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부

최정희

기자

BOK워치

  • 11월, 역대 가장 중요한 금통위…'최종금리' 논란 커진다[BOK워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1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역대 금통위 중 가장 중요한 금통위가 될 전망이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쯤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금리를 2.5%포인트 올리는 기록적인 금리 인상에도 물가상승세는 안 잡히고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외환시장 뿐 아니라 자금조달 등 자본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끼리도 눈에 띄게 의견이 달라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나눠지고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 궤도에 오른 셈이다.*한은 11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미국 12월 0.5%포인트 인상 전제(금리는 상단을 기준으로 그래프 작성)출처: 한국은행◇ 다른 배 탄 금통위원들…“성장·물가 인식차 커졌다”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던 10월 금통위에선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작년 10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해 임지원(현재 퇴임)·서영경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이후 11월 금리 인상이 이뤄졌고 올 들어선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 2명이나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은 금통위 내부에 의견이 상당히 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성장은 나쁘게, 물가는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본 반면 나머지 위원들은 성장은 소비를 중심으로 안정되고 물가는 더 길게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0.25%포인트 인상 주장을 한 위원은 “가계 초과저축이 내년까지 소비를 유발할지 불확실한 데다 해외소비가 국내 소비를 대체할 수 있어 내년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라며 “내년엔 근원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를 2%내외로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금리 상단을 3%대 초반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소수의견을 낸 또 다른 위원도 “내년 성장세가 8월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고용여건이 악화돼 근원물가, 임금상승률도 하락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 중후반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을 금리 결정 변수로 삼는 것도 꺼렸다. 그는 “국내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고 환율 상승의 소비자 물가 전가율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빅스텝을 주장한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금통위원은 “환율 상승,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감안할 때 향후 1년간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률은 내년 들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나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며 “정책 기조를 긴축 수준으로 조기에 전환하고 물가 안정세가 확고히 다져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시기에는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진다”며 “환율은 비단 물가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동,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또 다른 책무와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금리 인상 폭이 큰 국가일수록 환율 절하폭이 낮은 경향이 나타나고 내외금리차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 내국인의 해외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또 “민간소비의 약 10%에 달하는 초과 저축이 소비재원으로 활용돼 금리 인상 관련 의도치 않은 과도한 경기 하락 가능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견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우려해 회사채·CP(기업어음) 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걱정했으나 빅스텝 주장 금통위원들은 회사채 시장 부진에도 은행의 기업 대출로 기업 자금 조달이 대체로 원활하다는 데 주목했다. ◇ 11월 빅스텝 인상시 ‘4대 3’ 최악 배제 못해 금통위원들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 인상을 할 경우 소수의견이 3명이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은 금통위 역사상 소수의견이 3명 나온 것은 콜금리 도입 이후였던 1999년 이후 세 번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1월 빅스텝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12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줄인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25%로 하고, 연준이 12월 0.5%포인트 올린 4.25~4.5%로 결정한다면 금리 역전폭 1.25%포인트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벌어지고 이 경우 환율 급등 등이 예측 불가라는 우려가 나온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인상될 확률은 52%, 4.5~4.75%까지 오를 확률은 48%로 반반 수준이다. 한은으로선 11월, 12월 연준의 금리 결정을 예견하고 베팅하는 수준의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금통위원간 최종금리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소수의견을 낸 비둘기(완화 선호) 금통위원들은 최종금리 3.25%를 선호하나 매파(긴축 선호) 위원들은 3.5~3.75% 이상을 선호하고 있다. 비둘기 위원들은 연준보다는 국내 경기, 자본시장 불안 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큰 반면 매파 위원들은 연준의 높아진 최종금리, 물가 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한은과 금리 오버킬(Overkill·과도한 경기진정책) 가능성이 대치될 것으로 보인다. 매파 위원들 내에서도 이견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9월에 겪었던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에 따른 환율 급등은 한은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연준의 최종금리 상향 조정에도 환율은 1400원 초반대에서 안착하는 분위기이지만 환율이 이대로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은이 미국을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며 오버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오버킬은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이 역시 환율 급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11월이 될 전망이다.
    최정희 기자 2022.11.0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1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역대 금통위 중 가장 중요한 금통위가 될 전망이다. 작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쯤 어떻게 끝맺음을 할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금리를 2.5%포인트 올리는 기록적인 금리 인상에도 물가상승세는 안 잡히고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외환시장 뿐 아니라 자금조달 등 자본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끼리도 눈에 띄게 의견이 달라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3대 3으로 나눠지고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종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 궤도에 오른 셈이다.*한은 11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미국 12월 0.5%포인트 인상 전제(금리는 상단을 기준으로 그래프 작성)출처: 한국은행◇ 다른 배 탄 금통위원들…“성장·물가 인식차 커졌다”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던 10월 금통위에선 주상영, 신성환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작년 10월 금리 동결 결정에 반해 임지원(현재 퇴임)·서영경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이후 11월 금리 인상이 이뤄졌고 올 들어선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졌다. 2명이나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은 금통위 내부에 의견이 상당히 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상영·신성환 위원은 성장은 나쁘게, 물가는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고 본 반면 나머지 위원들은 성장은 소비를 중심으로 안정되고 물가는 더 길게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0.25%포인트 인상 주장을 한 위원은 “가계 초과저축이 내년까지 소비를 유발할지 불확실한 데다 해외소비가 국내 소비를 대체할 수 있어 내년 민간소비가 완만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은 다소 낙관적”이라며 “내년엔 근원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근원물가를 2%내외로 안정시키기 위한 기준금리 상단을 3%대 초반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소수의견을 낸 또 다른 위원도 “내년 성장세가 8월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고용여건이 악화돼 근원물가, 임금상승률도 하락할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 중후반 국내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율을 금리 결정 변수로 삼는 것도 꺼렸다. 그는 “국내 통화정책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고 환율 상승의 소비자 물가 전가율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빅스텝을 주장한 금통위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금통위원은 “환율 상승,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감안할 때 향후 1년간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위원도 “물가상승률은 내년 들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정도나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며 “정책 기조를 긴축 수준으로 조기에 전환하고 물가 안정세가 확고히 다져졌다고 판단할 때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시기에는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진다”며 “환율은 비단 물가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동, 금융안정이라는 한은의 또 다른 책무와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금리 인상 폭이 큰 국가일수록 환율 절하폭이 낮은 경향이 나타나고 내외금리차는 외국인의 국내 투자, 내국인의 해외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또 “민간소비의 약 10%에 달하는 초과 저축이 소비재원으로 활용돼 금리 인상 관련 의도치 않은 과도한 경기 하락 가능성을 방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의견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우려해 회사채·CP(기업어음) 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음을 걱정했으나 빅스텝 주장 금통위원들은 회사채 시장 부진에도 은행의 기업 대출로 기업 자금 조달이 대체로 원활하다는 데 주목했다. ◇ 11월 빅스텝 인상시 ‘4대 3’ 최악 배제 못해 금통위원들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추가 빅스텝 인상을 할 경우 소수의견이 3명이나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총재가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은 금통위 역사상 소수의견이 3명 나온 것은 콜금리 도입 이후였던 1999년 이후 세 번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1월 빅스텝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12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줄인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연 3.25%로 하고, 연준이 12월 0.5%포인트 올린 4.25~4.5%로 결정한다면 금리 역전폭 1.25%포인트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포인트로 벌어지고 이 경우 환율 급등 등이 예측 불가라는 우려가 나온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4.25~4.5%까지 인상될 확률은 52%, 4.5~4.75%까지 오를 확률은 48%로 반반 수준이다. 한은으로선 11월, 12월 연준의 금리 결정을 예견하고 베팅하는 수준의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금통위원간 최종금리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소수의견을 낸 비둘기(완화 선호) 금통위원들은 최종금리 3.25%를 선호하나 매파(긴축 선호) 위원들은 3.5~3.75% 이상을 선호하고 있다. 비둘기 위원들은 연준보다는 국내 경기, 자본시장 불안 등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큰 반면 매파 위원들은 연준의 높아진 최종금리, 물가 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한은과 금리 오버킬(Overkill·과도한 경기진정책) 가능성이 대치될 것으로 보인다. 매파 위원들 내에서도 이견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9월에 겪었던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에 따른 환율 급등은 한은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연준의 최종금리 상향 조정에도 환율은 1400원 초반대에서 안착하는 분위기이지만 환율이 이대로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반면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한은이 미국을 따라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며 오버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오버킬은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이 역시 환율 급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마음이 편치 않은 11월이 될 전망이다.
