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금융 축소에 고금리까지"…폐업 내몰리며 고꾸라진 중고차 시장

중고차 딜러들 주요 매입 수단 재고금융 50~60% 대폭 축소
매물 확보 어려움과 이자 부담에 재고 정리하거나 폐업
공급 늘어났지만 중고차 할부 금리 급등에 소비자들 지갑 닫아
중고차 시장 뛰어든 기업들도 난감…"인증중고차, 가격 경쟁력 우려"
  • 등록 2022-12-14 오전 6:00:00

    수정 2022-12-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중고자동차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건 경기 침체와 함께 금리가 급격하게 치솟은 영향이 가장 크다. 매매업자들은 레고랜드 발(發) 채권시장 불안정으로 캐피털사들이 자금줄을 옥죄면서 영업 활동이 위축된 탓에 매물을 경매장에 던지거나 폐업하는 일이 늘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매물 급증으로 중고차 가격 하락이 발생해 시장 활성화가 이뤄져야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업계 1위 케이카마저 성장세가 꺾이며 업황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재고 금융 축소로 매물 확보는 어렵고, 이자 부담은 늘고

중고차 업계는 업황 불황의 출발을 캐피털사의 재고 금융 축소라고 꼽는다. 중고차 재고 금융이란 캐피털사가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매물 구매 용도로 단기적으로 제공하는 대출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재고 금융이 80% 수준이라고 하면 매매업자는 3000만원짜리 중고차에 대해 캐피털사로부터 24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통상 중고차 업자들의 중고차 자기자금 매입 비율은 10~20% 수준으로, 80~90%가 재고 금융을 끼고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캐피털사들은 기준금리가 단기간 급격히 인상되고 레고랜드 발 회사채 문제까지 겹치며 비교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중고차 재고 금융을 50~60% 수준으로 축소했다. 매매업자들의 매물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금리 인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중고차 재고에 대한 이자 인상까지 떠안게 되며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중고차 매매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중고차 매물 확보를 위한 재고 금융 금리가 지난해 3.9%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두 배가 오른 8% 이상이 대부분”이라며 “2000만원짜리 매물을 재고 금융으로 이용했다면 한 달 이자만 1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최고 법정 금리 수준 할부에 소비자들 지갑 닫았다

매매업자들의 재고 차들이 쏟아지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는 공급과잉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 중인 현대글로비스(086280)의 11월 낙찰률은 4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0%) 대비 16%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경매장은 중고차 유통의 첫 단계로 불리며 낙찰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업황 불황의 신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급과잉으로 중고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실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중고차 등록 대수는 233만 249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년 성장세를 기록한 중고차 매매업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끊긴 건 치솟은 중고차 할부 금리 때문이다. 연초 3%에 불과했던 금리는 최근 4배가량 오르며 평균 12%대로 급등했다. 신용 등급에 따라서 법정 최고 금리 수준인 19.9%를 제시하는 캐피털사도 등장했다.

고금리로 소비자들이 중고차 구매를 주저하자 국내 중고차 업계 1위 케이카의 올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케이카의 올해 영업이익은 5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케이카는 중고차 시장 활황으로 2019년부터 꾸준히 영업이익 증가를 보였지만 업계 불황에 상승세가 멈출 위기에 놓였다.

내년 중고차 사업 뛰어드는 대기업들도 예의주시

중고차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드는 대기업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범 사업에 뛰어드는데 5년·10㎞ 미만의 인증중고차를 취급할 예정이다. 인증중고차란 업체가 중고차를 사들이고 직접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차량을 말한다. 아울러 연내 중고차 사업 진출을 위해 중고차 업계와 상생안을 마련 중인 롯데렌탈(089860)의 롯데렌터카도 자사의 계약 만료 렌터카를 인증중고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증중고차는 업체가 직접 상품화 과정을 거치는 만큼 일반 중고차 대비 비교적 비싼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준비한 대로 시장 진출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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