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레저산업부

오현주

기자

e갤러리

  • [e갤러리] 찢어진 못난 놈도 품는다…신경균 '응시 I'
    찢어진 못난 놈도 품는다…신경균 '응시 I'
    오현주 기자 2021.04.12
    신경균 ‘응시 I’(사진=노블레스컬렉션)[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땅으로 내려온 보름달. 터질 듯한 풍만함조차 숨기려는 소박함. 미백의 무색으로도 우아한 형상. 으레 ‘달항아리’에 따라붙는 말이 아닌가. 그런데 뭐가 잘못됐나. 이지러진 형체, 터진 옆구리, 누르스름한 색, 흉터같은 얼룩. 이렇게 기어이 제 속을 드러낸 항아리는 작가 신경균(57)이 빚은 ‘응시 I’(2018)이다. 작가는 열다섯부터 도예에 입문한, 국내 대표 달항아리 작가다. 자라난 배경이 컸다. 도예가 장여 신정희(1930∼2007)의 아들이었으니. 그렇다고 배경만 안고 있진 않았다. 우리 흙을 고르고, 물과 불에 까탈을 부렸다. 여전히 발 힘으로 물레를 차고, 7∼8년 건조한 국산 소나무만 가마에 넣는단다. 다만 고집은 거기까지다. 옛 장인이라면 으레 깨부쉈어야 할 못난 달항아리까지 품어냈으니. ‘응시 I’은 작가의 수많은 잘난 자식 중 아픈 손가락인 셈. 뜨거운 불길을 못 견뎌 터졌거나 장작에 맞아 상처가 난 건데, 작가는 “못생겨도 내 자식인데, 살아나온 게 대견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자신감일 거다. 이런 것쯤에는 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 괜히 ‘달항아리의 달인’ ‘백자의 장인’이라 하겠는가.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 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달빛’(Moonlight)에서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색과 모양의 달항아리 13점을 내놨다. 백자에 철화. 지름 38.3㎝ 높이 38.5㎝.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 신경균 ‘월인천강’(2015). 백자, 지름 46.2㎝ 높이 49.5㎝(사진=노블레스컬렉션).
  • [e갤러리] '섬광 눈빛'이 찌르고 있는 것…존 마토스 크래시 '황소의 눈'
    '섬광 눈빛'이 찌르고 있는 것…존 마토스 크래시 '황소의 눈'
    오현주 기자 2021.04.08
    존 마토스 크래시 ‘황소의 눈’(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살아있는 전설’. 이보다 생생하게 그를 설명할 다른 표현은 사실 없다. 존 마토스 크래시(60)란 이름을 굳이 뒤로 뺀다면 말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10대 꼬마들이 하는 일 말이다. 지하철역에 냅다 낙서를 휘갈기고 후다닥 도망가는 일. 의기투합했던 또래의 키스 해링(1958∼1990)과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가 요절하고 그만 홀로 남아 ‘살아있는 낙서의 전설’이 된 거다. 행위도 행위지만 장소가 특별했다. 뉴욕 지하철역. 그땐 몰랐을 거다. 그곳이 미래의 그에게 미칠 영향력을. 1980년 그는 역을 갤러리로 바꾸고 패션 모다의 획기적인 전시를 기획하는데, 그라피티 운동의 적극적인 출발을 알리는 기념비적 ‘사건’을 만든 거다. 이후 그의 낙서도 진화했다. 벽을 잘라낸 듯한 캔버스에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 캐릭터를 옮겨놓는 독창성을 발휘하는데. 번뜩이는 ‘눈’에서 뿜어나오는 번쩍이는 ‘섬광’은 그의 무기가 됐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붓처럼 뿌려 현란한 색채감을 얹어낸 ‘황소의 눈’(Bull’s Eye·2018)에선 여전히 꿈틀대는 스트리트 아트의 집요한 행보가 엿보인다.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셰퍼드 페어리, 뱅크시, 존원, 제우스, 빌스와 함께 연 그라피티 아티스트 기획전 ‘스트리트 아트’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 116×126㎝. 작가 소장. 이데일리문화재단 제공.