  • [BOK워치]연준 '피봇' 기대감 표하는 한은 총재…"킹달러 기조 조만간 바뀐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의 가파른 인상을 멈추고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이란 ‘피봇(Pivot)’ 기대감은 시장에만 있지 않다. 역대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설파하고 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멈추면 킹달러 기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정부와 한은의 환율 급등 완화책의 시계가 ‘연말’에 맞춰져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동행기자단 제공)◇ “미국 계속 금리 올릴 수 없어…기대 바뀌는 시기 멀지 않아”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빅스텝을 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을 멈추면 또 많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변동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금은 전 세계가 킹달러를 바라보며 자국 통화 가치 절하에 쩔쩔매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경우 킹달러 기조가 크게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총재의 연준 ‘피봇’ 기대감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더 구체화됐다.이 총재는 이 간담회에서 “약간의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긍정적인 요소)이라고 하면 미국이 11월, 12월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금리 인상이) 무한히 계속 될 수 없다”며 “미국 (금리 인상폭 축소가) 12월에 이뤄질지, 내년 1월에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바뀌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나고 바로 인하하진 않겠지만 금융시장은 미리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기대에 시장이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올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역사상 가장 빨라지면서 달러화도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런 기조가 연말께 가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1400원을 훌쩍 웃돈 원·달러 환율도 조만간 급등세가 꺾일 것이란 기대다. (출처: 마켓포인트)실제로 정부와 한은의 외환정책 시계는 ‘연말까지’로 집중돼 있다. 앞으로 2개월 반 정도 남았다. 이 기간 환율 급등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체결한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일단 연말을 만료 시점으로 하고 있고 정부는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지원해 연말까지 약 80억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한 외국인 채권 투자 이자 및 양도소득세 비과세도 2개월 반 앞당긴 17일부터 즉시 시행키로 했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오르면서 11월은 물론 12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이뤄지고 내년 최종 금리 상단이 5%를 넘을 것이란 전망에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5.1%로 전달(4.7%)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5년물도 2.7%에서 2.9%로 뛰었다. 미국 금리 인상 강도가 세질수록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외환당국에 각종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연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준금리 결정’까지 좌우하는 ‘환율’ 수준 이 총재가 연준의 긴축 강도가 한층 더 세지고 있는 마당에 연준 ‘피봇’ 기대감을 설파하고 있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도“서울대 발전기금 펀드매니저를 했었는데 환율 1100원일 때, 환율 1300원(1400원)일 때 투자가 다르다”며 “1~2개월 보고 단타로 돈 따먹기 하지 말고 1년 이상 투자할 생각하고 차라리 지금 국내 예금에 넣어서 5%, 채권에 넣어서 7% 고정된 수익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해외 투자를 잘못했다간 환차익 기준으로 ‘상투’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환율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었다. 이 총재는 “빅스텝을 하게 된 것은 환율에 대한 고려가 반영됐다”며 “고환율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상당기간 느려질 수 있고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가 너무 벌어지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지만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을 얼마나 억제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환율의 변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달러에 대한 예상”이라며 “우리가 어떠한 조치를 하더라도 큰 틀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긴축 정책이 어느 속도로 어떻게 갈지가 국제금융시장을 흔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록 단기간의 충격은 크겠지만 이 총재의 기대대로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렇다고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연준의 가속화된 금리 인상이 내년 세계 경기를 더 암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안전자산인 ‘달러’를 향한 구애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정희 기자 2022.10.1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의 가파른 인상을 멈추고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이란 ‘피봇(Pivot)’ 기대감은 시장에만 있지 않다. 역대 두 번째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설파하고 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멈추면 킹달러 기조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변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정부와 한은의 환율 급등 완화책의 시계가 ‘연말’에 맞춰져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동행기자단 제공)◇ “미국 계속 금리 올릴 수 없어…기대 바뀌는 시기 멀지 않아”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빅스텝을 한 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것을 멈추면 또 많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변동성이 크다”고 밝혔다. 지금은 전 세계가 킹달러를 바라보며 자국 통화 가치 절하에 쩔쩔매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출 경우 킹달러 기조가 크게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총재의 연준 ‘피봇’ 기대감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더 구체화됐다.이 총재는 이 간담회에서 “약간의 실버 라이닝(silver lining·긍정적인 요소)이라고 하면 미국이 11월, 12월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금리 인상이) 무한히 계속 될 수 없다”며 “미국 (금리 인상폭 축소가) 12월에 이뤄질지, 내년 1월에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바뀌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금리 인상이 끝나고 바로 인하하진 않겠지만 금융시장은 미리 반응하기 때문에 그런 기대에 시장이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발언은 올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역사상 가장 빨라지면서 달러화도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런 기조가 연말께 가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1400원을 훌쩍 웃돈 원·달러 환율도 조만간 급등세가 꺾일 것이란 기대다. (출처: 마켓포인트)실제로 정부와 한은의 외환정책 시계는 ‘연말까지’로 집중돼 있다. 앞으로 2개월 반 정도 남았다. 이 기간 환율 급등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고 환율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은과 국민연금이 14년 만에 체결한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는 일단 연말을 만료 시점으로 하고 있고 정부는 조선사 선물환 매도를 지원해 연말까지 약 80억달러가 외환시장에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한 외국인 채권 투자 이자 및 양도소득세 비과세도 2개월 반 앞당긴 17일부터 즉시 시행키로 했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다시 오르면서 11월은 물론 12월에도 자이언트 스텝이 이뤄지고 내년 최종 금리 상단이 5%를 넘을 것이란 전망에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중간값은 5.1%로 전달(4.7%)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5년물도 2.7%에서 2.9%로 뛰었다. 미국 금리 인상 강도가 세질수록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외환당국에 각종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연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기준금리 결정’까지 좌우하는 ‘환율’ 수준 이 총재가 연준의 긴축 강도가 한층 더 세지고 있는 마당에 연준 ‘피봇’ 기대감을 설파하고 있는 이유는 표면적으론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워싱턴 기자간담회에서도“서울대 발전기금 펀드매니저를 했었는데 환율 1100원일 때, 환율 1300원(1400원)일 때 투자가 다르다”며 “1~2개월 보고 단타로 돈 따먹기 하지 말고 1년 이상 투자할 생각하고 차라리 지금 국내 예금에 넣어서 5%, 채권에 넣어서 7% 고정된 수익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1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해외 투자를 잘못했다간 환차익 기준으로 ‘상투’를 잡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환율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려야 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었다. 이 총재는 “빅스텝을 하게 된 것은 환율에 대한 고려가 반영됐다”며 “고환율로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상당기간 느려질 수 있고 금융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금리차가 너무 벌어지면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지만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을 얼마나 억제할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환율의 변동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달러에 대한 예상”이라며 “우리가 어떠한 조치를 하더라도 큰 틀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긴축 정책이 어느 속도로 어떻게 갈지가 국제금융시장을 흔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록 단기간의 충격은 크겠지만 이 총재의 기대대로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렇다고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연준의 가속화된 금리 인상이 내년 세계 경기를 더 암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안전자산인 ‘달러’를 향한 구애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BOK워치]빚 감축 vs 빚 폭탄…한은, 금리 무게 어디에 두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년 3개월간 기준금리가 무려 2.5%포인트나 오르는 등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가격 급락뿐 아니라 부동산 등 실물자산까지 하락하면서 ‘유동성 부족’ 공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물가, 환율을 고려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맞물린 빚에 연체 등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락, 감소 등의 조정을 받는 것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더 필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금융안정 관점에서도 ‘빚 폭탄’우려보다 ‘빚 감축’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출처: 한국은행)◇ BIS vs 뉴욕 연은, 상반된 중립금리 연구한은 뿐 아니라 주요국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두 가지 측면의 ‘중립금리’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성장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 물가갭(잠재 물가상승률과 실제 상승률 차이)이 닫히는 것 외에 ‘신용갭’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 중립금리는 성장, 물가를 고려한 일반 중립금리보다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중립금리는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대략 2~3% 수준이 중립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중립금리는 4%대로 껑충 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9월께 신용갭까지 고려한 우리나라 중립(준칙)금리 수준이 작년 6월말 현재 4%를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물가상승률이 2~3%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가 5%대인 현재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GDP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6월말 현재 장기추세 대비 0.2%포인트 플러스 상태이고 기업신용 비율은 무려 7.0%포인트나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 10%포인트 넘어가면 ‘경고’ 수준으로 본다. 