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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K워치]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연준도, ECB도 물가에 인내심…한은의 선택은
    최정희 기자 2021.07.1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에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2%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물가목표제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은 돈 풀기를 좀 더 이어가는 통화정책이 예상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한국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유럽의 물가목표제 개편은 8년째 목표치에 미달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CB도 “연 2% 넘는 물가상승 용인”ECB는 지난 8일(현지시간) 물가목표치를 물가 상승률 ‘연 2% 소폭 하회(below, but close to 2%)’에서 ‘2%(at 2%)’로 상향 조정했다. 저물가 기조를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2003년 이후 18년 만에 물가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2%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방향으로 다소 일시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러한 물가목표치 변경이 연준이 작년 8월 채택한 평균물가목표제(AIT)와는 다르다고 밝혔으나 2% 넘는 물가 상승률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은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의 돈 풀기 정책이 계속될 여지는 더 커졌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ECB가 단기적으로 정책 경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통화완화 기조의 장기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미국, 유럽이 물가목표제를 변경하는 것은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를 하회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기저효과로 올해 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넘기더라도 이를 토대로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지만 한은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2013년 이후 8년째 연간 물가 상승률이 2% 미만으로 물가목표치(2013~2015년 2.5~3.5%, 2016년 이후 2% 단일 물가목표제)에 미달하고 있다. 올해도 한은, 기획재정부의 전망치(연 1.8%)대로라면 목표치에 못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는데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으로선 오히려 미국 등의 행보가 불안하게 느껴진다. 한 금통위원은 5월 말에 열린 금통위 정기회의 의사록에서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함정에 빠져 과잉 유동성과 자산가격 버블을 양산하고 그로 인해 금융위기 때와 같은 과도한 금융 사이클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목표치 8년째 미달, 한은 물가목표제 재검토해야한은이 물가보다는 금융 안정에 더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물가목표제를 운영하는 정책 부서로서 계속된 목표치 미달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 사이에선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 상승률이 현재의 물가 상승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이동통신요금 인하, 무상교육 등 정부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일명, 관리물가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데다 전·월세 부담이 큰 데도 그 비중은 9.4%에 불과하기 때문. 이런 점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면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클 것이고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통계청은 오는 11월까지 무상으로 전환된 학교급식비 등을 제외하고 전·월세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의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소폭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개편안이 한은이 물가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자가주거비(자기 소유 주택을 임대했을 때 얻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 비중이 소비자물가지수에 30% 넘게 들어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월세 비중을 27.1%로 높인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지수를 보조지표로 내고 있는데 이러한 자가주거비 포함 물가 상승률(4월 2.1%, 5월 2.4%, 6월 2.2%)은 오히려 기존 소비자물가 상승률(4월 2.3%, 5월 2.6%, 6월 2.4%)보다 낮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식료품, 에너지 비중도 20%대 초반을 차지한다.이는 미국, 유럽처럼 물가목표치를 조정하거나 미국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기준으로 물가목표치를 정한 것처럼 목표치의 기준점이 되는 지표를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다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이 중기 시계에서 추구해야 할 목표는 2%가 적정하다”고 밝혔다.한은이 물가보다 금융 안정에 좀 더 신경써야 하는 환경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면 이런 환경에 맞춰 물가목표제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 작년에 관련 회의를 했고 개편 주기가 2년이라고 해도 이를 기다렸다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2% 물가 자체가 고물가로 인식되고 있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석 달 연속 물가 상승률이 2%대를 기록하자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2.3%로 두 달 연속 0.1%포인트씩 상승했다.
