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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갤러리] '나 잡아봐라'는 얼룩말…황나현 '싱그러운 여름'
    '나 잡아봐라'는 얼룩말…황나현 '싱그러운 여름'
    오현주 기자 2021.09.16
    황나현 ‘싱그러운 여름’(사진=갤러리그림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어디쯤 ‘얼룩말’이 나타나줘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작가 황나현(41)의 작품이라면 머리에 꽃장식을 올리고 목에 두툼한 구슬목걸이를 휘감은 그 얼룩말이 등장해야 하는 거다. 그것도 화면의 중심에 당당한 주인공으로. 그렇게 한동안 그림 속을 헤맨 끝에, 기어이 찾아내고야 말았다. 초록잎이 무성하게 뻗어간, 그 잎의 끝을 노란꽃이 앙증맞게 마무리한 저 옹기화분 속에서. 얼룩말은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이 잎 저 잎 위를 날아다니는 중이다. 낙원이라고 믿게 하는 밝은 원시림에 세운, 건장한 얼룩말은 작가의 시그니처였다. 대자연의 포용력을 든든한 배경으로 인간세상에 화해를 제안하는 제스처, 마치 ‘네가 한 일을 다 용서하마’라는 듯한 선한 눈빛을 쏴대며 말이다. 그 얼룩말을 직접 인간세상에 들인 게 작가 작업의 변화라고 할까. 아무리 잘 키웠더라도 화분을 자연이라고 하진 않으니까. ‘싱그러운 여름’(2021)은 작가가 쓰고 그리는 ‘얼룩말 스토리’의 후속편쯤 되겠다. 기꺼이 주역을 내려놓고 조연의 자유를 얻은 얼룩말의 활약이 기대되는.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강형구·이명호·이지환·채성필과 여는 5인 기획전 ‘사고의 다양성’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16.8×91.0㎝.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 [e갤러리] AI도 독서는 피곤하다…이지환 '이래야 사람이지-독서'
    AI도 독서는 피곤하다…이지환 '이래야 사람이지-독서'
    오현주 기자 2021.09.15
    이지환 ‘이래야 사람이지-독서’(사진=갤러리그림손)[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나체의 나무인형이 돌아왔다. 빈 몸뚱이지만 내부엔 AI 장치가 들어 있는 듯한 똑똑한 실체. 취미는 독서, 특기는 책정리쯤 될까. 그 방대한 읽기로만 따져보면 사람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런데 이제야 사람다워 보이지 않는가. 책을 읽다가 곤히 잠들었으니 말이다. 작가 이지환이 고민하는 건 사실 나무인형의 정체성이 아니다. 사람의 정체성이다. 생각하고 휴식하고 기도하고 독서하는, 인간의 행태를 즐기는 형상을 데려다 놓고 진짜 인간이 놓친 게 뭔가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하려 해왔단 얘기다. 기계와는 다르다고 굳게 믿는 인간에게 울리는 경종이라고 할까. 덕분에 작가가 줄곧 고집하는 작품명 ‘디스 이즈 어 휴먼’(This Is a Human)에 대한 해석도 자유롭다. ‘이것은 인간’이기도 하고 ‘사람인 척’이기도 하니까. 결국 ‘이래야 사람이지-독서’(2021)에까지 왔다. 드디어 “인간과 AI, 두 존재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지점을 드러내려 했다”던 작가의 의도가 비로소 살아난 듯하다. 장지에 올린 특유의 부드러운 묘사와 은근한 색채가 열 일을 했다. 10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강형구·이명호·채성필·황나현과 여는 5인 기획전 ‘사고의 다양성’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162.2×130.3㎝.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
  • [e갤러리] '뭉친 덩어리'는 애정행각 중…김영배 '로맨스'
    '뭉친 덩어리'는 애정행각 중…김영배 '로맨스'
    오현주 기자 2021.09.10
    김영배 ‘로맨스’(사진=일우스페이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형상 없는 형상.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저 형상이 내보인 제스처는 알아챌 수 있다. 관계다. 그것도 썩 좋은 관계. 거대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저들은 지금 ‘애정행각’ 중이다. 소리도 없이 ‘꿀 뚝뚝 떨어뜨리는’ 눈빛을 쏘는 중이다. 통제된 색상과 절제된 조형으로 누군가는 “한 편의 조형시 같다”고 했던 작가 김영배(79)의 화업. 60년을 이어온 그 붓길은 결국 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서정적 추상성’이다. 사실 추상작업을 하면서 내용을 들키는 일은 흔치 않다. 추상언어에 기댈수록 어떤 해석에 갇힐까, 더 감추려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아무리 숨겨도 덮어도 다 드러난다. 자연 속 사람, 사람 속 자연 얘기라서다. 섞여 살다 보면 닮고 묻을 수밖에 없는, 딱 그 지점에 그림 한 점 던져두는 거다. 그럼에도 서로를 지켜주는 예의는 깍듯했다. 