반면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이 지난달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R**)’는 금리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갈 경우 금융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통상 신용 스프레드가 높고 은행 등 금융부문의 레버리지가 높을 수록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가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은데 경기, 물가 등 실물 상황만 고려해 임계점을 넘어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기, 물가 등을 고려한 금리 인상과 ‘금융 안정’이 양립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있고 가계·기업 등 민간신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는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뉴욕 연은이 제시한 중립금리 추정 모형은 한은이 사용하는 모형과 달라 레벨을 갖고 높고 낮음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2021년 3분기까지 1분기당 가계대출 평균(출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통 있더라도 ‘빚 감축’이 먼저 필요”두 가지 상반된 ‘중립금리’ 추정 방식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면 금리 결정시 ‘빚 감축’이 먼저냐, ‘빚 폭탄’ 우려가 먼저냐로 좁힐 수 있다. 한은은 아직까진 ‘빚 감축’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작년 8월 금리 인상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던 빚투(빚을 내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고통이 있더라도 일부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이 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지만 전체로 봐선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3%일 때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분기당 34조1000억원에서 26조3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 증가 억제 효과가 있다. 한은은 아직까지 금리 결정시 뉴욕 연은에서 제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릴 때 부동산,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면밀히 보면서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더라도 금융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1.2~-2.6%)로 여전히 완화적이라 아직까진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신용갭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선 금융불균형을 고려해야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로는 불확실성이 큰 탓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총재의 10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환율’을 언급했는데 한미 금리 역전폭을 줄이는 것이 환율 급등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까지 고려한 올해말 적정금리 수준은 4.82~5.82%로 물가, 성장만 고려했을 때 수준(4.29~5.29%)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차 벌어지면 그로 인해 환율이 변동되고 자본유출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도한 긴축이 외려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차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총재가 최종 금리를 3.5%수준으로 전망한 것이 내수 경기 안정, 국내 금융시장 부담을 덜어줘 원화 절상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정희 기자 2022.10.1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삼성본관 한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년 3개월간 기준금리가 무려 2.5%포인트나 오르는 등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금리 인상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 가격 급락뿐 아니라 부동산 등 실물자산까지 하락하면서 ‘유동성 부족’ 공포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은이 물가, 환율을 고려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이에 맞물린 빚에 연체 등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하락, 감소 등의 조정을 받는 것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더 필요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금융안정 관점에서도 ‘빚 폭탄’우려보다 ‘빚 감축’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출처: 한국은행)◇ BIS vs 뉴욕 연은, 상반된 중립금리 연구한은 뿐 아니라 주요국이 역사상 가장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두 가지 측면의 ‘중립금리’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중립금리를 추정할 때 성장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차이), 물가갭(잠재 물가상승률과 실제 상승률 차이)이 닫히는 것 외에 ‘신용갭’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및 기업 등 민간부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우리나라 중립금리는 성장, 물가를 고려한 일반 중립금리보다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중립금리는 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데 대략 2~3% 수준이 중립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신용갭까지 고려하면 중립금리는 4%대로 껑충 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9월께 신용갭까지 고려한 우리나라 중립(준칙)금리 수준이 작년 6월말 현재 4%를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당시엔 물가상승률이 2~3%대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가 5%대인 현재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GDP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6월말 현재 장기추세 대비 0.2%포인트 플러스 상태이고 기업신용 비율은 무려 7.0%포인트나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 10%포인트 넘어가면 ‘경고’ 수준으로 본다. 반면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이 지난달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R**)’는 금리가 어느 임계점을 넘어갈 경우 금융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통상 신용 스프레드가 높고 은행 등 금융부문의 레버리지가 높을 수록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가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은데 경기, 물가 등 실물 상황만 고려해 임계점을 넘어 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선 경기, 물가 등을 고려한 금리 인상과 ‘금융 안정’이 양립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 스프레드가 높아지고 있고 가계·기업 등 민간신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중립금리’는 일반 중립금리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은 관계자는 “뉴욕 연은이 제시한 중립금리 추정 모형은 한은이 사용하는 모형과 달라 레벨을 갖고 높고 낮음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2~2021년 3분기까지 1분기당 가계대출 평균(출처: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고통 있더라도 ‘빚 감축’이 먼저 필요”두 가지 상반된 ‘중립금리’ 추정 방식을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면 금리 결정시 ‘빚 감축’이 먼저냐, ‘빚 폭탄’ 우려가 먼저냐로 좁힐 수 있다. 한은은 아직까진 ‘빚 감축’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작년 8월 금리 인상을 처음 시작하게 된 배경이었던 빚투(빚을 내 투자)에 따른 부작용을 고통이 있더라도 일부 감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이 금융불안의 큰 원인이 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율도 조정되는 것이 고통스러운 면이 있지만 전체로 봐선 안정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가 3%일 때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분기당 34조1000억원에서 26조3000억원으로 7조8000억원 증가 억제 효과가 있다. 한은은 아직까지 금리 결정시 뉴욕 연은에서 제시한 ‘금융시스템 리스크까지 고려한 중립금리’를 따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올릴 때 부동산,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금융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면밀히 보면서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더라도 금융안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1.2~-2.6%)로 여전히 완화적이라 아직까진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다”며 “신용갭이 굉장히 높은 상태에선 금융불균형을 고려해야지,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해 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로는 불확실성이 큰 탓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총재의 10월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환율’을 언급했는데 한미 금리 역전폭을 줄이는 것이 환율 급등을 방어하는 데 효과가 있을지 여부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까지 고려한 올해말 적정금리 수준은 4.82~5.82%로 물가, 성장만 고려했을 때 수준(4.29~5.29%)보다 0.5%포인트 이상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차 벌어지면 그로 인해 환율이 변동되고 자본유출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과도한 긴축이 외려 환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차와 환율의 상관관계는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 총재가 최종 금리를 3.5%수준으로 전망한 것이 내수 경기 안정, 국내 금융시장 부담을 덜어줘 원화 절상에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 [BOK워치]'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왜 '조건'이 묻혔을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물가가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7월 13일 금통위)“7월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가 유지된다. 경기 하방 불확실성이라든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결정을 보면서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계속 갈지, 조정할지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8월 25일 금통위)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부터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왔다. 조건을 밝히고 조건이 맞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에 맞는 금리 전망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를 4.4%(중간값), 최종 금리를 4.6%로 올릴 것을 예고하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총재의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미 금리 역전폭을 크게 벌릴 것처럼 메시지를 전달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공격을 받고 있지만 25bp씩 인상하겠다는 것에는 ‘조건’이 있었다”며 “시장에서 전제조건을 생략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앞으로 제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면 이것은 ‘조건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왜 총재가 말하는 ‘조건’은 사라지고 ‘베이비스텝’만 둥둥 떠다녔던 것일까. *미국은 정책금리 상단 기준 출처: 한국은행◇ 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 ‘물가’, 바뀌었나 이 총재가 밝힌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경기와 물가였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경기와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연준은 9월 정책금리를 3~3.25%로 0.75%포인트 올렸다. 한은 금리(2.5%)와 0.75%포인트 역전이 났다.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핵심은 금리 점도표에 있었다. 이 총재는 연말 연준 금리 상단이 4% 수준일 줄 알았는데 4.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에 따르면 한은 연말 금리는 3%로 당초 한미 금리 역전폭은 1%포인트로 예측됐으나 9월 금리 점도표로 1.5%포인트 벌어지게 된다.한미 금리 역전폭이 예상보다 더 커지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한은에 따르면 자본 유출보다 환율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9월 FOMC 결과가 공개되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한은 금리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물가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 이 총재는 26일 기재위에서 “유가가 빨리 떨어진 반면 환율이 절하됨으로써 그 효과가 상쇄돼 정점은 10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처음 밝힌 7월에도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FOMC 결과 물가 정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환율 급등세가 향후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4.6%인데 환율이 9.2% 올랐고 환율 급등으로 인해 물가는 0.4%포인트 더 끌어올려졌다.