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저산업부

오현주

기자

e갤러리

  • [e갤러리] 표범, 마천루 등지다…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1'
    표범, 마천루 등지다…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1'
    오현주 기자 2021.06.18
    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1’(사진=갤러리나우)[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대단한 장면이 아닌가. 마천루가 즐비하게 솟은 대도시 한복판, 노을이 깔린 장엄한 전경을 고적한 눈매로 내려다보는 누군가가 있다. 마치 자신의 세상을 더듬는 듯한 그 누군가는 표범이다. 때를 기다리는 건가, 때를 걱정하는 건가. 투박하리만치 견고함을 입은 표범은 그만큼이나 단단한 저 도시의 일원처럼도 보인다. ‘회화가 도대체 뭔가’에 대한 대답을 목탄·파스텔·쇳조각·인조털 등 다채로운 재료로 찾아갔던 작가 김남표(51)가 카리스마 넘치는 유화로 돌아왔다. 숨이 탁 막히는, 진한 마티에르는 작가의 무기. 그 무기로 그간 바다면 바다, 들판이면 들판의 “소름 돋고” “닭살 돋는” 연작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을 빼내왔더랬다. 나이프로 물감을 덕지덕지 얹혀낸 뒤 붓 대신 면봉으로, 그 위에 엉킨 가느다란 실을 토해내듯 섬세한 감각을 뽑아내는 거다. 그렇게 완성한 장면은 시각보단 촉각을 위한 것이 됐다. 그러던 작가가 “이제 성(castle)을 떠나려 한다”고 선언을 한다. “성과나 보상처럼 쌓은 인간의 ‘성’이 크고 빛날수록 그림자가 드리운 비애 또한 선명하다”는 것을 보일 작정인가 보다. ‘순간적 풍경-캐슬 #1’(2021)이 그 중요한 분기점이 될 건가. 누가 봐도 초현실적 풍경인데, 누구라도 현실의 일부로 보고 싶은 건 정교한 묘사에 묻힌 진정성 덕일 거다.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152길 갤러리나우서 여는 개인전 ‘캐슬’(Castl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30.3×162.2㎝. 작가 소장. 갤러리나우 제공. 김남표 ‘순간적 풍경-캐슬#2’(Instant Landscape-Castle2·2021), 캔버스에 오일, 130.3×193.9㎝(사진=갤러리나우)
  • [e갤러리] 조각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림자에게…엄익훈 '발레하는 소녀'
    조각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림자에게…엄익훈 '발레하는 소녀'
    오현주 기자 2021.06.16
    엄익훈 ‘발레하는 소녀’(사진=표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두운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고 있는 것은 붉은 금속조각이다. 낱낱의 파편화한 개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묵직한 형상을 이뤘다. 그런데 추상 조각이 드리운 그림자가 말이다. 손동작·발동작이 유려한 발레리나가 아닌가. 조명이 만든 환영을 본 건가. 작가 엄익훈(45)은 조각으로 그림을 그린다. 이른바 ‘그림자 조각’ ‘그림자 드로잉’이다. 조각을 하고 그림도 그리는데, 궁극적으론 그림자가 없으면 완성이라 할 수 없는 조각작품을 빚어내는 거다. 이 그림자를 두고 작가는 “사물과 인접해 있지만 사물은 아니란 점에서 사물의 흔적이고, 그 대상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체는 사라지고 흐릿한 자취만 남기는 사람의 기억과 다를 게 없다는 거다. 인간의 근육과 골격을 떠올릴 형체는 돌돌 말아 연결한 스틸판. 작정하고 끊지 않으면 끊기지 않을 무한반복이 특징이다. 그런 조각에서 어찌 저런 그림자가 나오는가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그건 조각의 마음이니까. ‘발레하는 소녀’(2021)는 발레리나가 되고픈 조각의 속내를 비춰낸 것일 수도 있다. 7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표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조각의 환영: 열정’에서 볼 수 있다. 스틸·LED·우레탄페인트. 30.0×52.0×44.0(H)㎝. 작가 소장. 표갤러리 제공. 엄익훈 ‘거리공연에서 1’(2021), 스틸·LED·우레탄페인트, 25.0×52.0×55.0(H)㎝(사진=표갤러리).
