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부의 이 같은 발언은 한동안 잠잠했던 종북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사제단은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연 것이지만 박 신부의 발언으로 인해 때아닌 종북 논란이 재연된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마저 ‘선 긋기’에 나서며 사제단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다만 사제단은 문제의 발언이 사제단의 공식 입장인지, 박 신부의 개인 생각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사제단은 지난 1974년 천주교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결성됐다. 이후 1970~1980년대 유신헌법 반대운동, 긴급조치 무효화운동, 광주 민주화운동 등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1987년 5월18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하며 ‘6월 민주화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이후에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운동,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사건 시국기도회, 김현희 KAL기 폭발사건 진상규명 운동,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국미사,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집회 등을 통해 정치에 깊숙히 개입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직후에는 음모론을 내놨고, 연평도 포격 때 정진석 추기경이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자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정 추기경을 비난하는 성명도 냈다.
사제단은 ‘정의를 기초로 하여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신장하고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에 기여함’을 표방한다. 그러나 정작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가톨릭교회 교리서(Catechismus Catholicae Ecclesiae) 2442항은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지난 24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 이 조항을 언급하면서 “정치구조나 사회생활 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교회 사목자가 할 일이 아니며 이 임무를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평신도의 소명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사제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