  • [e갤러리] "수십번 칠해 만든 평면TV 같은 화면"…한홍수 '결 1'
    "수십번 칠해 만든 평면TV 같은 화면"…한홍수 '결 1'
    오현주 기자 2021.04.07
    한홍수 ‘결 1’(사진=토포하우스)[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첩첩이 겹친 산세인 듯도 하고, 거센 바람에 밀어닥치는 바다의 파도 행렬인 듯도 하다. 아련하고 아득하며 깊고 은은하다. 캔버스에 올린 물감이 마치 한지에 올린 수묵인 양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는 이 작업은 작가 한홍수(62)의 붓끝이 만든 것이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작가는 ‘결의 화가’라 불린다. 흔히 인위적으로 쌓아올린 레이어라 부르는 ‘층’이 아니라 물감이 닿는 바닥의 성질에 따라 흘러가게 둔 ‘결’을 담아내는 건데. 특별한 것은 부피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무중력 질감’을 가능케 한 기법이다. 30년 전 프랑스로 건너간 작가는 거리의 초상화가로 전전하다 어느 날 그림을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떠올린 스승은 독일 표현주의의 거장인 A R 펭크.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 들어갔고, 2년 반 동안 국경을 넘어다니는 그 일을 해냈다. 결국 스승의 경지를 뛰어넘은 건가. 작가의 말마따나 “부드러운 붓으로 수십 번 칠해 다져낸 평면TV 같은 화면”이 만들어졌다. 길이 230㎝, 안온한 추상의 세상으로 펼쳐낸 ‘결 1’(2021)이다. 바람결이든 물결이든 숨결이든 이젠 뭐든 상관없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토포하우스서 여는 개인전 ‘결’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227.3×181.8㎝. 작가 소장. 토포하우스 제공.
  • [e갤러리] 고인돌에 핀 유토피아…임근우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
    고인돌에 핀 유토피아…임근우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
    오현주 기자 2021.04.05
    임근우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사진=장은선갤러리)[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인돌이지 싶다. 떡하니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검은 돌덩어리가 말이다. 색도 모양도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나이를 먹었다’. 여기까지가 딱딱한 ‘과거의 현실’이라면 그 위는 말랑한 ‘미래의 꿈’이다. 복숭아꽃 무더기를 뿔처럼 머리에 꽂은 말 두 마리가 사이좋게 한때를 보내고 있으니. 작가 임근우(63·강원대 미술학과 교수)의 ‘독특한 세상’이 돌아왔다. 작가는 고고학과 미술을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난 시간을 의미하는 ‘고고학’에 내일의 상황을 내다보는 ‘기상도’를 올린 ‘고고학적 기상도’란 연작을 해왔다. 테마가 그렇듯 작품은 각각의 형상은 살리되 시공간이 혼재된 거대한 스펙트럼을 내보이는데. 고고학을 상징하는 선사시대 유물과 기상도를 상징하는 이상향의 캐릭터가 그거다. ‘코스모스-고고학적 기상도’(2018)는 작가의 말 그대로 “고인돌에서 발견한 유토피아”인 셈. “심산유곡 어디든 무릉에 활짝 핀 복숭아꽃 배달을 할 작정”이라는 작가는 “역사란 게 흥하고 망하는 일의 연속인데 굳이 오늘을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장은선갤러리서 여는 초대전 ‘다시 희망의 나라로’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2×130㎝. 작가 소장. 장은선갤러리 제공.
  • [e갤러리] '훼손불가'한 낙서의 최고봉…존원 '라운드 더 월드'
    '훼손불가'한 낙서의 최고봉…존원 '라운드 더 월드'
    오현주 기자 2021.04.01
    존원 ‘라운드 더 월드’(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뜨거운 작가가 더 뜨거워졌다. 국내 한 전시장에 건 낙서화에 ‘낙서로 화답’한 관람객의 엉뚱한 붓질 때문이다. 거리의 벽에 긋고 쓰고 칠하는 스트리트 아트에선 왕왕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벽이 실내로 들어오면서 불거진 건데. 작품 곁에 붓과 물감통까지 구비해두고 정작 ‘낙서금지’를 써붙이지 않은 주최측의 ‘아차!’를 탓해야 하나. 의도치 않게 ‘작품훼손사건’에 휘말린 존원(58·존 앤드루 페렐로) 얘기다. 미국 뉴욕 할렘가를 쏘다니던 그는 언제든 낙서할 준비가 돼 있던 10대를 보냈다. 도미니카공화국 이민자 아들로 초등 정규교육도 못 받았지만 ‘그라피티 아티스트’로서는 손색이 없었다. 그의 이름에 ‘세계적’이 붙은 건 24세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이후다. 에어프랑스·겔랑·페리에 등 기업 제품에 디자인을 얹으며 명성을 얻었고, 2015년 프랑스 문화예술인의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까지 수훈하기에 이른다. 그의 에너지가 들끓는 곳은 여전히 거리다. 하지만 여느 그라피티와 선명하게 다른 점이 있으니, 그 에너지를 가둘 줄도 안다는 거다. 캔버스에 말이다. 그렇다고 분방한 색·선이 어디 가겠나. ‘뿌리고 칠하고 던진’ 추상으로 폭발시킨 자유와 희망을 향한 의지, ‘라운드 더 월드’(Round the World·2019)다.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셰퍼드 페어리, 뱅크시, 존 마토스 크래시, 제우스, 빌스와 함께 연 그라피티 아티스트 기획전 ‘스트리트 아트’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114×110㎝. 작가 소장. 이데일리문화재단 제공.