넘보는 일이 없고 거들먹거리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작품에 늘 깔아둔 ‘거리두기의 여백’이 그 의미일 거다. 닿지 않으면 부딪치지 않는다. 정적인 소재·주제 덕에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이려니 하면 오산이다. 100호(162×130㎝)를 넘기는 대작이 즐비하다. ‘로맨스’(2021)가 벌어진 저 현장도 가로폭이 2m를 넘긴다. 26일까지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서 여는 초대개인전 ‘김영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227×162㎝. 작가 소장. 일우스페이스 제공. 김영배 ‘해변에서’(2019), 캔버스에 오일, 130×97㎝(사진=일우스페이스)김영배 ‘내 영혼의 여행 205-12’(2005), 캔버스에 오일, 165×85㎝(사진=일우스페이스)김영배 ‘공존 202-2’(2002), 캔버스에 오일, 228×182㎝(사진=일우스페이스)김영배 ‘자연과 인공 87-1’(1987), 캔버스에 오일, 112×140㎝(사진=일우스페이스)
  • [e갤러리] "살아선 꽃, 죽어선 달"…배남경 '달'
    "살아선 꽃, 죽어선 달"…배남경 '달'
    오현주 기자 2021.09.09
    배남경 ‘달’(사진=금산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달’이다. 누가 봐도 달이다, 글씨로 보나 그림으로 보나. 조형성과 색채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냈다. 그 달에 흠뻑 빠져들었다면 슬슬 궁금해지는 건 저 화면을 만들어낸 방식이다. 바닥에 흐르는 나뭇결이며 그 안에 첩첩이 겹친 물감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마치 해상도를 낮춰 뽑아낸 듯한 모양이랄까. 사실 그렇게 봤다면 제대로 본 거다. 작품은 작가 배남경(50)의 다색목판화다. 작가는 독창적인 목판화기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한마디로 ‘전통에 얹은 진화한 전통’이다. 하나의 판을 사용해 제판을 거듭하며 인출하는 식인데, 수차례의 제판, 수십차례의 인출로 “회화와 같은 색감과 깊이를 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더랬다. 주제에서도 ‘튀었다’. 2016년부터 고집해온 ‘한글’연작. 주로 한 글자로 승부를 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꺼내놨다는 ‘새·옷·춤·빛’(2016), ‘빛·길·색’(2017) 등이 그것. 신작 ‘달’(2021)에선 의미를 좀더 넓혔다. 그리운 사람의 모습이란다. ‘꽃’(2021)과 나란히 붙여 “살아서는 꽃, 죽어서는 달”이라 했다. 18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금산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춤을 추고 웃는 글자들’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수상한 ‘강국진판화상’을 기념한 전시로 꾸렸다. 목판화(한지에 한국화 물감·먹). 180×139㎝. 작가 소장. 금산갤러리 제공. 배남경 ‘꽃’(2021), 목판화(한지에 한국화 물감·먹), 180×139㎝(사진=금산갤러리)배남경 ‘춤’(한글연작 3·2021), 목판화(한지에 한국화 물감·먹), 177×134㎝(사진=금산갤러리)배남경 ‘기도하는 사람들’(2020), 목판화(한지에 한국화 물감·먹), 70×121㎝(사진=금산갤러리)
  • [e갤러리] 굴곡진 현대사에 깊숙이 찔러넣은 붓…김영덕 '태고'
    굴곡진 현대사에 깊숙이 찔러넣은 붓…김영덕 '태고'
    오현주 기자 2021.09.01
    김영덕 ‘태고’(太古)(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김영덕(1931∼2020). 그 이름이 낯설다면 문인 박경리와 최인호가 잠시 나서주면 된다. 소설 ‘토지’와 ‘별들의 고향’에 삽화를 그린 인물이니까. 작가는 굴곡진 한국현대사에 깊숙이 붓을 찔러 넣는 작업을 했다. 특히 전쟁과 이데올로기로 어수선했던 1950년대, 부산 ‘국제신보’ 기자로 활동한 작가에게 그림은 현실이었고, 현실은 그림이었다. 충남 서산 출신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만 부산화단과 관련이 깊다. 부산 1세대 미술동인 ‘청맥’의 창립(1956)에 나섰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역작 ‘전장의 아이들’(1955)을 처음 내건 곳도 ‘청맥동인 창립전’이었으니까. ‘태고’(太古·1958)는 그즈음 연작 중 한 점이다. 초기에 선명했던 인간 실체를 점차 뼈만 남긴 그로테스크한 변형으로 지독하게 은유·상징하던 시절, 작품은 그가 내린 삶과 사회에 대한 결론처럼 보인다. 이후엔 작가 화업의 정점이라 할 1970년대 ‘인탁’(인간탁본) 연작, 인간 존엄성이 훼손돼가는 현실을 고발해간 그 붓길의 바탕이 됐다.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서 여는 ‘기지개 켜다: 신소장품 2015∼2021’ 전에서 볼 수 있다. 지난 7년간 박물관이 구입·소장한 작품·아카이브 중 130여점을 선별해 꺼내놨다. 캔버스에 유채. 73.5×61㎝.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제공.