  • [e갤러리] 서울 신도림 녹색다리의 미학…잉고 바움가르텐 '무제'
    서울 신도림 녹색다리의 미학…잉고 바움가르텐 '무제'
    오현주 기자 2021.06.15
    잉고 바움가르텐 ‘무제’(사진=갤러리JJ)[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낯설지 않은 녹색의 교각, 그 뒤로 늘어선 자동차 행렬, 더 멀리로 어슴푸레 여백을 채운 회색의 콘크리트까지, 친숙하다. 연이 있다면 단숨에 간파했을 저곳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어디쯤에 놓인 ‘대교’의 한 부분이다. 이 철덩어리의 삭막한 풍광에서 작가 잉고 바움가르텐(57)은 어떤 미학을 봤던 건가. 독일 출신 이 작가의 붓길을 따라나서면 도시가 보인다. 그이의 도시는 거대하고 거창하며 화려하고 휘황한 곳이 아니다. 그저 늘 봐왔던, 어느 집 발코니나 계단, 건축물의 모퉁이 같은, 지나치게 평범해서 섭섭하기까지 한 곳이다. 그런데 이들 속에서 작가는 사회문화적 현상과 분위기를 뽑아내고 주목받지 못한 채 배경으로만 남았던 이질적 부조화를 그럴듯하게 형상화하는 거다. ‘무제’란 타이틀 연작으로 내놓은 ‘서울 신도림 녹색다리’(Green Bridges, Shindorim, Seoul·2020)도 다르지 않을 터. 단출한 묘사지만 차갑지 않은 서정성을 얹은 기하학적 리듬, 밀도 있는 색채의 탐구는 작가의 장기다. 2009년부터 홍익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독일 작가의 작품에 서울 속 공간 묘사가 적잖았던 이유다. 7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갤러리JJ서 여는 개인전 ‘저스트 페인팅’(Just Painting)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0×60㎝. 작가 소장. 갤러리JJ 제공. 잉고 바움가르텐 ‘무제’(서울 하얏트호텔·2021), 캔버스에 오일, 60×50㎝(사진=갤러리JJ)
  • [e갤러리] 미혹하는 보석 뒤 숨긴 칼날…허유진 '플라스틱 다이아몬드'
    미혹하는 보석 뒤 숨긴 칼날…허유진 '플라스틱 다이아몬드'
    오현주 기자 2021.06.11
    허유진 ‘플라스틱 다이아몬드’(사진=이길이구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눈이 부신 그림이다. 유리컵도 영롱한데 그 속을 채운 ‘보석’ 덩어리는 그야말로 오색찬란하다. 세팅한 선과 면을 따라 사람 눈이 가늠할 수 있는 모든 빛과 색을 다 품고 있다. ‘투명한 유리’에 들어찬 빛·색을 끊임없이 탐색해온 작가 허유진(43)의 관심이 보석으로 옮겨갔나 보다.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다 못해 반짝이는 형체를 극사실주의적으로 그려온 지 20여년. 그간 굳이 변화를 찾아본다면 빛이 흡수하고 내뱉은 색의 변주 정도라고 할까. 그 과정 중에 이번 신작에 새로운 오브제가 등장한 거다. 여전히 극사실주의 기법을 고수하지만 작품에 들인 내용은 극사실은커녕 사실적이지도 않다. 가짜 보석, 작품명 그대로 ‘플라스틱 다이아몬드’(2021)이니 말이다. 결국 형상은 바뀌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속내를 이렇게 드러낸 셈인가. 작품의 의도는 어렵지 않게 전달된다. 눈을 유혹하는 그림으로 세상을 유혹하는 허상을 표현하려 했다는. “참과 거짓, 실재와 상상, 이미지와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가짜 욕망을 소비하는 모습”을 풍자했단다. 화려한 빛·색 뒤에 숨긴 칼날이 매섭다.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58길 이길이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플리스틱 다이아몬드’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16.8×91㎝. 작가 소장. 이길이구갤러리 제공. 허유진 ‘플라스틱 다이아몬드’(2021), 캔버스에 오일, 162.2×97㎝(사진=이길이구갤러리)
  • [e갤러리] 수프깡통이 지배하는 세상…이로 '캠벨#01'
    수프깡통이 지배하는 세상…이로 '캠벨#01'
    오현주 기자 2021.06.10
