 정권이 보수파가 이상적으로 느끼는 아베의 국가관을 되풀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찾아 참배한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스가 총리는 총리직에 오른 이후 신사에 직접 들러 참배한 적이 없다. 이를 두고 스가 총리가 극우 유권자들을 실망시켰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또한 일본에서 중소 자영업자들이 주로 보수 성향을 띤다는 점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도쿄 등 수도권에 실시한 긴급사태 선언 때 밤 8시까지로 영업을 제한하고 주류 판매를 자제해달라 요청하는 등 음식점에 지나치게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해 스가 총리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여전히 자민당 총재 선거의 막후 주역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후보들로 하여금 그를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당내 최대 파벌이자 계파인 호소다파(96명)에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가 ‘3번째 총리’로 출마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일본 재무성 관료가 2000엔 지폐를 확인하고 있다(사진=AFP)◇“실패한 정책 왜 또 들고오나” 불만하지만 보수 일변도로 우향우한 차기 총리 후보 3인방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아베노믹스를 실시하며 2% 인플레와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는데도 또다시 실패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실망이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2년 안에 인플레 2%를 달성해 소비를 활성화하고, 노동자 임금을 올려 경제성장 선순환을 이루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 찍어냈지만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은 0.2%에 불과하며, 경제성장도 기대에 못 미쳤다. 헛발질한 정책에 쓴 비용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발행해 일본은행이 사들인 국채는 아베노믹스 이전의 4배인 500조엔을 넘는다. 아사히신문 계열 주간지 론자는 지난 11일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로 국채가격이 폭락하면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정이 급격히 나빠진 신흥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제 위기의 전형적 패턴이 일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시나리오는 이렇다. 국채가 폭락하면 가장 먼저 일본은행 재무제표가 나빠져 신용도가 추락한다. 엔화 가치는 폭락하고 해외 수입품 가격은 폭등한다. 이는 단기간에 급격한 인플레를 유발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행은 급하게 금리를 올린다. 일본 경제활동에는 제동이 걸려 또다시 불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는 사기노믹스’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유권자 여론도 싸늘하다. 많은 서민들에게 아베노믹스가 약속한 성장의 과실은 그림의 떡이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연금 재원을 쏟아부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엉터리 정책을 계승하는 후보는 차기 총리 자격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불만, 차기 총리 후보 3인방은 모르는 것일까.
  • 스가 퇴진 보도 日 NHK가 욕먹은 이유[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9.06
    스가 총리가 사실상 사퇴를 선언한 지난 3일 도쿄 긴자에서 한 시민이 신문에서 이 소식을 접하고 있다(사진=AFP)[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3일 사실상 사퇴를 선언하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유독 공영방송 NHK가 전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당시 NHK 보도 내용은 이렇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대책에 전념하기 위해 총재 선거에 불출마한다”며 “다음 주에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말한다.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겠다”는 총리관저 여성 직원의 안내가 끝나자마자 NHK는 중계를 끊는다. 니혼테레비 <뉴스제로>는 3일 스가 총리의 선거 불출마 선언을 보도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자막 표시해 강조했다(사진=니혼테레비)이게 왜 문제냐고 할 수 있는데, 민영방송 니혼테레비의 ‘뉴스제로’를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니혼테레비는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의 계열사로, 스포츠나 오락 프로그램이 강하다. 뉴스 보도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뉴스제로의 리포트에선 스가 총리가 발언을 마치고 별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퇴장하자 기자들이 외치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 있다. “총리님! 오늘은 끝까지 대답해 주세요” “정중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등 기자들의 질문이 자막으로 표시된다. 심지어 “책임을 포기하는 겁니까”라는 날이 선 질문이 쏟아지는 것까지 보여준다. 