  • [e갤러리] 무한증식하는 추상…천광엽 '옴니 no.11'
    무한증식하는 추상…천광엽 '옴니 no.11'
    오현주 기자 2021.08.31
    천광엽 ‘옴니 no.11’(사진=데이트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붉은’ 판에 홀리듯 다가서면 뜻밖의 장면과 만난다. 푸른 바닥 위에 수없이 찍힌 빨간 점과 점이 마치 세포분열하듯 무한증식하는 세상을 목도하는 건데. 축제를 즐기는 군무랄까, 생존을 위한 꿈틀거림이랄까.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 모노크롬의 화면은 작가 천광엽(63)이 ‘빚은’ 것이다. 작가는 점을 테마로 추상작업을 해온 대표적 단색화가다. 군집을 이룬 점들의 미세한 흔들림, 미묘한 파동을 잡아내는 독특한 화풍을 이어왔다. 이 작업을 위해 끌어들인 개념이 ‘옴니’(omni)다. 라틴어에서 따왔다는 이 말은 ‘전체’ ‘모든’이란 뜻을 가졌는데, 작가의 ‘옴니’는 한발 더 나아간다. ‘모든 것을 포함하고, 아무것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거다. 기법도 일반적이지 않다. ‘옴니 no.11’(2021)에 쿡쿡 찍은 저 점들이 붓 작업이 아니라니. 컴퓨터프로그래밍으로 디자인하고 플라스틱 시트지에서 타공한 거라는데, 그렇게 뽑은 점을 캔버스에 붙이고, 물감·안료를 바르고 말리고 갈아내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한다고 했다. “무한한 추상성을 경애한다”는 그림. 정신을 내다본다는 그것도 결국 지난한 노동이었다. 10월 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데이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옴니’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73×61㎝. 작가 소장. 데이트갤러리 제공. 천광엽 ‘옴니 no.31’(2020∼2021),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91×73㎝(사진=데이트갤러리).
  • [e갤러리] 부산은 기억할 '잃어버린 낙토'…채정권 '가을이 깊어가네'
    부산은 기억할 '잃어버린 낙토'…채정권 '가을이 깊어가네'
    오현주 기자 2021.08.27
    채정권 ‘가을이 깊어가네’(사진=미광화랑)[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채정권(1931∼2009)은 부산 1세대 화가다. 경남 고성에서 난 작가는 오랫동안 지역화단에서조차 소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고성·마산·진주·진해 등에서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거쳐 종국엔 ‘부산미술의 밀알’이 됐다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없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들여다본 듯한 ‘낙토지상주의’가 특징이다. 작품에는 향토색 물씬 나는 현실적 땅 위에 내려앉은, 천상이 혼재한 비현실적 낙원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환상적 화풍 덕에 작가를 두곤 ‘캔버스에 시를 쓴다’고들 했다. 실제로 작가는 마산문협·부산미협에서 시인인 동시에 화가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제각기 자기 몫을 움켜쥐고/ 법석거리는 노점의 한 나절// 귀로를 접어들면/ 노을진 들녘은 출렁이는 꽃방석”(‘귀로’ 1972) 같은 서정적 시구를 화면에 고스란히 올려냈다. 1977년 공간화랑에서 연 개인전에서 미술평론가 옥영식(77)은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이뤄진 그의 소박한 화폭은 우리 민화의 어떤 정감과 잇닿는 피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 이후 달궈온 붓감이 1990년대 절정에 달해 ‘가을이 깊어가네’(1994)에까지 이르렀다. 30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채정권 유작전’에서 볼 수 있다. 1970∼1990년대 화업을 망라한 50여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오일. 53×64.5㎝. 유족 소장. 미광화랑 제공. 채정권 ‘엄마와 숲속의 아이들’(1989), 캔버스에 오일, 24.3×33.2㎝(사진=미광화랑)채정권 ‘여름 강마을’(1994), 캔버스에 오일, 31.8×41㎝(사진=미광화랑)
  • [e갤러리] 비딱한 빨강…강예신 '오우 갓! 너 어딨니'
    비딱한 빨강…강예신 '오우 갓! 너 어딨니'