  • [BOK워치]금리인상 언제?…8월 성장률 전망에 달렸다
    금리인상 언제?…8월 성장률 전망에 달렸다
    최정희 기자 2021.06.06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이보다 더 확실한 시그널은 없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14년부터 8년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들었다. 이 총재는 국장 시절부터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경력만 따지면 역대 최다 참석자다. 총재 말 한마디가 갖는 영향력을 모르지 않는 데다 신중한 성격까지 더해 단어를 고르고 골랐다. 지난 달 27일, 한은의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과 금통위 회의 이후 이뤄진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는 분명한 어조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며 ‘가까운 장래’, ‘당분간’이란 표현으로 현 통화정책을 유지할 기간까지 제시했다. 석달 후인 8월 성장률을 수정 전망할 때 현 전망(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출처: 한국은행)◇ 백신 접종률 가속 붙어..경기 회복 빠르다 이 총재는 연초부터 금리 정상화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3월엔 올해 성장률 3% 중반을 자신하더니 자신의 임기내 주요 과제로 ‘질서 있는 정상화’를 꼽았다. 4월엔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3% 중반 성장률이 현실화될지를 좀 더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당시 시장에선 ‘금리 인상 씨앗이 뿌려졌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씨앗은 빠르게 자라났다. 5월 경제전망에선 4% 성장률을 제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에도 3%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 최근 5년간(2015~2019년) 평균 성장률 2.76%보다 높을 뿐 아니라 2%초중반대 잠재성장률도 넘어서는 수치다. 성장률 전망치만 봐도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할 만한 숫자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총재는 현 통화정책에 대해 ‘큰 폭의 완화 기조’라고 평가했고 경제 전망에 대해선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성장률과 잠재성장률간 차이) 해소 시기가 한층 빨라졌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그는 모두 발언에서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당분간’에 대해선 ‘가까운 장래’라고 표현했다. 중앙은행 문구 중 ‘상당기간’이 보통 6개월로 통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6개월보다 훨씬 더 빠른 시점이다.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제 상황이 우리가 본 대로 가고 있는지 그 여부를 좀 더 확인하겠다”이라며 “앞으로는 경제 지표, 경제 상황의 개선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즉, 8월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때 5월 전망했던 올해 4%, 내년 3%만 유지해도 금리 인상 조건을 충족한다는 메시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더 빨리 긴축 신호를 켜는 것이 통화정책 운용에 더 유리하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경기는 빠른 회복세로 향해 가고 있다. 경기 회복 과정에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던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5일 자정기준 1차 접종자는 누적 745만5726명으로 통계청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 5134만9116명 대비 14.5%를 기록했다. 2차 접종 완료자는 누적 227만7137명으로 전국민 대비 4.4% 수준이다잔여(No show·백신 예약자가 접종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 발생) 백신을 예약하는 앱에 접속량이 집중, 불통이 발생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사전예약자는 764만2122명으로 접종 대상자(946만9550명)의 80.7%에 해당한다.팬데믹 우려가 완화하면서 소비시장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매판매는 3월과 4월 전월비 2.3%씩 증가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5월 수출은 1년전보다 45.6% 증가, 1988년 8월 이후 32년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 ◇ 11차례 금리 조정 중 10차례 ‘소수의견’ 전제 다만 일각에선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3월 31일 이 총재의 임기 종료가 금리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때까지 금리인상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행태만 따져보면 대선 등은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 약 4개월 전인 2007년 8월 9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4.75%에서 5.0%로 올랐고 박근혜 정부가 탄생한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약 2개월 전인 2012년 10월엔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종료 전에 금리를 조정했던 때도 있다. 박승 전 총재는 자신의 임기 종료(2006년 3월말) 두 달 전인 2월에 금리를 0.25% 상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통화정책은 금융·경제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제 임기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관건은 어떤 방식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신호를 줄 것인지다. 이 총재는 자신의 임기 시작 후 지금까지 11차례의 기준금리 조정 과정에서 10차례에 대해 금통위원 소수의견을 낸 후에 금리를 조정했다. 이런 경험을 고려하면 소수의견이 나온 뒤에야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서 끝날 것인지, 그 이상일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성장률이 현 전망치 이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대출 금리 상승과 무관하게 대폭 증가하고 있고 비트코인, 밈(Meme·SNS 등에서 인기를 끄는 종목) 주식 등 위험추가 성향이 강해지는 등 저금리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으로 방향을 튼 상태에서 1년내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렸던 적은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였다. 1년여 기간 동안 다섯 차례 올렸다. 최근엔 2017년 11월, 2018년 11월에 각각 한 번씩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 [BOK워치]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한은, '양적완화' 아닌데 작년 국채도 매입하고 돈도 덜 흡수..왜?