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환율은 하반기에만 15.5% 급등하고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도 대략 1%포인트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5.2%, 3.7%)을 상향 조정할 변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경기 둔화, 영국의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수요을 망쳐버리는, 즉 물가 하방 압력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조건이 ‘한미 금리 역전폭 1%p였나’…1.5%p는 안 된다는 신호?그렇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을 과도하게 벌리지 않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로 인해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니 조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던 것일까. 여기엔 혼선이 있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차가 1%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거듭 언급해왔지만 한미 금리차를 1.5%포인트 이상으로 벌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과거 한미 역전폭이 가장 컸던 때는 2000년 5월로 당시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총재는 기재위에서 1.5%포인트 역전폭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과거 최대치가 1.5%포인트였다는 것이고 이를 허용해도 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졌을 경우 가장 큰 걱정은 물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엔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혹시 모를 자본유출이 두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조건 흔들리니 금리 기대치 또 다시 ‘무방비 상태’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을 명확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어찌됐든 이 총재는 FOMC회의 결과가 공개된 직후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준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바뀌었다”며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흐름,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것으로 읽혔다. 시장에선 한 발 더 나가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이상으로 벌리진 않을 것으로 판단, 10월 뿐 아니라 11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종 금리도 3.75%로 높아졌다. 심지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5%를 넘어 한은 최종금리 4%를 반영할 정도로 급등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사라지고 금리 기대치가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로 돌아갔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이 총재가 조금이라도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려고 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한 후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내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면 내가 말을 잘못한 거다”라는 식의 ‘앨런 그린스펀(전 연준 의장)식 화법’보다는 훨씬 더 책임감 있는 소통 방식이고 지향해야 할 길이다. 그러나 불명확한 조건들과 제한된 소통 창구는 한은 총재의 전례 없는 적극적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총재 혼자 소통이란 무게를 짊어지고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정희 기자 2022.09.2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물가가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7월 13일 금통위)“7월 밝힌 포워드 가이던스가 유지된다. 경기 하방 불확실성이라든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결정을 보면서 0.25%포인트씩 올리면서 계속 갈지, 조정할지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8월 25일 금통위)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7월부터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해왔다. 조건을 밝히고 조건이 맞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에 맞는 금리 전망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금리를 4.4%(중간값), 최종 금리를 4.6%로 올릴 것을 예고하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총재의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미 금리 역전폭을 크게 벌릴 것처럼 메시지를 전달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다. 이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제가 공격을 받고 있지만 25bp씩 인상하겠다는 것에는 ‘조건’이 있었다”며 “시장에서 전제조건을 생략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앞으로 제가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면 이것은 ‘조건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왜 총재가 말하는 ‘조건’은 사라지고 ‘베이비스텝’만 둥둥 떠다녔던 것일까. *미국은 정책금리 상단 기준 출처: 한국은행◇ 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 ‘물가’, 바뀌었나 이 총재가 밝힌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경기와 물가였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 경기와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연준은 9월 정책금리를 3~3.25%로 0.75%포인트 올렸다. 한은 금리(2.5%)와 0.75%포인트 역전이 났다.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핵심은 금리 점도표에 있었다. 이 총재는 연말 연준 금리 상단이 4% 수준일 줄 알았는데 4.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에 따르면 한은 연말 금리는 3%로 당초 한미 금리 역전폭은 1%포인트로 예측됐으나 9월 금리 점도표로 1.5%포인트 벌어지게 된다.한미 금리 역전폭이 예상보다 더 커지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있을까. 한은에 따르면 자본 유출보다 환율이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9월 FOMC 결과가 공개되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보면 한은 금리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물가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 이 총재는 26일 기재위에서 “유가가 빨리 떨어진 반면 환율이 절하됨으로써 그 효과가 상쇄돼 정점은 10월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처음 밝힌 7월에도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물가 정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FOMC 결과 물가 정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환율 급등세가 향후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올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4.6%인데 환율이 9.2% 올랐고 환율 급등으로 인해 물가는 0.4%포인트 더 끌어올려졌다.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환율은 하반기에만 15.5% 급등하고 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도 대략 1%포인트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5.2%, 3.7%)을 상향 조정할 변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 경기 둔화, 영국의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수요을 망쳐버리는, 즉 물가 하방 압력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조건이 ‘한미 금리 역전폭 1%p였나’…1.5%p는 안 된다는 신호?그렇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을 과도하게 벌리지 않는 것’이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제조건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로 인해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니 조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던 것일까. 여기엔 혼선이 있다. 이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연준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차가 1% 중심으로 왔다갔다 했기 때문에 격차가 너무 커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낮다고 거듭 언급해왔지만 한미 금리차를 1.5%포인트 이상으로 벌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과거 한미 역전폭이 가장 컸던 때는 2000년 5월로 당시 1.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총재는 기재위에서 1.5%포인트 역전폭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과거 최대치가 1.5%포인트였다는 것이고 이를 허용해도 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한미 금리 역전폭이 커졌을 경우 가장 큰 걱정은 물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엔 환율 등 금융시장 불안, 혹시 모를 자본유출이 두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조건 흔들리니 금리 기대치 또 다시 ‘무방비 상태’포워드 가이던스의 조건을 명확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어찌됐든 이 총재는 FOMC회의 결과가 공개된 직후 22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준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바뀌었다”며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흐름,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베이비스텝 포워드 가이던스’를 수정할 것으로 읽혔다. 시장에선 한 발 더 나가 한미 금리차를 1%포인트 이상으로 벌리진 않을 것으로 판단, 10월 뿐 아니라 11월 금통위에서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종 금리도 3.75%로 높아졌다. 심지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5%를 넘어 한은 최종금리 4%를 반영할 정도로 급등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사라지고 금리 기대치가 순식간에 ‘무방비 상태’로 돌아갔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이 총재가 조금이라도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려고 하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금리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한 후 경제활동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내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면 내가 말을 잘못한 거다”라는 식의 ‘앨런 그린스펀(전 연준 의장)식 화법’보다는 훨씬 더 책임감 있는 소통 방식이고 지향해야 할 길이다. 그러나 불명확한 조건들과 제한된 소통 창구는 한은 총재의 전례 없는 적극적 소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총재 혼자 소통이란 무게를 짊어지고 나머지 금통위원들은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BOK워치]'불확실하다'를 확실하게 말한 이창용 총재의 소통…그 다음은
    2022년 7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불확실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열 여덟 번이나 꺼냈다. 이날 총재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총재가 밝힌 기본 시나리오에는 현실화될지가 알 수 없는 많은 전제들이 깔려 있었다. ◇ 물가 고점 근거는 ‘시장이 그렇게 봐서’…경기도 불확실이 총재는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 고점을 찍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지만 이런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정책 방향이 양쪽으로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그와 다른 방향으로 전 세계 경기침체가 더 커져서 경기, 물가상승 속도가 떨어지면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도 고점을 찍지 않고 더 높아지면 추가 빅스텝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두고 경기침체가 더 커져 물가도 떨어지면 금리 동결 뿐 아니라 금리 인하까지도 원론적으론 열어둔 셈이다. 물가는 더 오를 것 같은데 물가가 언제 잡힐지, 경기는 둔화되는 것 같긴 한데 잠재성장률(2%)보다는 높을지, 낮을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3분기말, 4분기초 물가가 고점일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도 유가 선물 가격에 반영된 연말과 내년 숫자가 배럴당 90달러, 80달러 중반대로 떨어져서, 즉 시장이 그렇게 봐서이지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우크라 전쟁에 서방 국가의 제재가 계속됐으나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에 천연가스를 팔아 하루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별 탈이 없다. 우크라 전쟁만 보면 유가가 떨어질 이유보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에 유럽 가스 대란이 현실화돼 유가가 급등할 변수가 더 커 보인다. 