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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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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K워치]'불확실하다'를 확실하게 말한 이창용 총재의 소통…그 다음은
    '불확실하다'를 확실하게 말한 이창용 총재의 소통…그 다음은
    최정희 기자 2022.07.15
    2022년 7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불확실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열 여덟 번이나 꺼냈다. 이날 총재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총재가 밝힌 기본 시나리오에는 현실화될지가 알 수 없는 많은 전제들이 깔려 있었다. ◇ 물가 고점 근거는 ‘시장이 그렇게 봐서’…경기도 불확실이 총재는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 고점을 찍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지만 이런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정책 방향이 양쪽으로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그와 다른 방향으로 전 세계 경기침체가 더 커져서 경기, 물가상승 속도가 떨어지면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도 고점을 찍지 않고 더 높아지면 추가 빅스텝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두고 경기침체가 더 커져 물가도 떨어지면 금리 동결 뿐 아니라 금리 인하까지도 원론적으론 열어둔 셈이다. 물가는 더 오를 것 같은데 물가가 언제 잡힐지, 경기는 둔화되는 것 같긴 한데 잠재성장률(2%)보다는 높을지, 낮을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3분기말, 4분기초 물가가 고점일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도 유가 선물 가격에 반영된 연말과 내년 숫자가 배럴당 90달러, 80달러 중반대로 떨어져서, 즉 시장이 그렇게 봐서이지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우크라 전쟁에 서방 국가의 제재가 계속됐으나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에 천연가스를 팔아 하루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별 탈이 없다. 우크라 전쟁만 보면 유가가 떨어질 이유보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에 유럽 가스 대란이 현실화돼 유가가 급등할 변수가 더 커 보인다. 심지어 경기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견할 수 없다며 이 총재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많아 한 두 세달 지켜보면 한은 경기 예측이 낙관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보다 명확해지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8월과 10월까지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되 그 뒤는 땅을 밟아가며 움직일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빅스텝까지 동원한 금리 인상…물가상승 억제 효과 1%p도 안돼 문제는 그렇게 불확실한데도 ‘금리 인상’은 역사상 세 번 연속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약 1년간의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75%포인트 올렸다. 그 기간 동안 분명한 것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식 가격이 추락했고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분명하지 않은 점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얼마나 잡았느냐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칼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면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가 어떻게 물가에 반영됐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은이 올 3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주요 18개국 패널자료 분석 결과 금융완화기 때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물가상승률은 0.11%포인트 하락한다. 이를 고려하면 1.7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0.77%포인트, 즉 1%포인트도 못 낮췄다. 다만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수축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억제 효과는 이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당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결과 경제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현재로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 뒤로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해 금리는 더 빠르게 큰 폭으로 올렸는데 한은 스스로 밝혔듯이 물가에 대한 파급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정책 효용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금리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해도 금리 인상밖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각 경제주체들을 향해 ‘대국민 설득’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금리 인상은 한은이 너무 낮은 금리를 ‘정상화’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방향에선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25%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하단 정도에 온 것”이라며 “그렇게 보니까 완화 정도 조정한다는 표현을 계속 쓰기보다 지금부터는 금리를 올린다, 내린다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 두 번 금리를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고 했지만 2.25%가 중립금리 하단 범위에 속하는 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 이미 ‘긴축’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이 장기적 시계에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희생의 폭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경기와 물가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래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등에 대해 세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 잇단 금리 인상 그후…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BOK워치]
    잇단 금리 인상 그후…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최정희 기자 2022.07.0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거시경제를 오랫동안 봐왔던 경제학 교수, 채권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격양돼 있었다. 전례 없는 고(高)물가와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쪽에선 “금리 올린다고 물가가 잡히냐”, “경기 꺼뜨리고 가계빚 이자 부담만 높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인플레이션이 우습냐. 그냥 뒀다가 더 큰 위기를 좌초한다”,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꺼뜨려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기를 봐가면서 금리를 올리자는 쪽도 금리를 덜 올리자고는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히냐는 비판에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것이냐’가 최대의 항변이다. 어느 쪽이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까지는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3%를 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다. 금리 인상, 그 끄트머리에는 뭐가 있을까. ◇ 자산가격 조정이 의미하는 것…경기침체 신호탄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고 부동산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산가격 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23%, 31% 가량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0%, 29% 하락했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이더니 올 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도 꺾일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3월 106.2로 2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더니 5월 106.1로 더 추락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전국과 수도권 기준으로 6월 마지막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서울은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년동기비(출처: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다.