    이로 ‘캠벨#01’(사진=갤러리그라운드시소)[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거친 회색벽 저 멀리 원통형 모형이 내려앉았다. 어렵지 않게 정체를 알 수 있다. 캠벨수프 깡통. 1960년대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대표한 상징으로 우뚝 섰던 그 깡통이다. 한동안 캠벨수프에 고정했던 시선을 떼어내면 그제야 주변이 보인다. 대도시 어디쯤일까. 빌딩과 차, 광고판이 어지럽게 들어찼다. 대놓고 ‘캐피털리즘’(Capitalism·자본주의)이란 테마도 새겨놨다. 얼핏 스트리트 아트의 영감·기법이 보이는 작품은 작가 이로(IRO·최일호)가 제작한 ‘캠벨(Campbells)#01’(2021)이다. 보이는 그대로 작가는 대도시의 정면과 이면을 펼치고 들추는 작업을 한다. 주요 재료는 스티로폼. 인두로 녹여 그리고, 누구든 콘크리트라고 믿게 할 색을 입힌단다. 화두는 도시, 자본주의, 권력이다. 꽉 찬 듯하지만 몇몇 요소만 거둬내면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이들의 특징을 새기듯 파내듯 꺼내놓는데. 덕분에 의도와 메시지가 선명하다. 도시의 진리가 된 자본주의란 권력이 만든 풍경, 저 안에서 우린 과연 무엇이겠느냐를 묻고 있는 거다. 가장 가벼운 재료인 스티로폼에 가장 무거운 주제인 자본주의를 얹어놨다. 12일까지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갤러리그라운드시소서 여는 개인전 ‘올드 캐피털리즘’에서 볼 수 있다. 스티로폼에 혼합재료. 72.0×91.0㎝. 작가 소장. 갤러리그라운드시소 제공. 이로 ‘파인드 스트리트’(Find St.·2021), 스티로폼에 혼합재료. 91.0×62.0㎝. 작가 소장. 갤러리그라운드시소 제공(사진=갤러리그라운드시소)
  • [e갤러리] 고단한 클래식카, 벽 뚫고 나온 사연…강세경 '신 201908'
    고단한 클래식카, 벽 뚫고 나온 사연…강세경 '신 201908'
    오현주 기자 2021.06.08
    강세경 ‘신 201908’(사진=리서울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KSK 508’이란 번호판을 단 빨간 클래식카의 반란이라고 할까. 벽을 뚫고 나왔는지, 액자를 뚫고 나왔는지, 아니라면 세상을 뚫고 나왔다고 할까. 말이 좋아 클래식카, 아니 말 그대로 클래식카인 저 몸뚱이에선 녹이 슬고 색이 벗겨진 고단이 묻어난다. 작가 강세경(48)은 오래 묵은 자동차를 그려왔다. 계기가 있단다. 10여년 전 어느날 골목길에서 빠른 속도로 덮칠 듯 달려오는 트럭을 보고 ‘순간 번쩍’했다는 건데. 그 기억과 풍경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차는 많고 근사한 차는 더 많은 요즘. 그래서 자동차보다 시선을 끄는 ‘거리’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 없는 낡은 도로에서 벌어진 흑백필름 같은 장면. 판타지보다 더 극적인 연출로 새겨넣은 ‘신(Seen)’ 연작은 그렇게 태어났다. ‘신 201908’(2019)은 그중 한 점. 실물이나 사실일 수 없는, 보고 있으나 믿기지 않는 ‘미혹’의 작품, 그 속에 들인 자동차는 대부분 1940∼60년대 미국산 명차를 끌어다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거란다. “묵직하면서 예쁘고 화려하지만 세월이 녹아든, 폐차 직전의 녹슨 차들에서 본분을 다했을 때의 위엄이 느껴진다”고 했다. 12일까지 서울 마포구 양화로 리서울갤러리서 여는 ‘강세경 개인전’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162.0×130.0㎝. 작가 소장. 리서울갤러리 제공. 강세경 ‘신 20200804’(2020), 캔버스에 오일, 60.0×72.0㎝(사진=리서울갤러리)강세경 ‘신 202012’(2020), 캔버스에 오일, 112.0×162.0㎝(사진=리서울갤러리)
  • [e갤러리] 고립이 짠 스웨터…김지은 '이건 내 스웨터가 아니에요'
    고립이 짠 스웨터…김지은 '이건 내 스웨터가 아니에요'
    오현주 기자 2021.06.04
    김지은 ‘이건 내 스웨터가 아니에요’(사진=팔레드서울)[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림보다 먼저 눈에 띄는 건 글이다. 여전히 작가 김지은(50)은 캔버스에 텍스트를 올리고 있었다. 언어와 그 언어가 촘촘히 빚어낸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수집한 텍스트를 과감하게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한다. “작품을 비추는 영감이나 작품을 곧추세우는 희망 같은 것을 거기서 찾아낸다”고 했더랬다. 신작 ‘이건 내 스웨터가 아니에요’(2021)는 좀더 적극적인 형태다. 영국 출신 소설가 줌파 라히리의 단편 ‘변화’가 모티프란다. 내용은 심플하다. “변하고 싶은 이유를 찾으려 낯선 도시로 떠나고 그곳에서 아끼던 스웨터를 잃어버렸다가 되찾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하니. 그런데 작가는 소설 속 스웨터가 팬데믹이란 낯선 시공간에 갇힌 자신을 은유하는 것처럼 여겨졌다는 거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한 데 들이는 작업본능이 발동한 건 물론이다. 그림에 올린 패브릭·나뭇가지·실 등은 소설에서 따왔단다. 나뭇가지로 텍스트를 새기고, 광목으로 배접한 화폭에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작업은 치유를 위한 중요한 요소였다고 했다. 고립이 허락한 창조. 굳이 화면의 글을 읽으려 애쓸 필요는 없단 뜻이다.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팔레드서울서 여는 개인전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에서 볼 수 있다. 광목에 먹·분채·자수. 70×84㎝. 작가 소장. 팔레드서울 제공. 김지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계절이 변하고 있었다’(2021), 먹·금박·자수·면, 100×142㎝(사진=팔레드서울)