심지어 경기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견할 수 없다며 이 총재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많아 한 두 세달 지켜보면 한은 경기 예측이 낙관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보다 명확해지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8월과 10월까지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되 그 뒤는 땅을 밟아가며 움직일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빅스텝까지 동원한 금리 인상…물가상승 억제 효과 1%p도 안돼 문제는 그렇게 불확실한데도 ‘금리 인상’은 역사상 세 번 연속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약 1년간의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75%포인트 올렸다. 그 기간 동안 분명한 것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식 가격이 추락했고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분명하지 않은 점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얼마나 잡았느냐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칼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면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가 어떻게 물가에 반영됐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은이 올 3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주요 18개국 패널자료 분석 결과 금융완화기 때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물가상승률은 0.11%포인트 하락한다. 이를 고려하면 1.7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0.77%포인트, 즉 1%포인트도 못 낮췄다. 다만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수축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억제 효과는 이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당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결과 경제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현재로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 뒤로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해 금리는 더 빠르게 큰 폭으로 올렸는데 한은 스스로 밝혔듯이 물가에 대한 파급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정책 효용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금리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해도 금리 인상밖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각 경제주체들을 향해 ‘대국민 설득’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금리 인상은 한은이 너무 낮은 금리를 ‘정상화’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방향에선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25%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하단 정도에 온 것”이라며 “그렇게 보니까 완화 정도 조정한다는 표현을 계속 쓰기보다 지금부터는 금리를 올린다, 내린다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 두 번 금리를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고 했지만 2.25%가 중립금리 하단 범위에 속하는 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 이미 ‘긴축’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이 장기적 시계에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희생의 폭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경기와 물가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래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등에 대해 세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최정희 기자 2022.07.15
    2022년 7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불확실성’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후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이란 단어를 열 여덟 번이나 꺼냈다. 이날 총재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한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총재가 밝힌 기본 시나리오에는 현실화될지가 알 수 없는 많은 전제들이 깔려 있었다. ◇ 물가 고점 근거는 ‘시장이 그렇게 봐서’…경기도 불확실이 총재는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 고점을 찍고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지만 이런 기본 시나리오를 전제로 정책 방향이 양쪽으로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 악화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거나 그와 다른 방향으로 전 세계 경기침체가 더 커져서 경기, 물가상승 속도가 떨어지면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물가가 3분기말, 4분기초에도 고점을 찍지 않고 더 높아지면 추가 빅스텝이 나올 가능성도 열어두고 경기침체가 더 커져 물가도 떨어지면 금리 동결 뿐 아니라 금리 인하까지도 원론적으론 열어둔 셈이다. 물가는 더 오를 것 같은데 물가가 언제 잡힐지, 경기는 둔화되는 것 같긴 한데 잠재성장률(2%)보다는 높을지, 낮을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3분기말, 4분기초 물가가 고점일 것이라고 말하는 근거도 유가 선물 가격에 반영된 연말과 내년 숫자가 배럴당 90달러, 80달러 중반대로 떨어져서, 즉 시장이 그렇게 봐서이지 명확한 근거는 없다. 오히려 우크라 전쟁에 서방 국가의 제재가 계속됐으나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에 천연가스를 팔아 하루 전쟁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별 탈이 없다. 우크라 전쟁만 보면 유가가 떨어질 이유보다 러시아의 공급 중단에 유럽 가스 대란이 현실화돼 유가가 급등할 변수가 더 커 보인다. 심지어 경기가 어떻게 될지 쉽게 예견할 수 없다며 이 총재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많아 한 두 세달 지켜보면 한은 경기 예측이 낙관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보다 명확해지고 거기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8월과 10월까지는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되 그 뒤는 땅을 밟아가며 움직일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 빅스텝까지 동원한 금리 인상…물가상승 억제 효과 1%p도 안돼 문제는 그렇게 불확실한데도 ‘금리 인상’은 역사상 세 번 연속 이뤄져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한은은 작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약 1년간의 기간 동안 기준금리는 1.75%포인트 올렸다. 그 기간 동안 분명한 것은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유동성이 줄면서 주식 가격이 추락했고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분명하지 않은 점은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얼마나 잡았느냐는 점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이라는 칼이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면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가 어떻게 물가에 반영됐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은이 올 3월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1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주요 18개국 패널자료 분석 결과 금융완화기 때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물가상승률은 0.11%포인트 하락한다. 이를 고려하면 1.7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0.77%포인트, 즉 1%포인트도 못 낮췄다. 다만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수축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억제 효과는 이보다 더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당시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결과 경제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현재로선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 뒤로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해 금리는 더 빠르게 큰 폭으로 올렸는데 한은 스스로 밝혔듯이 물가에 대한 파급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면 정책 효용성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금리로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해도 금리 인상밖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할 각 경제주체들을 향해 ‘대국민 설득’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더구나 앞으로의 금리 인상은 한은이 너무 낮은 금리를 ‘정상화’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방향에선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2.25%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하단 정도에 온 것”이라며 “그렇게 보니까 완화 정도 조정한다는 표현을 계속 쓰기보다 지금부터는 금리를 올린다, 내린다는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앞으로 한 두 번 금리를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고 했지만 2.25%가 중립금리 하단 범위에 속하는 만큼 보는 시각에 따라 이미 ‘긴축’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금리 인상이 장기적 시계에서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앞으로 금리 인상이 가져올 희생의 폭이 커진 만큼 금리 인상이 ‘물가’를 잡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경기와 물가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래서 금리를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 등에 대해 세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 잇단 금리 인상 그후…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BOK워치]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거시경제를 오랫동안 봐왔던 경제학 교수, 채권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격양돼 있었다. 전례 없는 고(高)물가와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쪽에선 “금리 올린다고 물가가 잡히냐”, “경기 꺼뜨리고 가계빚 이자 부담만 높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인플레이션이 우습냐. 그냥 뒀다가 더 큰 위기를 좌초한다”,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꺼뜨려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기를 봐가면서 금리를 올리자는 쪽도 금리를 덜 올리자고는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히냐는 비판에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것이냐’가 최대의 항변이다. 어느 쪽이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까지는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3%를 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다. 금리 인상, 그 끄트머리에는 뭐가 있을까. ◇ 자산가격 조정이 의미하는 것…경기침체 신호탄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고 부동산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산가격 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23%, 31% 가량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0%, 29% 하락했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이더니 올 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도 꺾일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3월 106.2로 2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더니 5월 106.1로 더 추락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전국과 수도권 기준으로 6월 마지막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서울은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년동기비(출처: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다.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2년 여간 문을 닫았다가 두 달 전에야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 이들이 맞닥뜨린 것은 고금리·고물가다.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20년 8.6%로 2019년(7.6%)보다 늘었는데, 폐업률은 12.1%에서 10.9%로 오히려 줄었다. 9월말 원리금 상환유예가 폐지되고 손실보상금도 사라지면 자영업자 줄폐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폐업자 수가 전년대비 감소하다가 이듬해 두 배 가량 급증한 경험이 있다. 실물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6월 수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 수대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도 2분기 수출은 13%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일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열었다. 소비는 전월비 석 달째 감소세다. 거리두기 해제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6월 소비심리지수는 96.4에 그쳐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소비심리지수는 1개 분기 후 소비지표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붕괴되고 고물가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경제 주체들이 모두 ‘견디고 버텨야’ 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5월 8.4로 5월 기준 2005년(9.