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꼬우면 LH 이직하든가"…'블라인드' 압색 허탕 뒷이야기

“이 빌딩이 아니네”…주소 잘못 찾아 압색 허탕친 경찰
배달기사의 아파트 경비원 폭행…乙-乙 싸움의 씁쓸함
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피해호소인’ 사과하라” 비난
정인양 부검의 “부검할 필요 없을 정도로 손상 심해”
  • 등록 2021-03-20 오전 8:44:00

    수정 2021-03-20 오전 8:44:00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조금은 허탈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H 직원 추정 인물이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조롱 섞인 글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려 공분을 산 사건을 다 아실 텐데요. 이 인물을 추적 중인 경찰이 블라인드 사무소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허탕을 친 사실이 이데일리 단독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경찰 ‘블라인드’ 압수수색 허탕 △강남 고가 아파트단지 ‘을’의 싸움 △고(故) 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작심 비판 △정인양 부검의 법정서 ‘아동학대’ 증언 등입니다.

“이 빌딩이 아닌가봐”…주소 잘못 찾아 압색 허탕 친 경찰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건물에 위치한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사무실. (사진=공지유 기자)
지난 17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그날 오후 3시쯤부터 경남 진주 LH 본사와 블라인드 한국지사인 서울 강남구 ‘팀블라인드’ 사무실 압수수색을 한다고 알렸습니다. 이데일리 사건팀은 압수수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강남지역 담당 공지유 기자에게 현장을 살펴보도록 했는데요. 하지만 오후 4시 반까지도 현장에서 경찰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당시 사무실에 있던 한 직원은 “아직까지 경찰이 왔다거나 압수수색을 진행한다고 사무실을 찾은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압수수색을 한다고 한 장소에 왔는데, 경찰은 나타나지 않은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데일리 사건팀이 ‘오늘 경찰이 압색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보를 입수하고 움직인 것은 아니겠지요. 경남경찰청은 그날 오후 5시 45분쯤 “한국지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로 표기된 주소를 확인하고 실제로 현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며 “확인 결과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사무실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 결과, 경찰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같은 이름의 다른 건물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남구 A건물 7층에 위치한 본래 사무실이 아닌, 같은 이름의 B건물 7층을 방문했다가 사무실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후 A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은 오후 6시가 돼서야 팀블라인드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현장에 있던 직원은 모두 퇴근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18일 “법인 등기부등본상 주소와 실제 주소에 차이가 있었다”며 “다시 압수수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글 작성자의 처벌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데다가, 단순 조롱 게시물 수사에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정당한지 비판도 나옵니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는 확실히 되새기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첫째, 기자에게는 현장이 중요하다. 둘째, 경찰이 이번 ‘해프닝’을 통해 LH 사태 발본색원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입니다.

배달기사의 아파트 경비원 폭행…乙-乙 싸움의 씁쓸함

1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서 있다. 이 아파트는 단지 내에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이데일리 사건팀의 연이은 단독 취재가 빛을 발한 한 주였습니다.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고가 아파트가 배달 오토바이 출입을 막으면서 경비원과 배달원 간 폭행으로 번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데일리 취재 결과,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배달원의 옷을 잡아당겨 넘어지게 한 청담동 모 아파트단지 경비원 최모(69)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경찰과 사건 관계인 등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4일 음식을 배달하러 온 A씨가 오토바이를 몰고 아파트 단지 내로 진입하려 하자 “들어오면 안 된다. 당장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이를 무시했고 화가 난 최씨는 A씨의 옷에 달린 모자를 잡아당겨 넘어뜨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해당 아파트단지 주민협의체에서 정한 규칙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7월 이 단지 동대표회의에서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배달 오토바이의 단지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후 경비원과 배달원과의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제지하려는 경비원과 이를 거부하는 배달원의 말싸움은 일상이고, 몸싸움으로 번져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주민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경비원과 배달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는 배달원, 이른바 ‘을과 을의 갈등’이 빚은 촌극이 씁쓸함을 줬습니다.

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피해호소인’ 운운 사과하라” 비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의 자리가 마련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피해자가 직접 참석해 사건과 관련해 발언했지만 언론 노출은 동의하지 않았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심경을 밝혀 파문이 일었습니다. 피해자 A씨는 자신을 가리킨 ‘피해호소인’ 명칭 사용 등으로 2차 가해 비난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작심 비판을 이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파장에 이목이 쏠립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는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서는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피해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고, ‘고인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으며 결국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현실성 없는 사과였다고 생각한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A씨는 또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본다”며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또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성 기류가 형성됐습니다. 양향자 의원은 기자회견 당일 ‘피해호소인’ 논란 관련 사과 의사를 밝혔습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참여 중이었던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세 의원도 다음날 사죄 의사를 밝히며 캠프에서 일제히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형식적인 액션”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인양 부검의 “학대인지 부검할 필요 없을 정도로 손상 심해”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8차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입양 이후 지속적으로 양부모의 학대를 당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영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부검할 당시 시신 손상이 너무 심각했다는 부검의의 증언이 나와 충격을 줬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이상주)는 17일 살인,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어머니 장모(35)씨와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모(38)씨의 공판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정인양 부검의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속 A씨가 출석했는데요. A씨는 “지금까지 내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며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손상 자체가 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A씨는 “(정인양) 머리·갈비뼈에선 과거에 생겼다가 낫고 있는 골절이 발견됐고, 췌장에선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처의 흔적도 보였다”며 정인양 몸에 골절 등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고가 아닌 학대에 의한 상처로 추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즉 정인양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학대를 당해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상처들이 몸 전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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