이어지는 앵커 멘트에서도 “설명은 2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습니다”라며 콕 짚어 지적한다. ◇사퇴 배경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어…커지는 의문사실 스가 총리의 사퇴 결정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만큼 많은 의문을 남겼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의욕을 보인 터라 돌연 마음을 바꾼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스가 총리가 설명한 대로 “코로나19 대책과 총재 선거를 병행하는 건 어려운 일”인 건 맞지만, 갑자기 어려워진 것은 아닐 터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혼란에 빠질 정도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의문은 여전하다. 스가 총리가 지난 3일 총재 불출마 기자회견을 2분만에 마치고 있다(사진=AFP)기자회견이 단 2분만에 끝난 것도 총리가 사실상 퇴진을 선언한 것 치고는 턱없이 모자라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오후 1시에 스가 총리는 자신의 사퇴설과 관련해 짧게 입장을 표명한 뒤 기자단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총리 동정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9분까지는 별다른 일정이 없는데도 말이다. 스가 총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자세’(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사퇴 선언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일본 국민들이 NHK에 불만을 느낀 지점도 바로 여기 있다. 스가 총리가 국민을 대하는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NHK 보도에서는 전달되지 않을 뿐더러 전달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니혼테레비가 특유의 유머와 저널리즘 정신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보도 위주의 공영방송 NHK는 무성의한 받아쓰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실망은 시청률 추이에도 반영됐다. 도시바의 TV 시청 데이터인 타임온애널리틱스에 따르면 NHK ‘뉴스7’의 시청률은 6%로 니혼테레비 ‘뉴스제로’(4%)를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7 시청률은 점점 떨어졌다. 중간에 채널을 돌리거나 텔레비전을 끈 시청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반면 뉴스제로 시청률은 계속 상승했다. 스가 총리의 사퇴 선언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주목도 측면에선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일본에 호우 피해가 예고된 지난 7월8일 스가 총리가 4차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사진=AFP)◇NHK의 ‘스가 받아쓰기’, 처음이 아니다NHK는 과거에도 스가 총리에 대한 무비판적 보도로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5월27일에는 9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연장한다는 그의 발언을 1분15초간 전한 속보로 전한 뒤, “스가 총리의 발언이었습니다”라고 코멘트한 뒤 방송을 마쳤다. SNS에서는 “국민에 설명을 다 하려는 자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 내용을 라이브 속보로 하는 의미가 있나” 하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미디어 연구자들도 이런 무의미한 언론 노출은 총리가 일하고 있다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며 맹비난했다. 스즈키 유우지 차세대미디어연구소 대표는 “일본 행정의 장인 내각의 총리가 방송에 등장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총리가 발언할 뿐 보도 가치의 판단 없이 속보만 처리하는 건 공평과 공정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지난 7월8일 1시간을 꼬박 중계한 4차 긴급사태 선언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은 일본 내륙에 정체전선이 머물며 역대급 폭우가 내려 피해가 예상되는 날이었다. 올 1월 NHK가 발표한 2021~2023 경영계획에서 “목숨과 생활을 지키는 보도를 강화한다”는 선언이 무색한 보도였다. 이전 긴급사태 선언과 대동소이한 스가 총리의 회견을 1시간씩 틀어 놓는 동안 시청자들이 경계를 필요로 하는 긴급 보도를 볼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NHK가 스가 총리 받아쓰기 보도로 전락한 건 관방장관 시절 때부터 쌓아 온 NHK 인사들과의 유대관계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 계통 인사들과 특히 돈독한 스가 총리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뉴스 앵커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있다. NHK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워치9’를 4년간 이끌어 온 아리마 요시오 앵커는 과거 논란이 됐던 일본학술회의 회원 임명 거부 문제를 집요하게 물었고, 당시 스가 총리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리마는 올 4월 교체됐다. NHK 측은 “내부적으로 정해진 사안일 뿐, 관저의 압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말이다. 스가 총리의 사퇴와 함께 NHK는 다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아프간 구출 실패가 전쟁금지한 자위대법 탓이란 日[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 2021.08.29
