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돌아왔는데...주방 이모도, 홀서빙 알바도 돌아오지 않았다

자영업계 '구인난'…"일할 사람 없어 장사 접는다"
택시·대리 기사도 증발…'귀가 대란' 계속
"노동시장 대격변"…"코로나 이전 회귀 어려울 듯"
  • 등록 2021-11-18 오전 12:30:00

    수정 2021-11-18 오전 12:30: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서울 서대문구에서 족발집을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A씨는 당분간 주말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홀서빙, 주방보조 등 일하는 분들이 대체로 중국분들인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중국으로 갔고, 한국인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당분간 주말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람 없어 장사 못해”…자영업계도 ‘구인난’ 곡소리

자영업자들이 예상치 못한 ‘위드 코로나의 역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허리띠를 졸라매며 인건비를 줄였지만 이제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 이후 밀려드는 손님을 맞기 위해 부랴부랴 채용공고를 내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인력이 없어 급기야 영업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51)씨는 “시급을 계속 올리고 있는데도, 알바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 1~10월 알바천국에 등록된 아르바이트 구인 공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르바이트 지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9.3% 오히려 감소했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자영업자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지원자는 꾸준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바이트가 줄어들면서 그 자리는 자영업자가 스스로 메우고 있다.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임금 근로자 중 고용원 없이 홀로 일하는 자영업자는 전달보다 4만5000명 늘어난 42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1만3000명으로 같은 기간 2만6000명 줄어들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나 중소업계의 구인난은 위드코로나 이전부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위드코로나 진입 이후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인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식당에 구인광고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뉴스1)


“다른 일터로...”택시·대리 기사 ‘증발’…때아닌 ‘귀가 대란’

‘위드 코로나의 역습’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또 다른 분야는 택시·대리운전 업계다. 11월부터 심야 도심 번화가에선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차도까지 나와 손을 휘젓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당·술집 등 영업·인원 제한이 풀리면서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졌지만, 이들을 태울 만한 택시가 없어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버티지 못한 택시기사들이 업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했을 때 약 2만5000여명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년간 택시 운전을 한 정모(61)씨는 “새벽에 콜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데, 그 사람들을 다 태울 정도로 택시 기사가 없으니 손님들 사이에서 택시 잡기가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회사 주차장에 가보면 택시가 수십대가 시동도 못 걸고 그냥 서 있다. 기사가 없어서 운영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50대 택시기사 이모씨는 “코로나19로 돈을 못 버니까 지인이 작년에 택시 그만두고 배달을 하겠다고 나갔다”며 “해보니 그게 훨씬 나아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임봉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심야 시간대 집중적으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이 있는데 택시 기사들이 코로나19로 많이 떠난 상황이라 난감하다”며 “택시 업계가 지금 어렵다 보니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지도,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운전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로 대리기사들이 업계를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서 대리기사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코로나19로 식당과 술집이 문 닫으면서 대리기사도 직격탄을 받았다”며 “대리기사가 많이 증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와 대리기사 수요가 줄어 ‘귀가 대란’이 벌어지면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 시행된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음주운전 집중단속 적발 건수는 총 5466건.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하루 평균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약 390건으로, 올해 1~9월 말의 하루 평균 단속 건수 309건에 비해 80건 넘게 폭증했다.

서울시가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리기로 한 첫날인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탑승장에서 개인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이 급변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직자가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노동자로 대거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대면 시장에서 구직자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하면서 노동 시장에 바뀐 부분이 굉장히 많다. 전 세계 다른 나라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그 자리에는 키오스크 등 기계가 일자리를 대신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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