  • [e갤러리] 봄꿈 꾸는 '고양이'…구채연 '꽃 피는 봄이 오면'
    봄꿈 꾸는 '고양이'…구채연 '꽃 피는 봄이 오면'
    오현주 기자 2021.03.30
    구채연 ‘꽃 피는 봄이 오면’(사진=갤러리쿱)[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무릇 ‘봄’이라 하면 이 정도는 돼줘야 한다. 칙칙했던 나무에 꽃망울이 터지고, 잔뜩 움츠렸던 새와 고양이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세상이 화들짝 깨어나고 물도 땅도 말랑하고 부드럽게 변신하는 시간. 작가 구채연(47)의 붓이 맹렬히 움직이는 시점도 이때가 아닐까 싶다. 행복을 찍어 사랑을 그리고 위로를 덧입히는 작가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만물이 기지개를 켜대는 타이밍을 놓칠 순 없는 거다. 그런 작가가 작품에 항상 들이는 대상이 있다. ‘고양이’다. 의인화한 고양이를 데려다가 진짜 사람이 꿈꾸는 세상에 던져 놓는 거다. 바람 좋은 날엔 동네산책에 나서고, 볕이 좋으면 늘어지게 잠도 자고, 그저 쉬고 노는 일에 충실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이런 고양이를 두고 작가는 “불안정하고 걱정 많은 현대를 사는 우리 삶에 의인화한 매개체를 들여 작은 행복을 느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꽃 피는 봄이 오면’(2021)은 여유와 치유를 채우는 작업을 100호 규모로 키워낸 것. “보통의 날들, 우리 미래에 곧 다가올” 바로 그날을 바라는 마음만큼이다. 4월 7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갤러리쿱서 여는 개인초대전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볼 수 있다. 신작 29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 162.2×112.1㎝. 작가 소장. 갤러리쿱 제공.
  • [e갤러리] '노이즈'를 기어이 살려낸 까닭은…박종규 '~크루젠'
    '노이즈'를 기어이 살려낸 까닭은…박종규 '~크루젠'
    오현주 기자 2021.03.29
    박종규 ‘~크루젠’(~Kreuzen·사진=갤러리조은)[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푸른 바탕을 잠식해 가는 핑크색 균열. 저 ‘깨짐’이 낯설지만은 않은 건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흔적이라서다. 흔히 컴퓨터 화면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무너질 때 내는 소리 없는 파열음이라고 할까. ‘푸른’이 남을지, ‘핑크’가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긴장감을 작가 박종규(55)는 화면에 옮긴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을 모티프로 삼는다. 그 최소의 것에서 점과 선으로 빼낸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생명력’인 ‘노이즈’를 드러내는 건데. 때론 잡음으로, 때론 불순물로 해석되는, 그래서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것으로 취급했던 노이즈를 살아남을 이유가 선명한 ‘귀한 존재’로 복원해내는 거다. 방식이 단순치 않다. 컴퓨터에서 픽셀 이미지로 재배치한 노이즈를 시트지로 인쇄한 뒤 정제한 점과 선을 떼어내고 아크릴물감을 덧칠한다. 그 과정에서 노이즈는 살고, 노이즈가 아닌 것이 되레 불순물로 걸러진다고 했다. ‘교차한다’ ‘횡단한다’는 뜻의 ‘~크루젠’(~Kreuzen·2021)은 그렇게 나왔다. 오늘 우리가 뭔가 선택하고 버렸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였는지, 그걸 이렇게 묻고 있다. 4월 9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개인전 ‘~크루젠’에서 볼 수 있다. 5년 만의 개인전에 28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아크릴. 145.5×112.1㎝. 작가 소장. 갤러리조은 제공. 박종규 ‘~크루젠’(~Kreuzen·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3×97㎝(사진=갤러리조은)