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를 후행하는 고용지표는 견고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가 시작되고 있어 고용지표 역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국 지수는 7월 4일 기준, 미국은 7월 1일 기준 (출처: 마켓포인트)◇ 금리 인상 고통 얼마나 감내해야 하나…대국민 설득 필요 금리 인상은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의 끝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 심리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마치 ‘침체’라는 결과를 예견해놓고, 그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기를 선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금리 인상을 가속화해도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꺾을지 의문이다. 어떤 방식이든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가계, 기업 등 어느 하나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이 입을 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물가가 더 오르지 않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 같은 피상적인 발언은 빼고 말이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최정희 기자 2022.07.04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거시경제를 오랫동안 봐왔던 경제학 교수, 채권 전문가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로 격양돼 있었다. 전례 없는 고(高)물가와 빠른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한쪽에선 “금리 올린다고 물가가 잡히냐”, “경기 꺼뜨리고 가계빚 이자 부담만 높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인플레이션이 우습냐. 그냥 뒀다가 더 큰 위기를 좌초한다”,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올려 인플레 심리를 꺼뜨려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경기를 봐가면서 금리를 올리자는 쪽도 금리를 덜 올리자고는 섣불리 얘기하지 못한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잡히냐는 비판에 ‘그럼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 것이냐’가 최대의 항변이다. 어느 쪽이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75~3%까지는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3%를 넘어야 할 것이냐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종료된 이후다. 금리 인상, 그 끄트머리에는 뭐가 있을까. ◇ 자산가격 조정이 의미하는 것…경기침체 신호탄인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꺾이기 시작했고 부동산마저 흔들리고 있다. 자산가격 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 23%, 31% 가량 급락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주로 투자하는 미국 증시 역시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20%, 29% 하락했다. 주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꺾이더니 올 들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도 꺾일 조짐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3월 106.2로 2년 7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더니 5월 106.1로 더 추락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전국과 수도권 기준으로 6월 마지막주까지 8주 연속 하락하고 있고, 서울은 5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하반기 주택 매매 가격은 더 떨어지고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깡통 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금리에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은 주가가 떨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년동기비(출처: 산업통상자원부)뿐만 아니다. 취업자의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은 2년 여간 문을 닫았다가 두 달 전에야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 이들이 맞닥뜨린 것은 고금리·고물가다. 사업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20년 8.6%로 2019년(7.6%)보다 늘었는데, 폐업률은 12.1%에서 10.9%로 오히려 줄었다. 9월말 원리금 상환유예가 폐지되고 손실보상금도 사라지면 자영업자 줄폐업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폐업자 수가 전년대비 감소하다가 이듬해 두 배 가량 급증한 경험이 있다. 실물지표도 흔들리고 있다. 6월 수출은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 수대 증가세를 보였다. 조업일수 감소로 인한 영향이라고 해도 2분기 수출은 13% 증가에 그쳐 4개 분기 연속 증가세 둔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주력품목의 수출 신장세가 악화할 우려가 크다며 지난 3일 긴급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열었다. 소비는 전월비 석 달째 감소세다. 거리두기 해제로 재화보다는 서비스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란 해석이다. 고금리·고물가에 6월 소비심리지수는 96.4에 그쳐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 소비심리지수는 1개 분기 후 소비지표에 영향을 준다. 자산가격은 붕괴되고 고물가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서 경제 주체들이 모두 ‘견디고 버텨야’ 하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5월 8.4로 5월 기준 2005년(9.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를 후행하는 고용지표는 견고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는 데다 위기에 대응해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가 시작되고 있어 고용지표 역시 꺾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한국 지수는 7월 4일 기준, 미국은 7월 1일 기준 (출처: 마켓포인트)◇ 금리 인상 고통 얼마나 감내해야 하나…대국민 설득 필요 금리 인상은 곧 다가올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미국에선 금리 인상의 끝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 심리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 상반기쯤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했다. 마치 ‘침체’라는 결과를 예견해놓고, 그 길로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물가냐, 경기냐 둘 중의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경기를 선택하더라도 침체를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금리 인상을 가속화해도 물가 상승세를 얼마나 꺾을지 의문이다. 어떤 방식이든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고 가계, 기업 등 어느 하나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엄혹한 경제 상황 속에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국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어느 정도인지 누군가는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경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금통위원들이 입을 열고 국민의 고통이 수반되는 금리 인상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한 물가가 더 오르지 않기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라’ 같은 피상적인 발언은 빼고 말이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 [BOK워치]`빅스텝` 망설이게 하는 한은 `선제적 금리 인상`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에서 정책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 물결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아직까진 다른 나라처럼 빅스텝이 아닌 기준금리를 25bp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미국의 물가 고점 예측이 와르르 무너졌고 물가가 예측이 아닌 베팅의 영역이 돼버린 터라 선제적 금리 인상의 성과는 점점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고, 빅스텝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자신이 예측한 7·8월 물가 고점론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인 4분기 쯤 `뒷북 빅스텝`이 될 지, 아니면 이보다 이른 시점에서의 `선제적 빅스텝`이 될 지 정도가 변수다. ◇ ‘물가 예측 맞길 기다릴까 vs 조기 빅스텝할까’물가가 베팅의 영역이 돼 버린 상황에서 한은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7·8월 물가 고점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씩 연속 인상하는 게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리는 기본 시나리오다. 그런데 만약 한은 예측이 무너지고 4분기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선 빅스텝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뒤늦게 빅스텝 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괜찮다’는 심리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주요 경제학자들이 점치는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빅스텝을 하게 된다면 한 차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 하게 될 것이란 심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한은의 물가 예측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5~7월께 물가가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5월 이미 5.4%를 기록한 상황에서 6월엔 6%대 물가가 전망되고 있다. 3~5월 물가가 전월보다 0.7%씩 올랐는데 6월에도 이만큼만 오르면 6월 전년동월비 물가는 6.1%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달 들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석 달 만에 120달러를 돌파, 이달에만 5%대 상승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2%대 올랐다. 유가는 3주 후에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터라 최근 유가 급등세가 즉각 6월 물가에 반영된다. 6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게 될 경우 한은에선 물가 상승률은 5%대 후반이나 6%대 초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3분기 중 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고점 예측에 실패한 미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3월 물가가 8.5%를 보였을 당시 고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5월 8.6%를 기록, 예상치(8.3%)를 훌쩍 넘었다. 모하메드 엘-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 물가가 9%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장관 출신의 래러 서머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리 인상폭을) 25bp냐 50bp냐가 아닌 50bp냐 75bp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75bp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한은, ‘경기 희생’할 조기 빅스텝에 베팅할까 한은이 물가가 더 높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해 조기 빅스텝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때는 한꺼번에 1%포인트까지도 내렸지만 올릴 때는 25bp씩만 올려와 빅스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빅스텝을 한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꺾이더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정책금리를 25bp 올리고 9월 50bp 올리겠다고 하자 경기 둔화 우려에 유로화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급증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36개국 중 1위였다.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책 모의실험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할 경우 경기는 0~5분기 단기내에선 둔화 압력이 커지지만 6~11분기 중장기 시계에선 물가를 조기에 진압해 정책금리 인상 필요 폭을 줄여 경기 둔화 압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일뿐 빅스텝처럼 급격한 인상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 빅스텝을 망설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성과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지만 별 수 없이 다른 나라처럼 경기 우려를 높여가며 빅스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금리를 올려 빅스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굴레에 갇혀 있기엔 물가 상승세가 너무 엄혹한 상황이다. 올 4월에 부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이창용 총재는 이 틀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72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아니다”며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도, 배제하지 않을 수도 없는 냉혹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
