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국당이냐"…탄핵 부정에 혼란 가중된 국민의힘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올 초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론을 주장했다면, 이번에는 국민의힘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는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탄핵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가 연일 연출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요구에 국민의힘의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모습.(사진=노진환 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가 끝난 일주일 만에 사면론을 꺼내는 것은 국민들께 비춰주기에 ‘저 당이 이제 먹고 살 만한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기가 너무 좋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거 이기니까 당이 과거로 다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고 20~30대 지지자분들이 굉장히 많이 연락을 주셨다”면서 “‘국민의힘을 믿고 투표를 한 번 해봤는데 역시나 당신들은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쓴소리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일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석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달라고 했다.

서 의원의 발언은 국민의힘에 내재된 불안 요소에 기름을 부었다. 그동안 줄곧 중진들을 중심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무죄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서 의원의 발언은 이런 상황을 폭발시킨 촉진제로 작용했다. 실제 다음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이같은 모습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사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사과하며 민심 수습 전면에 나선 바 있다.

중진들의 일련의 행동은 초선 등 당내 젊은층들을 자극했다. 조수진 의원은 “탄핵을 받아 물러난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당 정치이고, 책임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탄핵은 정당했다는 게 제 공식 입장”이라며 오 서울시장, 박 부산시장이 건의한 사면에 대해서도 “전술적 실패라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