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조금은 허탈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LH 직원 추정 인물이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는 조롱 섞인 글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려 공분을 산 사건을 다 아실 텐데요. 이 인물을 추적 중인 경찰이 블라인드 사무소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허탕을 친 사실이 이데일리 단독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이번주 키워드는 △경찰 ‘블라인드’ 압수수색 허탕 △강남 고가 아파트단지 ‘을’의 싸움 △고(故) 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작심 비판 △정인양 부검의 법정서 ‘아동학대’ 증언 등입니다.
“이 빌딩이 아닌가봐”…주소 잘못 찾아 압색 허탕 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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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을 한다고 한 장소에 왔는데, 경찰은 나타나지 않은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데일리 사건팀이 ‘오늘 경찰이 압색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보를 입수하고 움직인 것은 아니겠지요. 경남경찰청은 그날 오후 5시 45분쯤 “한국지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로 표기된 주소를 확인하고 실제로 현존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며 “확인 결과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사무실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이데일리 취재 결과, 경찰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같은 이름의 다른 건물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남구 A건물 7층에 위치한 본래 사무실이 아닌, 같은 이름의 B건물 7층을 방문했다가 사무실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후 A건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경찰은 오후 6시가 돼서야 팀블라인드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이미 현장에 있던 직원은 모두 퇴근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18일 “법인 등기부등본상 주소와 실제 주소에 차이가 있었다”며 “다시 압수수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달기사의 아파트 경비원 폭행…乙-乙 싸움의 씁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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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해당 아파트단지 주민협의체에서 정한 규칙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7월 이 단지 동대표회의에서는 주민 안전 등을 이유로 배달 오토바이의 단지 출입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후 경비원과 배달원과의 갈등은 커지고 있습니다. 제지하려는 경비원과 이를 거부하는 배달원의 말싸움은 일상이고, 몸싸움으로 번져 경찰의 조사를 받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주민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경비원과 배달시간이 곧 돈과 직결되는 배달원, 이른바 ‘을과 을의 갈등’이 빚은 촌극이 씁쓸함을 줬습니다.
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피해호소인’ 운운 사과하라”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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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또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체성이 흔들렸다고 본다”며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내줬으면 좋겠다. 또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 징계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반성 기류가 형성됐습니다. 양향자 의원은 기자회견 당일 ‘피해호소인’ 논란 관련 사과 의사를 밝혔습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참여 중이었던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세 의원도 다음날 사죄 의사를 밝히며 캠프에서 일제히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형식적인 액션”이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인양 부검의 “학대인지 부검할 필요 없을 정도로 손상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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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판에는 정인양 부검의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속 A씨가 출석했는데요. A씨는 “지금까지 내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며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손상 자체가 심했다”고 증언했습니다. A씨는 “(정인양) 머리·갈비뼈에선 과거에 생겼다가 낫고 있는 골절이 발견됐고, 췌장에선 사망일 최소 며칠 전에 발생했다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처의 흔적도 보였다”며 정인양 몸에 골절 등의 흔적이 너무 많아 사고가 아닌 학대에 의한 상처로 추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즉 정인양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학대를 당해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상처들이 몸 전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