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2년 여간 문을 닫았다가 두 달 전에야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 이들이 맞닥뜨린 것은 고금리·고물가다.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20년 8.6%로 2019년(7.6%)보다 늘었는데, 폐업률은 12.1%에서 10.9%로 오히려 줄었다. 9월말 원리금 상환유예가 폐지되고 손실보상금도 사라지면 자영업자 줄폐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폐업자 수가 전년대비 감소하다가 이듬해 두 배 가량 급증한 경험이 있다. 실물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6월 수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 수대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도 2분기 수출은 13%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일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열었다. 소비는 전월비 석 달째 감소세다. 거리두기 해제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6월 소비심리지수는 96.4에 그쳐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소비심리지수는 1개 분기 후 소비지표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붕괴되고 고물가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경제 주체들이 모두 ‘견디고 버텨야’ 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5월 8.4로 5월 기준 2005년(9.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를 후행하는 고용지표는 견고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가 시작되고 있어 고용지표 역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국 지수는 7월 4일 기준, 미국은 7월 1일 기준 (출처: 마켓포인트)◇ 금리 인상 고통 얼마나 감내해야 하나…대국민 설득 필요 금리 인상은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의 끝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 심리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마치 ‘침체’라는 결과를 예견해놓고, 그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기를 선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금리 인상을 가속화해도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꺾을지 의문이다. 어떤 방식이든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가계, 기업 등 어느 하나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이 입을 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물가가 더 오르지 않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 같은 피상적인 발언은 빼고 말이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 [BOK워치]`빅스텝` 망설이게 하는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빅스텝` 망설이게 하는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최정희 기자 2022.06.1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에서 정책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 물결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아직까진 다른 나라처럼 빅스텝이 아닌 기준금리를 25bp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미국의 물가 고점 예측이 와르르 무너졌고 물가가 예측이 아닌 베팅의 영역이 돼버린 터라 선제적 금리 인상의 성과는 점점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고, 빅스텝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자신이 예측한 7·8월 물가 고점론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인 4분기 쯤 `뒷북 빅스텝`이 될 지, 아니면 이보다 이른 시점에서의 `선제적 빅스텝`이 될 지 정도가 변수다. ◇ ‘물가 예측 맞길 기다릴까 vs 조기 빅스텝할까’물가가 베팅의 영역이 돼 버린 상황에서 한은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7·8월 물가 고점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씩 연속 인상하는 게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리는 기본 시나리오다. 그런데 만약 한은 예측이 무너지고 4분기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선 빅스텝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뒤늦게 빅스텝 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괜찮다’는 심리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주요 경제학자들이 점치는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빅스텝을 하게 된다면 한 차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 하게 될 것이란 심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한은의 물가 예측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5~7월께 물가가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5월 이미 5.4%를 기록한 상황에서 6월엔 6%대 물가가 전망되고 있다. 3~5월 물가가 전월보다 0.7%씩 올랐는데 6월에도 이만큼만 오르면 6월 전년동월비 물가는 6.1%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달 들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석 달 만에 120달러를 돌파, 이달에만 5%대 상승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2%대 올랐다. 유가는 3주 후에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터라 최근 유가 급등세가 즉각 6월 물가에 반영된다. 6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게 될 경우 한은에선 물가 상승률은 5%대 후반이나 6%대 초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3분기 중 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고점 예측에 실패한 미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3월 물가가 8.5%를 보였을 당시 고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5월 8.6%를 기록, 예상치(8.3%)를 훌쩍 넘었다. 모하메드 엘-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 물가가 9%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장관 출신의 래러 서머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리 인상폭을) 25bp냐 50bp냐가 아닌 50bp냐 75bp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75bp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한은, ‘경기 희생’할 조기 빅스텝에 베팅할까 한은이 물가가 더 높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해 조기 빅스텝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때는 한꺼번에 1%포인트까지도 내렸지만 올릴 때는 25bp씩만 올려와 빅스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빅스텝을 한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꺾이더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정책금리를 25bp 올리고 9월 50bp 올리겠다고 하자 경기 둔화 우려에 유로화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급증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36개국 중 1위였다.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책 모의실험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할 경우 경기는 0~5분기 단기내에선 둔화 압력이 커지지만 6~11분기 중장기 시계에선 물가를 조기에 진압해 정책금리 인상 필요 폭을 줄여 경기 둔화 압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일뿐 빅스텝처럼 급격한 인상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 빅스텝을 망설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성과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지만 별 수 없이 다른 나라처럼 경기 우려를 높여가며 빅스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금리를 올려 빅스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굴레에 갇혀 있기엔 물가 상승세가 너무 엄혹한 상황이다. 올 4월에 부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이창용 총재는 이 틀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72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아니다”며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도, 배제하지 않을 수도 없는 냉혹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

금융부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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