  • [e갤러리]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워 할 것들…이호국 '나들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워 할 것들…이호국 '나들이'
    오현주 기자 2021.05.27
    이호국 ‘나들이’(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세상을 다 덮어버린 푸른 가로수길을 네 개의 바퀴가 달리고 있다. 눈까지 싱그럽게 하는 이 경쾌한 라이딩은 작가 이호국(55)이 캔버스 위로 슬쩍 내보인 그만의 세계다. 작가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자연, 또 그 속에서의 즐거운 한때를 그린다. 늘 보던 풍경이지만 늘 볼 순 없는 풍경화란 뜻이다. 이를 만들어낸 작가만의 독특한 무기가 있다. ‘선’이다. 수백 수천을 헤아릴 무수한 선을 그어 형체를 빚어내는데. 가는 붓을 써 한 방향을 향해 고르게 뉘인 반복이 관건이다. 마치 바람과 공기, 나아가 사람의 숨에까지 색을 입힌 듯하달까. 여기에 포인트는 자전거를 타고 냅다 달리는 아이들, 혹은 무리지어 엉켜 뛰노는 아이들이다. “선은 나의 조형언어며 아이들과 나무는 행복을 전해주는 매개체”라고 말해온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 미션을 실행케 해준 초록이 주조색이 됐다. 진한 흙빛의 나무, 점점의 분홍 꽃잎, 노랗고 빨간 자전거 행렬이 박힐 때도 있지만, 빛과 그림자 모두를 대신한 건 단연 초록이다. 선을 긋자 자연스럽게 생긴, 홈과 홈이 만든 두툼한 마티에르는 덤이고 또 유혹이다. ‘나들이’(2021)에 함께 나서자는 손짓 같아서.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올미아트스페이스서 여는 초대개인전 ‘선을 그으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7×130.3㎝. 작가 소장. 올미아트스페이스 제공. 이호국 ‘나들이’(2021), 캔버스에 오일, 60.6×72㎝(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이호국 ‘나들이’(2021), 캔버스에 오일, 60×100㎝(사진=올미아트스페이스).
  • [e갤러리] 단추로 가는 자동차, 이것이 희망…김현영 '아무도 몰라도'
    단추로 가는 자동차, 이것이 희망…김현영 '아무도 몰라도'
    오현주 기자 2021.05.26
    김현영 ‘아무도 몰라도’(사진=갤러리쿱)[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늘과 땅. 구름·햇살이 뒤엉킨 하늘과 단추가 끄는 낡은 자동차가 굴러가는 땅. 그 사이에 새 한 마리가 앉았다. 오늘은 모두가 바깥나들이에 나선 ‘운 좋은 날’이다. 푸른 나무라곤 한 그루뿐이어도 당장 멈춰서도 이상할 게 없는 자동차여도 “우리는 간다, 드디어!” 첫눈부터 무장해제시키는 이 장면은 작가 김현영(51)의 마음이다. 작가는 따뜻한 서정이 피어나는 순하고 여린 화면을 만들고, 척박한 세상에 던져놨다. 그런데 용케들 살아남았다. ‘아무도 몰라도’(2021) 말이다. 작품은 짐작할 수 있듯 ‘희망’을 말한다. 히스토리가 있는 희망이다. 2006년 첫 개인전에서 작가는 무턱대고 ‘힘내라’는 그림을 그렸더란다. 그러다 그 힘이 아픈 사람에겐 ‘회복’이어야 하고, 또 ‘사랑’이어야 하고 ‘새싹’이어야 하고 ‘희망’이어야 한다는 데까지 이어졌다는 거다. 메신저라 할 하얀 새는 그 과정에서 등장했다. 최근 작업에선 ‘양념’을 더했다. 콜라주한 천이다. 때론 꽃송이, 때론 집·배·자동차가 되는 ‘실밥 풀린 천’은 작품에 풍미와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지우기를 반복해 바탕을 제작한단다. 덧입히고 긁어내고, 수없이 되풀이하는 그 일이 마치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세월 같더라고 했다. 6월 2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갤러리쿱서 여는 초대개인전 ‘하나, 둘, 셋 다시’에서 볼 수 있다. 100호부터 소품까지 24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45.5×33.4㎝. 작가 소장. 갤러리쿱 제공.

더보기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