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이소현 이용성 기자] 입양 당시 작년 2월 정인양의 양부모는 네 살짜리 친딸을 키우고 있었다. 1가구 1자녀가 보편적인 요즘, 양부모는 왜 굳이 정인이를 입양하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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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기록된 양부모의 발언만 보면 ‘선의’를 갖고 아이를 입양한 것으로 보인다. 양모 장모씨는 결혼 전부터 입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입양 전 장씨가 제출한 에세이에는 “남편과 연애시절부터 입양을 계획했으며, 종교적인 믿음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적혀 있다. 장씨의 주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던 것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
아이가 워낙 참혹하게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양부모가 ‘부동산 취득을 위해 친딸이 있는데도 입양했다’는 얘기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자녀 한 명 당 청약가점이 올라가고 대출 이자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들은 주택 취득을 목적으로 입양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씨는 정서가 불안정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생각이 없는,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며 “때문에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부동산 취득에서 혜택을 받기 위해 정인이를 입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홀트, 사후관리 제대로 했는가
정인양의 입양을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홀트)는 6일 “입양절차에 문제가 없고, 사후관리도 매뉴얼에 따라 했다”고 밝혔다. 입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 후 사후 관리는 친양자 입양 신고가 완료된 날로부터 1년간 가정방문 2회와 유선·이메일 등 상담 2회 등 총 4회 진행하는데, 홀트는 정인양 입양 이후 8개월 동안 가정 방문 3회와 전화 상담 17회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혼모·한 부모·아동인권단체들은 홀트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7일 국내입양인연대 등 10개 단체들은 “정상적인 가정방문은 1회였고 아동학대 신고에 의한 비정상적인 방문이 2회로 아동학대 신고에 의한 비정상적 방문은 방문 회차에서 제외해야 하고, 확인을 겸한 정상적인 방문이 2회 이상 더 있었어야 한다”며 “그러나 결과 확인을 전화통화로만 처리하고 정인이의 상태는 실제로 확인하지 않았던 과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차례 신고에도 ‘내사종결’ 경찰
경찰이 이전에 두 번이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세 번째 신고 때 양부모의 말만 믿고 면밀히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영유아에 대해 아동학대라고 판단하고 ‘즉각 분리’ 조치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서울시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 사건 보고’에는 세 차례 조사에서 ‘아동을 조사했으나 의사소통 불가’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양부에게 잘 안겨 있는 모습 등을 확인하고 아동학대가 없다고 파악했다. 표현을 못하는 영유아를 상대로 정황만 보고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양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하기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학대예방경찰관(APO)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 부실수사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럼에도 경찰이 반복되는 학대 의심 신고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양천경찰서에 세 차례 신고 동안 매번 다른 수사팀·다른 아동학대 전담 경찰관이 담당하는 등 수사의 연속성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양부모 장씨, 안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본격 개시돼 시시비비를 가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