    일본 사이타마현 이루마 공군기지에서 항공자위대 수송기 C-2에 탑승하는 자위대원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본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자국민과 현지 협력자 500여 명 중 교도통신 통신원으로 일하던 일본인 1명을 구조하는 데 그치며 사실상 대피 작전에 실패했다. 지난 26일 자위대 수송기로 아프간인 수십명을 카불에서 파키스탄으로 이송한 사실이 28일 뒤늦게 알려졌지만 일본에선 “위급 상황에서 국가가 나를 구해줄 것이란 믿음이 사라졌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본인들의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아프간 대피 작전이 실패한 건 자위대의 무력 사용을 금지한 현행법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으면서다. 자위대에 무력 사용이 허용됐다면 일본 정부의 자국민 탈출 작전은 성공했을까. ◇“비상시에는 스스로 지키는 게 낫겠다” 자조 일본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 부재에 일본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미군이 아프간 관문인 카불 공항을 제어하고 있으니 자위대만 파견하면 대피 희망자들을 수월하게 이송할 수 있을 것이라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3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카불 공항에서의 안전은 확보되고 있다”며 자신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일본 정부가 대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카불 공항까지 자력(自力)으로 올 것을 요구했고, 결국 이들이 공항까지 오는 길에 검문소를 세우며 경계를 강화한 탈레반에 발목이 잡히며 탈출이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탈레반 조직원(오른쪽)이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가방을 뒤지고 있다(사진=AFP)소식을 접한 일본인들은 “코로나 때도 그렇고, 지도부가 낙관론만 펼치며 유사시에 대비하지 않는 등 위기관리 능력이 낮은 건 일본의 민족성일지도 모른다”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를 믿지 말고 스스로를 지키는 게 일본인 개인으로서도 올바른 자세일지 모른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자국민조차 구하지 못한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분노도 거세다. 아프간 대사관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 등 12명은 지난 17일 영국군의 지원을 받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피신했다.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 이틀만이다. 분쟁 시 자국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인 대사관이 아프간에 남아 있는 자국민들에게 연락을 취해 탈출을 돕기는커녕 누구보다 빠르게 도피했다는 사실에 일본인들은 분노했다. “앞으로 외무성 직원이나 대사가 될 사람은 자국민 보호에 관한 연수를 철저히 받아야 한다”며 “보호해야 할 자국민을 내버려둔 채 맨 먼저 도망을 가나? 부끄러운 줄 알라”는 비난이 거세다. 도쿄올림픽에 동원된 자위대원들(사진=AFP)◇실패 주범은 자위대 손발 묶은 현행법? 하지만 이 같은 분노는 기묘한 논리로 귀결되고 있다. 자위대의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공감을 받으면서다.일본은 수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정부는 자위대법을 개정하면서 유사시 자위대가 일본인을 수송할 뿐 아니라 무기를 사용해 경호하고 구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번 아프간 대피 작전은 개정된 법을 적용하는 첫 사례였다.다만 아직까지 자위대의 무기 사용은 일본인 보호에 한정하며, 긴급 피난 과정에서는 불허하는 등 법적 제한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전쟁가능한 일본’을 외치는 이들의 기묘한 주장이 시작된다. 자위대가 이번 아프간 대피 작전에 실패한 원인은 자위대의 행동반경에 제약을 가하는 현행법이니, 법을 정비해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자위대의 손발을 묶어둔 현 평화헌법이 아프간 대피 작전 실패 원인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작전에서는 전략이 무력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위대가 단 한 명의 일본인을 구조하는 데 그친 건 무력을 사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신속한 의사소통에 실패했으며, 무엇보다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와 능력이 복합적으로 모자란 탓이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로 복귀해 아프간인 이송 지원을 지휘하고 있는 김일응 주아프가니스탄 공사참사관이 한 아프간인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외교부)한국 정부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희망자 전부를 성공적으로 대피시켰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회사에 협력자를 태운 뒤, 미군이 승인하는 인원에 대해선 철수해도 좋다는 탈레반 약정을 활용해 검문소를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협력자들도 자신이 속한 기관별로 탄탄한 연락망을 유지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송을 도왔다. 특히 급하게 아프간을 떠나며 현지인 직원들에게 “다시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한 한 외교관이 다시 복귀한 모습은 대피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건 전략과 의지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득 없는 곳에는 머무르지 않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정당화하며 내세운 이 논리는 앞으로의 대외정책 방향을 암시한다. 50년 넘게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일본에서도 지나친 의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방위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지만 전략 없는 무력 허용은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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