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치킨은 왜 쌀까’…치킨값의 비밀

홈플러스 6990원 ‘당당치킨’에 이어 이마트도 5980원 가세
대형마트, 생닭 직매입으로 중간유통비용 없애
임대료 없고 조리기구도 완비…“추가 투자비용 없어”
프랜차이즈, 본사 마진 보전 위해 복잡한 유통구조 및 부대비용 발생
  • 등록 2022-08-19 오전 5:30:00

    수정 2022-08-19 오후 5:25:5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불을 당긴 치킨 가격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훌쩍 넘은 상황에서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치킨을 즐길 수 있어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는 지난 11~18일까지 1.5마리 용량이 담긴 ‘한통치킨’(1만5800원)을 반값(8800원)에 판매했다. 이마트(139480)도 1통에 9980원인 ‘5분치킨’을 7월 말부터 판매한 데 이어 이날부터 24일까지 한 마리를 5980원에 내놓는 ‘최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마트가 촉발한 가성비 치킨의 인기로 치킨 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생닭 직접구매로 중간 유통비용 없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형마트의 치킨 가격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대형마트 업계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가격이라고 일축한다.

대형마트는 △유통 과정 단순화에 따른 비용 절감 △조리 설비 구비에 따른 추가 투자비용이 없는 점 △프랜차이즈 치킨과 다른 고객 구매성향 때문에 초저가 치킨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당당치킨은 사실상 직거래 치킨으로 6990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한 것”이라며 “가장 핵심 원재료인 생닭 구매과정에서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구매한다. 제품 역시 현장에서 바로 튀겨 판매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고 설명했다.

실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본사가 생닭을 사온 뒤 중간 자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뿌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 등 중간 마진이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포함된다. 대형마트 치킨은 이 중간 과정을 완전히 없앴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트는 식품 코너에 구비한 튀김 조리 시설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만 써서 닭을 튀기면 된다”며 “치킨 프랜차이즈처럼 제품 가격에 임대료가 없는 점도 치킨 가격 ‘다이어트’에 한몫하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18일 이마트가 출시한 598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 (사진= 이마트)
닭 가격은 마트가 비싸…프랜차이즈 치킨은 부대비용 및 광고·마케팅비도 포함

업계는 마트 치킨이 싸긴 싸지만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과 1대 1로 비교하는 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킨의 가장 큰 재료인 생닭의 가격은 마트 치킨이 더 비싸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마트 치킨에 주로 사용하는 7~8호 닭의 가격(18일 기준)은 ㎏당 4244원,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9~10호 닭의 가격은 3923원이다. 하지만 마트에서 판매하는 치킨값에는 순수하게 치킨 가격만 들어간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는 절임무, 소스 등 부대비용이 다 포함된다.

또 대형마트의 경우 마트를 방문한 손님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치킨 프랜차이즈와 달리 별도의 광고 및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 점도 제품 판매가를 낮출 수 있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프랜차이즈의 경우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톱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마케팅 비용도 최종 상품 가격에 포함되는 구조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에서 치킨을 사서 집에 가면 상품이 식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에어프라이어를 구비한 집이 많아 직접 데워 먹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이어 “따뜻한 상태로 배달돼 먹기만 하면 되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달리 마트 치킨은 ‘더 수고를 들이더라도 값싸게 먹겠다’는 고객 구매성향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형마트가 촉발한 치킨 가격 경쟁으로 ‘손해를 보면서 팔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대기업이 출혈경쟁을 하느라 수십만 골목 치킨집 사장님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다만 치킨 가격 경쟁으로 손해를 보는 것은 프랜차이즈 치킨 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일 뿐이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손해가 없다면서 자영업자를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것처럼 주장한다고 비판하는 시선도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치킨이 이윤이 남지 않을 수도 있으며 고객 유인 차원의 투자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실적이 대폭 악화돼 현재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이커머스로 발길을 돌린 고객을 다시 끌고 오려면 다양한 고객 유인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밑지고 파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영업상 원가 수준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다양한 제품군의 할인전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을 했던 것은 대형마트가 늘 해오던 일”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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