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혼자 외로워하지 마세요”… 레진코믹스 ‘멍멍냠냠’

까칠男 재희와 말하는 강아지 ‘홍시’의 이야기
현대인들의 외로움 조망, 관계의 중요성 강조
  • 등록 2019-08-24 오전 6:00:00

    수정 2019-08-24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기존의 포털 웹툰과는 다른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레진엔터테인먼트
◇레진코믹스 ‘멍멍냠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 레진코믹스 ‘멍멍냠냠’은 이 문구에서 시작된 웹툰이다. 이 웹툰을 그린 심모람 작가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큰 행복”이라며 “이 이야기의 인물들이 당신에게 그러한 누군가가 돼 주기를, 그들에게서 당신의 마음도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쓰고 그렸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멍멍냠냠’은 말 그대로 언제나 내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반려동물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서울 변두리로 이사를 간 재희. 뾰족한 성격의 재희는 자신의 이삿짐으로 우연히(?) 딸려온 강아지 ‘홍시’와 만난다. 재희는 홍시를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놓으려 하지만 홍시는 재희를 다시 찾아온다. 이 과정에서 재희는 할머니의 지인으로부터 홍시가 할머니의 벗이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홍시가 짖어 구급차를 부를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이렇게 재희와 홍시의 동거가 시작된다. 할머니를 그리워 하는 재희의 옆에서 홍시는 갑자기 “내가 옆에 있을게”라며 사람의 말을 한다. 깜짝 놀랄 일이지만 재희의 귀엔 홍시의 말이 들렸다. 홍시는 이후에도 혼자 장을 보러 나가기도 하는 등 사람처럼 행동한다. 재희의 앞집에 사는 고등학생 영희도 마트에서 홍시를 목격한다. 재희는 홍시가 정말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식중독에 걸린 재희. 홍시는 구급대원에게 주소를 말하며 신고를 한다. 이제서야 재희와 홍시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홍시는 어떻게든 재희를 챙겨주려 빨래도 해주고 도시락을 싸주기도 한다. 강아지가 하는 일이라 대부분 엉망이지만 마치 할머니가 손자 챙겨주듯 지속적으로 도전한다. 이렇게 재희와 홍시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재희는 주변인들과도 조금씩 관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이 웹툰은 현대사회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스마트 기기 등 기술이 발전해 모든 것이 편리해졌지만 점차 사람들의 가슴은 메말라 가는 게 현대사회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나도 누군가의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누군가도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점점 홀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멍멍냠냠’은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점차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재희의 모습에서 우리의 현실을 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작화 역시 감성적이어서 이 같은 주제들이 더 잘 와닿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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