    최정희 기자 2022.06.1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주요국에서 정책금리를 50bp씩 올리는 `빅스텝` 물결이 한창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작년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에 아직까진 다른 나라처럼 빅스텝이 아닌 기준금리를 25bp씩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미국의 물가 고점 예측이 와르르 무너졌고 물가가 예측이 아닌 베팅의 영역이 돼버린 터라 선제적 금리 인상의 성과는 점점 퇴색될 가능성이 커졌고, 빅스텝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자신이 예측한 7·8월 물가 고점론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인 4분기 쯤 `뒷북 빅스텝`이 될 지, 아니면 이보다 이른 시점에서의 `선제적 빅스텝`이 될 지 정도가 변수다. ◇ ‘물가 예측 맞길 기다릴까 vs 조기 빅스텝할까’물가가 베팅의 영역이 돼 버린 상황에서 한은 역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7·8월 물가 고점을 예측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기준금리를 25bp씩 연속 인상하는 게 한은과 금융통화위원회가 그리는 기본 시나리오다. 그런데 만약 한은 예측이 무너지고 4분기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면 어떻게 될까. 그때 가선 빅스텝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뒤늦게 빅스텝 카드를 꺼내는 순간,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괜찮다’는 심리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 주요 경제학자들이 점치는 내년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는 “빅스텝을 하게 된다면 한 차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 하게 될 것이란 심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 통계청)한은의 물가 예측이 깨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5~7월께 물가가 5%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5월 이미 5.4%를 기록한 상황에서 6월엔 6%대 물가가 전망되고 있다. 3~5월 물가가 전월보다 0.7%씩 올랐는데 6월에도 이만큼만 오르면 6월 전년동월비 물가는 6.1%가 된다. 아니나 다를까, 이달 들어 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석 달 만에 120달러를 돌파, 이달에만 5%대 상승했고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2%대 올랐다. 유가는 3주 후에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터라 최근 유가 급등세가 즉각 6월 물가에 반영된다. 6월 물가상승률이 6%대를 찍게 될 경우 한은에선 물가 상승률은 5%대 후반이나 6%대 초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며 3분기 중 물가가 고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은 변하지 않는다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 고점 예측에 실패한 미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선 3월 물가가 8.5%를 보였을 당시 고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5월 8.6%를 기록, 예상치(8.3%)를 훌쩍 넘었다. 모하메드 엘-엘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며 “미국 물가가 9%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장관 출신의 래러 서머스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리 인상폭을) 25bp냐 50bp냐가 아닌 50bp냐 75bp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5월 “75bp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거짓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 한은, ‘경기 희생’할 조기 빅스텝에 베팅할까 한은이 물가가 더 높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에 베팅해 조기 빅스텝 카드를 꺼낼 지 주목된다. 한은이 금리를 내릴 때는 한꺼번에 1%포인트까지도 내렸지만 올릴 때는 25bp씩만 올려와 빅스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빅스텝을 한다는 것은 경기 회복이 꺾이더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정책금리를 25bp 올리고 9월 50bp 올리겠다고 하자 경기 둔화 우려에 유로화가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경기 둔화와 함께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급증 우려도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36개국 중 1위였다. 고물가와 함께 고금리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이 커져 경기 둔화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은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정책 모의실험 결과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에 적극 대응할 경우 경기는 0~5분기 단기내에선 둔화 압력이 커지지만 6~11분기 중장기 시계에선 물가를 조기에 진압해 정책금리 인상 필요 폭을 줄여 경기 둔화 압력이 빠르게 약화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일뿐 빅스텝처럼 급격한 인상이 경기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예견하기 어렵다. 빅스텝을 망설이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상에 대한 성과가 퇴색된다는 점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왔지만 별 수 없이 다른 나라처럼 경기 우려를 높여가며 빅스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먼저 금리를 올려 빅스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굴레에 갇혀 있기엔 물가 상승세가 너무 엄혹한 상황이다. 올 4월에 부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함께 하지 않았던 이창용 총재는 이 틀을 경계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일 72주년 창립 기념사에서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선제적 금리 인상이 아니다”며 “먼저 출발한 이점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실기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빅스텝을 배제할 수도, 배제하지 않을 수도 없는 냉혹한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됐다.
  • [BOK워치]이창용의 파격 소통 행보…시장에 득일까, 실일까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임 총재와 모든 것이 다르다. 그전에 했던 것과 반대로 해야 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한 지 50일이 돼가면서 한은 내부 조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모든 것이 신중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는 다르게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식 회의 도입 등으로 한은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채권·외환시장에도 한은 총재 발언이나 한은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업무 방식…“총재와 토론이 회의의 기본”이 총재는 취임 이후 50일 만에 한은 내부와 외부 분위기를 모두 ‘긴장 모드’로 바꿔 놓았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도입했다. 주요한 경제 현안을 주제로 놓고 구성원들이 토의하는 ‘서베일런스 미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주 1회 ‘주간업무포럼’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팀장급 이상 누구라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영상으로 배포돼 한은 직원 누구나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까, 아닐까’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보고서 초안이 논의되고 누구든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고위 임원들조차 “토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기본적인 회의 분위기다 보니 총재 의견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자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업무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한 임원은 “총재와 토론이 될 정도로 회의 사안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가 4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one call way’, 즉 전화 한 통이면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IMF 직원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만큼 한은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시장에도 분명한 정책 메시지…적응할 시간 필요할 듯과거엔 어떤 식이든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게 한은의 기본 방침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통법과 시장 반응 간의 적응 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시장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 커뮤니케이션국은 IMF 블로그를 차용해 지난달 31일부터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공식 블로그를 신설했는데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게시한 글이 시장을 자극했다. 내용은 이미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발표한 자료를 국장급 인사가 재차 언급한 정도였다. 홍 국장은 “숙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글을 게시한 5월 31일 단기물 지표인 3년물 금리가 3%대로 올라서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 등에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블로그 글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은은 블로그 글 업로드는 시장 거래가 끝난 오후 4시 30분 이후에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블로그와 수급 요인에 미 국채 금리 상승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시장 약세장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일에도 국고채 금리가 전일 대비 0.111%포인트 오른 3.232%를 나타내면서 2012년 7월 10일(3.22%) 이후 처음으로 3.2%대에서 마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등에 대한 총재의 명확한 메시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던 과거 총재들과 다른 소통 방식으로 시장이 짊어질 충격도 커질 수 있단 경계감도 동시에 드러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금통위 당시엔 이주열 전 총재와 비교될 만큼 시원시원한 화법이 긍정적으로 보였으나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다만, 한은 측에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단순히 시장 악재로만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블로그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악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핑곗거리처럼 비춰진다”면서 “글로벌 금리 급등시기란 점을 생각하면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달라진 한은의 소통법과 시장 파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이 총재도 소통의 적응기간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워낙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과거하고 많이 패턴이 다르다면 ‘이거 뭔가 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원론적이라고 하면 원론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저도 (의사소통에) 조심하겠지만 제 스타일에 시장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화 기자 2022.06.07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임 총재와 모든 것이 다르다. 그전에 했던 것과 반대로 해야 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한 지 50일이 돼가면서 한은 내부 조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모든 것이 신중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는 다르게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식 회의 도입 등으로 한은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채권·외환시장에도 한은 총재 발언이나 한은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달라진 업무 방식…“총재와 토론이 회의의 기본”이 총재는 취임 이후 50일 만에 한은 내부와 외부 분위기를 모두 ‘긴장 모드’로 바꿔 놓았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도입했다. 