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재계와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터카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렌터카는 렌터카 분야 업계 1위로 현재 중고차 장기렌터와 리스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렌터카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추가해 시장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증중고차 사업은 업체별 정해진 인증 절차를 거쳐 통과한 차량만을 판매한다. 일반 중고차에 비해 매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렌터카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기업 롯데렌탈(089860)이 지난 8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본격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 렌털에 수익이 집중돼있는 약점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차량 렌탈 시장은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롯데렌탈의 차량 렌탈 부문 영업수익 비중은 △2018년 69.0% △2019년 67.6% △2020년 65.3% △2021년 상반기 62.6%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경쟁 업체인 SK네트웍스(001740)가 AJ렌터카를 인수하면서 SK렌터카의 차량 렌털 규모도 커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롯데렌탈이 상장 후 미래사업으로 ‘모빌리티 플랫폼 강화’를 지목한 점도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다. 롯데렌탈은 이를 위해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포티투닷(42dot)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자동차등록 통계업무기업인 ‘CL M&S’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매매 거래는 총 395만 건으로 신차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거래액은 약 25조원으로 추산된다.
동반성장위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업종 부적합”
SK와 롯데 등 렌터카업체들이 발 빠르게 중고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 사업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업체들은 자사의 렌터카 매물을 처분하는 목적에 한해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SK렌터카는 자사의 렌터카를 기업대기업(B2B) 방식으로, 롯데렌터카는 중고차를 매입한 뒤 장기렌터 또는 리스 형태 등의 방식으로 중고차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렌터카업체들은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셈이다.
정부에 공이 넘어간 만큼 중소기업벤처부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해당 여부를 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낸 만큼 미지정 가능성도 높다. 중기부 판단에 따라 대기업들은 중고차 매매시장에 시장점유율 제한 등 없이 무혈입성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론도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에 우호적인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중고차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76.4%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며 혼탁하고 낙후됐다고 지적했다. 국민 4명 중 3명은 중고차업체 위주의 현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렌터카업계를 제외한 기업들도 중고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업계의 경쟁자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도 있다”며 “만약 중고차 매매시장이 대기업에 개방된다면 여러 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