    최정희 기자 2021.03.31
    (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작년 11조원의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역대 최대치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렸고 그냥 두면 국채 금리가 오를 게 뻔하니 이를 사들인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매입할 때마다 ‘양적완화’라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국채를 사서 달러를 찍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원화를 풀어대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한은은 국채를 산 만큼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채)을 발행해 유동성을 흡수하기 때문에 ‘양적완화’는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국채 매입액이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는데도 한은의 세 가지 유동성 흡수 규모는 감소했습니다. 한은은 통안채 발행·RP매각·통화안정계정 등 세 가지 빨대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데 국채를 매입해 유동성을 늘린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을 덜 흡수했다는 얘기죠. 왜 그럴까요? 답은 집안으로 기어들어간 현금에 있습니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은행끼리 초단기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콜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에 가깝게 맞추도록 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집안으로 들어간 현금은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유동성 빨대를 크게 휘두를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한은은 이런 덕분에 작년 사상 최대치 이익을 냈습니다. ‘양적완화’를 둘러싼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오해를 풀어봅시다. (출처: 한국은행)◇ ‘집안 금고에 쌓인 현금’..한은, 유동성 빨대 크기 줄어들어 한은 통화정책 목표의 대명제는 은행간 콜금리를 기준금리 연 0.5%에 맞추는 것입니다. 은행끼리 돈이 남아돌거나 부족할 때 서로 빌려주거나 꿔주는 데 1일 동안 쓸 돈에 대한 값이 콜금리입니다. 실제로 올 들어 콜금리는 0.59%까지 오르기도 하고 0.45%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대체로 0.5%선 안팎에서 움직였습니다. 유동성 빨대가 언제 얼만큼 필요한지는 이 콜금리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달려 있죠. 작년엔 정부가 코로나19로 망가진 경제를 살린다고 가계에 재난지원금을 쥐여주면서 나라 빚(국채)을 많이 냈습니다. 국채를 사줄 사람은 한정돼 있는데 국채가 한꺼번에 많이 발행되니 한은이 구원투수로 나서 국채를 사줬습니다. 한은이 국채를 사게 되면 한은 자산엔 국채가 추가되는 대신 시중에 원화가 풀리죠. 이대로 놔둔다면 ‘콜금리’가 0.5%보다 떨어질지 모릅니다. 은행은 남아도는 돈을 그냥 두지 않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내 돈 좀 빌려가. 내가 더 싸게 빌려줄게’하면서 하루 짜리 이자놀이를 하려 들테고 콜금리는 쭉쭉 떨어질지 모릅니다. 그냥 둔다면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한 기준금리 0.5%를 무시하는 행위가 되죠. 그래서 한은은 ‘그 돈 나한테 줘’라며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라는 빨대로 유동성을 쏙 빨아들입니다. 그런데 유동성 빨대 크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죠. 통안채 발행·RP매각·통안계정 예치 합산액은 작년 722조2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으로 2019년(749조원)보다 감소했습니다. 작년에 이례적으로 국채를 11조원이나 샀으면서 왜 유동성 빨대 크기도 줄어든 것일까요?풀린 돈이 어디로 갔는지 봐야 합니다. 집안 금고로 들어갔습니다. 작년 현금 통화(평균잔액)는 125조4691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5% 늘어났습니다. 2016년(16.2%)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죠.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기준금리에 코로나19 위기는 현금 지폐를 움켜쥐고 싶은 심리를 부추겼습니다. 5만원짜리의 보관 용이성, 높은 상속·증여세율 부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돈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콜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도 급증했습니다. 1년 넣어봤자 1%도 이자를 주지 않는 예금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졌죠. 언제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예금이 무려 189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정기예금은 14조4000억원 줄었는데 말이죠. 수시입출식예금은 지급준비금(은행이 고객의 자금 인출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쌓아놓는 돈) 적립률이 7%입니다. 저축성 예금이 2%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죠.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돈이 이동하면 필요 지준이 증가,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이유가 줄어들게 됩니다. 국채를 11조원이나 매입한 만큼 유동성 흡수 빨대를 크게 휘두를까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한은은 상반기 최대 7조원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고 이달 9일 2조원 어치를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2·3년물 등 단기 채권 금리가 뛰자 1·2년 통안채 발행 규모를 50% 축소키로 했습니다. 통안채는 3월 156조3000억원 발행(월 평균잔액 기준), 전달(154조1000억원)보다 늘어났으나 계획 대비로는 1조4000억원 줄어든 것입니다. 통안채 발행을 줄인 대신 RP매각과 통안계정은 증가했습니다. RP매각은 1월, 2월 각각 14조5000억원(월 평균잔액 기준), 13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나 3월엔 16조7000억원 늘어났고 통안계정도 10조8000억원으로 전달(9조6000억원)보다 늘어났습니다. 이달 콜금리는 평균 0.48%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 한은, 짭짤한 이익 냈지만..풀린 돈이 경제 살릴까는 의문 한은이 작년 세전 순이익 10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도 이런 흐름과 연결됩니다. 국채를 많이 사서 국채 보유에 따른 이자를 받았고, 외환보유액을 통해 투자한 미국 국채 등도 금리 하락에 국채 값이 오르면서 매매차익이 늘어났습니다. 반면 통안채 발행, RP매각, 통화안정계정은 감소, 여기에 투자하는 은행 등에 줘야 할 이자는 줄어들었습니다. 집안 금고에 현금이 쌓여있고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올해도 나타난다면 한은은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입니다. 1%에 가까운 통안채 2년물 발행을 줄이고 0.5%로 RP를 매각하는 것도 이자지급액이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경기 회복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인데 정작 현금은 집안 금고에 쌓이고 은행으론 들락날락하는 돈만 늘어난다면 과연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요? 물론 이 돈이 소비나 투자로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작년처럼 주식으로 우르르 몰려가면 ‘버블’ 만들기 딱 좋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한은이 돈 벌기 좋아진 것은 알겠는데 그게 경제에 좋은 지는 좀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죠. 한은이 번 돈의 70%는 정부에 귀속돼 재난지원금을 주는데 쪼끔 보탬이 되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1년 예산의 1%도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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