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경찰이 사제총에 맞아 숨졌다[그해 오늘]

2016년 오패산터널 경찰 살인사건 범인 '성병대'
강간·폭력으로 10년 복역…"경찰이 조작" 망상
사제총기·사제폭탄 제작…끝까지 반성은 없어
  • 등록 2022-10-19 오전 12:03:00

    수정 2022-10-19 오전 12:03:0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6년 10월 19일 오후 6시 20분.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에 한 남성이 총을 들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서울강북경찰서 소속 김창호 경위(이후 경감 추서) 등 2명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 순찰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김 경위가 가장 먼저 내리는 순간 총성이 울렸고, 곧바로 김 경위는 쓰러졌다. 김 경위는 병원으로 긴급후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총을 쏜 범인은 당시 만 46세 남성 성병대(현 52세)였다. 총기 청정국가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에서 경찰을 서울 한복판 도심에서 총격으로 사망케 한 것이다. 성병대는 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까?

경찰관 사제총기 총격범 성병대. (사진=연합뉴스)
성병대의 범행은 망상이 빗어낸 참극이었다. 성병대는 수차례 범행으로 장기간 수감생활을 한 전과자였다. 2000년대 초 강간 범행을 시작으로 범죄를 반복했다. 그는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돼 2001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이 확정됐다. 성병대는 집행유예 기간 중 또다시 강간 범행을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다. 결국 2003년 6월 법원에서 징역 5년 판결이 확정됐고 앞선 특수강간 사건의 집행유예 판결도 취소됐다.

경제적 어려움 닥치자 “경찰이 주도” 망상 심화

성병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수감 생활 중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무고’와 ‘위증’ 혐의로 피해자를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죄로 2004년 11월 징역 8월이 추가됐다.

수감 중이던 2007년엔 교도소에서 난동도 부렸다. “교도관이 나를 암살하려고 한다”며 얼굴 등을 샤프로 찌르는 등 폭행을 가한 것. 결국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이 추가되며 형기는 징역 10년 2월까지 늘었다. 2010년엔 배식을 담당하는 “음식과 식수에 유해물질을 탄다”며 동료 재소자를 공격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100만원 판결을 받기도 했다.

반복되는 범행 속에서 성병대는 2012년 9월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소했다. 출소 후 가족과 함께 지내며 아르바이트나 주식투자 등으로 몇 차례 돈을 벌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으나 이내 그만두거나 실패했다. 그리고 2015년께부턴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서 주로 생활했고, 2016년 초부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이 계속됐다.

‘오패산 터널 총격 사건’의 희생자 고(故) 김창호 경감의 영결식이 2016년 10월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장(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때부터 성병대의 피해의식을 동반하는 망상은 더욱 심해졌다. 자신의 궁핍한 경제적 상황의 이유에 대해 “성범죄를 수사했던 경찰이 배후에서 조직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경찰에 대한 적대감을 키웠다. 망상 속에서 2016년 5월부터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구입하고, 사제총기 및 사제폭탄을 만들기 시작했다.

성병대는 범행 직전인 2016년 9~10월 소셜미디어에 “경찰이 평소 나를 감시하고 있다”, “경찰이 알바들을 동원해 내가 폭행을 저지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부패친일경찰을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것이 내 목표”라는 등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 살상 계획하며 헬멧·방탄복까지 착용

성병대는 2016년 10월 19일을 범행 실행일로 잡았다. 첫 범행 대상은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이웃집 남성 A씨였다. 부동산 중개업자였던 A씨가 자신을 무시한다며 그가 비밀경찰일 것이라는 생각에 첫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B씨를 살해한 후 경찰이 충돌할 경우 사제총기와 사제폭탄으로 공격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성병대는 사제총기 17정, 사제폭탄 1개 외에도 흉기와 둔기를 휴대한 것은 물론, 총격전에 대비해 방탄복과 헬멧까지 착용했다. 성병대는 2016년 10월 19일 오후 6시20분 퇴근하던 B씨를 향해 사제총을 발사했다. 발사된 총알은 A씨가 아닌 지나가던 행인 B씨의 복부를 관통해 큰 부상을 입혔다.

성병대가 만든 사제총기들. (사진=연합뉴스)
성병대는 총에 맞지 않고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둔기를 수차례 휘둘렀다. 기절한 A씨를 보고 사망한 것으로 생각한 성병대가 더이상 둔기를 휘두르지 않아 A씨는 겨우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A씨를 가격한 후 성병대는 곧바로 오패산 터널 쪽으로 도망가 매복했다. 경찰을 사살할 목적이었다. 그리고 오후 6시30분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자 총기를 발사해 김 경위를 사망케 한 것이다.

성병대가 경찰을 향해 지속적으로 사제총을 발사하며 경찰과 성병대의 대치는 10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성병대에게 실탄을 발사해 2발을 맞췄으나 방탄복을 입고 있던 성병대는 부상을 입지 않았다. 대치 중 경찰과 시민이 성병대를 기습해 검거할 수 있었다.

‘노역 없는 사형이 과연 무기징역보다 무겁나’ 의문도

성병대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도 망상에 기반한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김 경위는 제가 쏜 총이 아닌, 현장에 출동한 다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들과 법원 모두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배심원 9명 중 4명은 사형, 5명은 무기징역 양형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는 어떠한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으로 일관하면서 모든 책임을 경찰관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무기한 사회로부터 격리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사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해망상 등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남은 생애 동안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며 평생 속죄하며 살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해 보인다”며 이를 기각했다.

2심은 또 다른 이유로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사형이 무기징역에 비해 가벼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미집행 상태로 남게 되는 사형의 경우 노역형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형수들이 사실상 자유형을 복역하고 있다. 반면 무기징역은 원칙적으로 노역에 복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성병대에 대한 형은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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