    오현주 기자 2021.08.24
    강예신 ‘오우 갓! 너 어딨니’(사진=아뜰리에아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비딱한 빨강’이 아닌가. 곱고 진한 빨간 배경에, 그보다 더 곱고 빨간 사과를 질끈 밟고 선, 악동 같은 저 소녀 때문에 말이다. 뺨까지 빨갛게 물들인 소녀는 핀으로 찌른 단발머리, 가로줄 양말 등으로 ‘심통’을 다 드러내고 있다. 작가 강예신(45)이 이제껏과는 다른 분위기의 신작을 꺼내놨다. ‘레드룸’ 시리즈다. 심드렁한 캐릭터를 내세워 “할 말 다 하는” 적극적인 작품세계를 열었다는 게 특징이다. 덕분에 감성·서정을 앞세워, 감추고 다듬어온 이야기를 해왔던 것과는 다른 스토리를 엮을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진 단연 ‘책장’ 시리즈였다. 나무틀을 짠 뒤 직접 제작한 책 수백권을 꽂아 그 조형미로 거대한 그림판을 만들었다. 섬세한 푸름으로 다시 없을 몽환적인 장면을 꾸려냈던 ‘숲’ 시리즈가 그 다음. ‘오우 갓! 너 어딨니’(Oh God! Where Are You·2021)는 그들을 넘어선, 작가가 숨겨둔 ‘스프링처럼 튀는 그림’의 탄생이랄까. 그 세상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면 하얀 토끼. ‘책장’에선 칸 몇 개를 턴 자리에 앉히고, ‘숲’에선 조용한 응시지로만 세워뒀던 토끼가 ‘레드룸’에선 소녀를 끌기도 말리기도 하는 적극적인 조연이 됐다. 9월 11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그린리(Greenly): 경험하지 못한 경험에 관하여’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45×38㎝.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 강예신 ‘그럴지도 모르지’(2021), 나무·종이·드로잉, 40×50×5㎝(사진=아뜰리에아키)강예신 ‘푸름으로(Into the Green)-아이보리의 수상한 외출’(2021), 캔버스에 오일, 130×193cm(사진=아틀리에아키)
  • [e갤러리] 머리론 따라잡을 수 없는 붓질…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머리론 따라잡을 수 없는 붓질…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오현주 기자 2021.08.20
    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5’(사진=누크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둥근 공에 새긴 듯한 형상. 하지만 정작 묘미는, 공처럼 보이지만 공이 아닌 데 있다. 평면을 구부리고 휘어지게 해 엄청난 착시를 유도한 것뿐이다. 색의 장난만도 아니다. 선명한 중앙색이 곁으로 빠지며 쇠락한 주변색이 돼가는 ‘시간’까지 얹었으니까. 이 모든 굴절이 지독하게 세밀해 왜곡을 진짜처럼 믿게 된 것이고. 작가 정소연(54)이 이런 독특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건 작가의 붓에 따라붙은 평범치 않은 이력 덕일 거다.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 지망생이 돌연 공학을 공부했던 일인데. 과학과 기술로 염탐한 예술, 그 영역확장에 저절로 나서게 됐다고 할까. 굴절 연작 중 한 점인 ‘포스트-네버랜드 5’(Post-Neverland 5·2015)는 이상적인 식물의 개념을 작가 나름대로 해석해 옮긴 거란다. 누군가 머리로 그린 식물도감의 도판을 참조했다는데, 한마디로 ‘그럴 듯하지만 현실에는 없는’이란 뜻이다. 이상향이지만 ‘절대 없는 땅’ 네버랜드의 식물편이라고 할까. 어쨌든 저 공 안에 다 들었다, 가장 완벽에 가까운 꽃·풀·새가.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지각의 공간, 인식의 장소’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지각의 장소, 인식의 공간’으로 알고 있는 일반상식에 어깃장을 놨단다. 사실 그 구분조차 헷갈리는 혼돈의 질서를 재편해보려 한 작가의 의지가 절반을 했다. 캔버스에 오일. 지름 120㎝. 작가 소장. 누크갤러리 제공. 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3’(Post-Neverland 3·2015), 캔버스에 오일, 폭 164㎝(사진=누크갤러리)정소연 ‘포스트-네버랜드 1’(Post-Neverland 1·2015), 캔버스에 오일, 130.3×162.2㎝(사진=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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