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더불어민주당이 신문에 게재된 칼럼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가 철회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부정선거 행위에 극히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일반 보도기사가 아닌 칼럼을 상대로 고발을 감행한 민주당 행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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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칼럼은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것으로, 최근 집권당인 민주당 행태를 비판하며 다가올 총선에서 “민주당 빼고 투표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 칼럼이 명시적이고 노골적으로 민주당에 대한 투표 배제를 권유하고 있어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선거 기간 외의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세 번째 항목에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하는 경우”를 제시하는데, 임 교수의 칼럼은 투표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반대투표를 종용해 사실상 투표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으로 보입니다.
이념 비판과 선거 운동
그러나 이 조항이 신문에 기고된 칼럼에까지 적용할 만한 것인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규제 조항은 특정 정당 후보 당선을 위한 조직선 선거운동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지, 정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완전히 금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임 교수의 칼럼이 민주당에 대한 비토를 명시적으로 담고 있다고는 하지만 칼럼 전체 내용은 민주당 정책에 대한 일반론적인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선거법 위반이라면, 민주당은 정부 여당에 적대적인 논조의 기사 모두에 대해 고발을 진행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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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선거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회정치적 변화를 주도하는 정당이 시대적 흐름에 걸맞게 법을 대하는 것 또한 정당의 명분에 부합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물며 자유주의 정치를 지향하는 민주당이 유권자의 정치행위를 ‘듣기 싫은 소리’라는 이유로 저해하려는 행태는 더욱 용인받기 어려워 보입니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 역시 유권자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