  • [e갤러리] '까맣게! 자신있게!' 비틀기 천재…셰퍼드 페어리 '검게 칠해주세요'
    '까맣게! 자신있게!' 비틀기 천재…셰퍼드 페어리 '검게 칠해주세요'
    오현주 기자 2021.03.25
    셰퍼드 페어리 ‘검게 칠해주세요’(사진=이데일리문화재단)[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한눈에 시선을 확 잡아끄는 광고 전단지. 분명히 대단한 상품일 거다. 노리끼리한 종이에 붉은 바탕을 깔고 검은 그림과 글씨를 올렸으니. 이보다 ‘센’ 강조는 드물다. 그런데 찬찬히 뜯어볼수록 ‘다른 의도’가 보이는 거다. 당장 한 손에 올린 깡통에 든 물체가 말이다. ‘블랙’이란 표시만 보고, ‘실내’와 ‘실외’란 단어만 보고, 퍽 쓸 만한 검정색 페인트인가보다 하기엔 뭔가 미심쩍다는 얘기다. 그래. 저 깡통을 채운 건 흔히 ‘검은 기름’이라 말하는 석유다. 그제서야 ‘실내·실외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이란 비아냥이 제대로 읽힌다. 바로 석유가 무기가 된 세상을 나무라는 거다. 셰퍼드 페어리(51).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의심없이 꼽히는 이다. 첫째가 메시지고 둘째가 기법. 반전·평화·환경 등의 주제를 단순하지만 강렬한 인물·도안·문구에 녹여낸 ‘오베이 브랜드’는 그의 이름보다 앞서는 대표작이다. ‘검게 칠해주세요’(Paint It Black·2019)는 그중 한 점. 꼬집기·비틀기의 천재가 야심차게 내놓은 ‘까맣게! 자신있게!’ 편이라고 할까.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일로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서 뱅크시, 존 원, 존 마토스 크래시, 제우스, 빌스와 함께 연 그라피티 아티스트 기획전 ‘스트리트 아트’에서 볼 수 있다. 면 아카이벌 페이퍼에 세리그라프. 76.2×104.1㎝. 작가 소장. 이데일리문화재단 제공.
  • [e갤러리] 여행을 그린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 위해…김봄 '빨간 지붕'
    여행을 그린다 떠나지 못하는 이들 위해…김봄 '빨간 지붕'
    오현주 기자 2021.03.23
    김봄 ‘빨간 지붕’(사진=갤러리그라운드시소)[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끝없는 지붕의 행렬. 대충 세우고 얹은 듯하지만, 한눈에 잡히는 게 있다. ‘각’이다. 대단히 자유로운 각. 비슷하지만 같은 게 하나도 없는 저들의 모양이 그렇고, 빽빽하지만 비집고 들 길은 기꺼이 내줄 저들의 마음이 그렇다. 작가 김봄이 애정으로 가꾼 지붕동네가 말이다. 세상의 ‘붉은’은 다 모아 얹고 ‘빨간 지붕’(Red Roofs·2018)이라 이름 붙인 저곳. 작가는 여행을 그린다. 풍경과는 다르다.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라서다. 어느 한때 여행지서 만난 낯선 감성,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섞어내는 일이라서다. 작가는 “장소와 풍경은 무대세트가 되고 여러 도상은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이 된다”고 했다. 사실 작가의 ‘무기’는 10여년을 이어온 ‘그림지도’ 연작이다. 몇 해 전부턴 위성사진의 힘을 빌려 ‘진짜 도시’를 색과 점만으로 다시 빚는 작업을 했다. 그러곤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를 자처한다”고 했더랬다. ‘빨간 지붕’은 거기서 형식을 걷어내고 시선을 덧입힌 ‘심상지도’ 쯤 되려나. 넋 놓고 들여다보게 하는 ‘붓썰미’가 대단하다. 4월 4일까지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7길 갤러리그라운드시소서 여는 개인전 ‘어디 다른 곳으로’(Elsewhere)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 72.5×53㎝. 작가 소장. 갤러리그라운드시소 제공. 김봄 ‘마포’(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130×194㎝(사진=갤러리그라운드시소)

더보기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