주요한 경제 현안을 주제로 놓고 구성원들이 토의하는 ‘서베일런스 미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주 1회 ‘주간업무포럼’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팀장급 이상 누구라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영상으로 배포돼 한은 직원 누구나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까, 아닐까’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보고서 초안이 논의되고 누구든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고위 임원들조차 “토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기본적인 회의 분위기다 보니 총재 의견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자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업무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한 임원은 “총재와 토론이 될 정도로 회의 사안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가 4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one call way’, 즉 전화 한 통이면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IMF 직원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만큼 한은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시장에도 분명한 정책 메시지…적응할 시간 필요할 듯과거엔 어떤 식이든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게 한은의 기본 방침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통법과 시장 반응 간의 적응 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시장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 커뮤니케이션국은 IMF 블로그를 차용해 지난달 31일부터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공식 블로그를 신설했는데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게시한 글이 시장을 자극했다. 내용은 이미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발표한 자료를 국장급 인사가 재차 언급한 정도였다. 홍 국장은 “숙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글을 게시한 5월 31일 단기물 지표인 3년물 금리가 3%대로 올라서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 등에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블로그 글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은은 블로그 글 업로드는 시장 거래가 끝난 오후 4시 30분 이후에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블로그와 수급 요인에 미 국채 금리 상승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시장 약세장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일에도 국고채 금리가 전일 대비 0.111%포인트 오른 3.232%를 나타내면서 2012년 7월 10일(3.22%) 이후 처음으로 3.2%대에서 마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등에 대한 총재의 명확한 메시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던 과거 총재들과 다른 소통 방식으로 시장이 짊어질 충격도 커질 수 있단 경계감도 동시에 드러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금통위 당시엔 이주열 전 총재와 비교될 만큼 시원시원한 화법이 긍정적으로 보였으나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다만, 한은 측에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단순히 시장 악재로만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블로그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악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핑곗거리처럼 비춰진다”면서 “글로벌 금리 급등시기란 점을 생각하면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달라진 한은의 소통법과 시장 파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이 총재도 소통의 적응기간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워낙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과거하고 많이 패턴이 다르다면 ‘이거 뭔가 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원론적이라고 하면 원론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저도 (의사소통에) 조심하겠지만 제 스타일에 시장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BOK워치]이창용式 인재 발탁, IMF 내부경쟁방식이 참고될 듯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만 11년간 일하다 ‘한은사(韓銀寺·외부와 소통하지 않은 조용한 절간)’란 별명을 가진 한국은행의 수장이 된 이창용 총재. 그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노진환 기자)지난달 말 귀국한 뒤 19일까지 약 3주간 인사청문회 준비 등에 몰입했던 그가 체험한 한은은 생각했던 곳보다 더 경직되고 보수적인 곳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을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기 위해 연구조사에 대한 성과 평가, 내부 경쟁, 외부 소통 등 크게 3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한은은 조사·공보 업무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 책상 앞에는 전임인 이주열 총재가 2020년부터 맥킨지, 머서코리아 등 컨설팅 업체 두 곳을 거쳐 만든 조직진단 및 조직개편안이 놓여 있다. 이창용 총재는 “1~2개월 사이에 내부 사람과 얘기해서 (직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에는 한은의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조사역부터 임원까지 5단계의 직급을 3단계로 압축하고 역할에 따라 직무급제를 도입, 수시·다면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 총재는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우선적으로 ‘내 연구 성과를 바깥으로 홍보하라’가 한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KPI(핵심성과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조사·공보 업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중립성이 바깥에서 정부와 많이 얘기하면 훼손된다고 보는 (내부) 프레임워크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중립성과 소통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의견을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한은의 새로운 업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의 연구 성과가 정부나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 총재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한은은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사적 모임 인원을 확대할 것이냐, 영업시간을 연장할 것이냐를 두고 영업시간 연장이 더 소상공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연구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추후 관련 연구가 외부로 공개된 이후에야 보건당국이 이를 토대로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영업시간 연장을 우선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연구 성과가 더 빨리 공개됐다면 보건당국의 의사 결정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본인이 한 역할에 대해 크레딧(credit, 성과 인정)이 명확하게 주워져서 직급과 관계 없이 자기가 한 리서치(연구)에 대해 평가를 받고 크레딧을 받음으로써 더 열심히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본인이 한 리서치나 연구가 외부로 나가는 데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 한은 직원으로서 자기가 한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외부 출신 수장들이 조직 장악을 위해 흔히 하는 것이 ‘발탁 인사’다. 이 총재 체제에서도 발탁 인사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인사에 있어 내부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8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있었던 만큼 IMF식 경쟁 체제 도입이 예상된다. IMF에서는 국장급 인사를 선임할 때 5명 정도 후보군을 놓고 이들을 상대로 각각 면접을 본 후 면접우수자를 발탁하는 데 이 총재가 이런 방식을 한은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조직개편과 새로운 인사 방식 도입 등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가 두 번의 컨설팅을 받고도 조직개편을 시작조차 못한 것은 조직 내부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 직원들은 낮은 임금으로 패배감이 큰 상황이다. 연구 성과가 승진 등 인사 보상을 넘어서서 임금 인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 총재 역시 “몇 년간 공직 경험을 봐선 아무리 위에서 새로운 조직영영에 관한 개혁을 하더라도 밑에서 같이 수긍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내부 직원과 협력해갈 것임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개혁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임기 4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일단 개혁을 한다면 욕을 먹게 돼 있고 개혁에 따른 성과는 그 다음 총재가 보게 돼 있어 개혁도 천천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정희 기자 2022.04.2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서만 11년간 일하다 ‘한은사(韓銀寺·외부와 소통하지 않은 조용한 절간)’란 별명을 가진 한국은행의 수장이 된 이창용 총재. 그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노진환 기자)지난달 말 귀국한 뒤 19일까지 약 3주간 인사청문회 준비 등에 몰입했던 그가 체험한 한은은 생각했던 곳보다 더 경직되고 보수적인 곳이었다. 이 총재는 한은을 ‘대한민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만들기 위해 연구조사에 대한 성과 평가, 내부 경쟁, 외부 소통 등 크게 3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한은은 조사·공보 업무 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 책상 앞에는 전임인 이주열 총재가 2020년부터 맥킨지, 머서코리아 등 컨설팅 업체 두 곳을 거쳐 만든 조직진단 및 조직개편안이 놓여 있다. 이창용 총재는 “1~2개월 사이에 내부 사람과 얘기해서 (직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에는 한은의 조사연구를 강화하고 조사역부터 임원까지 5단계의 직급을 3단계로 압축하고 역할에 따라 직무급제를 도입, 수시·다면 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이 총재는 머서코리아의 조직개편안을 기반으로 하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우선적으로 ‘내 연구 성과를 바깥으로 홍보하라’가 한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KPI(핵심성과 지표)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이를 위해 조사·공보 업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한은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경직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 중립성이 바깥에서 정부와 많이 얘기하면 훼손된다고 보는 (내부) 프레임워크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중립성과 소통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의견을 여러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것이 한은의 새로운 업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의 연구 성과가 정부나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이 총재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예컨대 한은은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사적 모임 인원을 확대할 것이냐, 영업시간을 연장할 것이냐를 두고 영업시간 연장이 더 소상공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연구해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추후 관련 연구가 외부로 공개된 이후에야 보건당국이 이를 토대로 거리두기를 완화할 때 영업시간 연장을 우선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연구 성과가 더 빨리 공개됐다면 보건당국의 의사 결정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본인이 한 역할에 대해 크레딧(credit, 성과 인정)이 명확하게 주워져서 직급과 관계 없이 자기가 한 리서치(연구)에 대해 평가를 받고 크레딧을 받음으로써 더 열심히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본인이 한 리서치나 연구가 외부로 나가는 데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 한은 직원으로서 자기가 한 업적에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인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외부 출신 수장들이 조직 장악을 위해 흔히 하는 것이 ‘발탁 인사’다. 이 총재 체제에서도 발탁 인사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 총재는 청문회에서 “내부적으로도 경쟁이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인사에 있어 내부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가 8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 있었던 만큼 IMF식 경쟁 체제 도입이 예상된다. IMF에서는 국장급 인사를 선임할 때 5명 정도 후보군을 놓고 이들을 상대로 각각 면접을 본 후 면접우수자를 발탁하는 데 이 총재가 이런 방식을 한은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조직개편과 새로운 인사 방식 도입 등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주열 전 총재가 두 번의 컨설팅을 받고도 조직개편을 시작조차 못한 것은 조직 내부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 직원들은 낮은 임금으로 패배감이 큰 상황이다. 연구 성과가 승진 등 인사 보상을 넘어서서 임금 인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이 총재 역시 “몇 년간 공직 경험을 봐선 아무리 위에서 새로운 조직영영에 관한 개혁을 하더라도 밑에서 같이 수긍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내부 직원과 협력해갈 것임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개혁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임기 4년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일단 개혁을 한다면 욕을 먹게 돼 있고 개혁에 따른 성과는 그 다음 총재가 보게 돼 있어 개혁도 천천히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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