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 콩쿠르 이면]① 무용계에도 손흥민 금메달 있다

男무용수는 콩쿠르에 올인하는 이유는…
20대 남자무용수 가장 큰 장벽은 '군대'
신체 변화로 제대 후 무용 포기하기도
병역혜택 걸린 콩쿠르 시시비비 생기기도
  • 등록 2018-09-04 오전 12:10:00

    수정 2018-09-04 오전 9:04:11

. 예술경연대회, 이른바 콩쿠르는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기 힘든 예술에 순위를 매기다 보니 뒷말이 많다. 콩쿠르 수상자에게 대학입시나 병역 등 여러 혜택을 주다 보니 공정성 문제도 불거진다. 무용계를 중심으로 한 콩쿠르의 이면과 병역혜택 문제, 4년 전 무용 콩쿠르 입상으로 병역혜택 기회를 얻었다 좌절됐던 한 무용수의 사연을 살펴봤다.

최근 5년간 분야별 예술요원으로 새로 편입된 인원 현황(디자인=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남자 무용수에게 콩쿠르는 당연히 해야 하는 도전과제다. 무용계에서 콩쿠르로 병역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하나의 ‘스펙’이다.”

한국의 남자 무용수들은 20대가 되면 가장 큰 장벽과 마주하게 된다. 군대다. 국민으로서 당연히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지만 무용수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 시절의 2년간을 군대에서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유가 있다. 몸을 주로 쓰는 무용수 특성상 군대에 가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무용 실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무용수 박영상은 “군대에서 보내는 2년은 무용수에게 체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며 “실제로 많은 무용수들이 군대를 갔다 온 뒤 무용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자 무용수들은 20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콩쿠르에 ‘올인’한다. 예술요원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병역혜택을 받을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무용수는 매일 같이 몸을 풀어야 한다. 유연한 몸짓을 위해 손목이나 발목 등 관절 부상이 없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군대에서는 무용수 때와는 다른 근육을 쓰게 된다. 각 잡힌 행동을 하다 보면 근육이 굳는 경우도 다반사다. 군 생활 도중 손목이나 발목 부상을 입는다면 전역 이후 무용수로 활동하기 어렵기도 하다.

심정민 무용평론가는 “무용은 대근육보다 더 섬세한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군대에서 훈련을 받다 보면 몸 자체가 달라져 무용수로 다시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대를 마치고 무용수로 활동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와이즈발레단 출신으로 현재 재활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이위형(31)씨는 2006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1학년 1학기만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다. 이 씨는 “군대 문제로 불안하다 보니 오히려 빨리 다녀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육군으로 전차대대에서 복무했다. 그는 “군대를 다녀오니 확실히 몸도 굳고 딱딱한 군화를 신다 보니 발목도 굳어서 안 좋은 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남자 무용수가 군대를 가는 것에 대해서는 “해볼 것 다 해보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이 씨가 군 제대 이후에도 무용수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노력한 결과다. 상병 때부터 체중을 감량했고 휴가를 나올 때마다 무용 연습실을 찾아갔다. 전역 이후 와이즈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중 부상을 당해 무용을 그만두고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의 지원을 통해 재활트레이너가 됐다. 이 씨는 “일찍 군대에 간 것에 후회는 없다”며 “다시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군 입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 무용수가 콩쿠르에 ‘올인’하는 것은 일장일단이 있다. 심 평론가는 “병역혜택을 위해 남자 무용수들이 콩쿠르에 매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량과 실력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반대로 콩쿠르 때문에 무용수로서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대에 다양한 경험을 쌓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무용계에서는 예술부대 창설이나 무용수를 위한 대체복무제 마련 등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 등의 문제로 현실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콩쿠르에 매진하는 것만이 남자 무용수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병역혜택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콩쿠르에 대한 공정성 문제도 불거진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무용도 콩쿠르에서 특정 심사위원이 자신의 제자를 합격시켰다는 식의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은 “콩쿠르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협회에서 주최하는 콩쿠르나 무용대회에서는 점수를 1점 차이로 둬 동점자가 나오지 않게 하고 심사위원 구성도 대회 하루 전에 공개하는 등 보다 공정한 심사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이사장은 “남자 무용수가 부족한 한국 무용계에서 콩쿠르를 통한 병역혜택 제공은 무용계 발전을 위한 정책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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