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모델·앵커·디자이너까지…AI 기술 따라 진화하는 가상인간

[막 오른 가상인간 공존시대]②
LG전자 '래아'·싸이더스 '로지', 광고 모델에 가수로 성장
연간 140억원 버는 미국 가상인간 '미켈라'…모델 위협
의류 패턴 창작한 LG 가상인간 '틸다'…디자이너로 데뷔
3D 모델링, AI 기술 접목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느낌 선사
  • 등록 2022-02-24 오전 5:05:30

    수정 2022-02-24 오전 5:05:30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기자] 지난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을 앞두고 LG전자 직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로 이례적으로 온라인으로만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효과적으로 제품을 알릴 방법을 찾다가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를 꺼내 들었다. 진한 분홍색 후드티와 단발머리를 한 23세 여성인 래아는 당시 권봉석 LG전자 사장처럼 영상에 등장해 직접 클로이 살균봇, LG그램 등 LG전자의 신제품들을 소개했다. 친근한 이미지에 제품 홍보 효과는 극대화됐다. 그녀는 올해 CES에도 등장했다. 3초가량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추는 모습만으로도 신비감을 키웠다.

래아는 앞으로 MZ(밀레니엄+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홍보와 비대면 마케팅 활동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김래아의 활동에 대해 틀을 정해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음반 작업을 비롯해 향후 인지도가 높아지면 광고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가상 인간 ‘래아’.(LG전자 제공)
연간 140억원 버는 ‘미켈라’…패션 디자이너 된 ‘틸다’

가상인간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주인공’이 되고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캐릭터에 머무르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광고 모델, 쇼호스트 등 인간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1998년에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과 달리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외모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안기고 있다.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개발한 ‘로지’는 2020년 8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됐다. 4개월 후 사람들은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 일반인인 줄 알았더니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광고 모델료로만 20억원을 챙긴 ‘톱 인플루언서’로 성장했다. 로지의 외모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과 이미지를 조합해 만들었다. 친근하면서도 매력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다. 신한라이프부터 쉐보레, 아모레퍼시픽, 반얀트리호텔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광고 모델로 발탁됐고, 지난 22일 음원사이트에 가수 데뷔곡 ‘후 엠 아이’(Who Am I)를 공개하며 가수로도 데뷔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의 가상인간 ‘릴 미켈라’는 2019년 한해 수익이 140억원에 달하는 유명인사다. 브라질계 19세 가수로 설정된 미켈라는 ‘라잇 백’(Right Back), ‘오토매틱’(Automatic) 같은 곡을 발표했고 팝스타와 협업곡을 내기도 했다. 가상인간들의 활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팬들의 호응 속에 가장 감성적이고 창조적 분야인 뮤지션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방송을 진행한 사례도 있다. 인공지능(AI) 기업 딥브레인 AI가 제작한 김주하 AI 앵커는 ‘MBN 종합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쇼호스트로 활약 중인 롯데홈쇼핑의 루시 등 가상 인간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향후 이들이 연예인의 자리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최초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와 미국의 가상인간 ‘미켈라’.(사진=로지·미켈라 인스타그램)
LG AI연구소가 개발한 ‘초거대 AI’는 한층 더 업그레이된 가상인간 ‘틸다’를 탄생시켰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다. 틸다는 디자이너처럼 옷을 제작한다.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제시한다. 틸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디자이너들의 꿈인 ‘뉴욕 패션 위크’에서 데뷔하면서 패션계를 놀라게 했다.

LG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창작해왔다면 최근에는 시각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면서 “구글 등과의 협업을 통해 초거대 AI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점차 커지는 추세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인플루언서에 쓰는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19년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서 올해 150억달러(약 17조9000억원)로 2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에 적합한 가상인간을 설정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상인간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모든 장면을 연출할 수 있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마케팅이 가능하다. 또 실제 사람과 달리 아프거나 늙지 않아 활동기간이 긴 데다 학교폭력, 음주운전, 열애설 등 사생활 논란에 휘말려 광고가 중단될 위험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는 적은데다 투자 대비 유무형의 효과는 극대화 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콘텐츠 스토리텔링 등 소비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가전제품이나 금융상품 홍보에 쓰면서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 서비스를 더 잘할 수 있을지 찾는다면 인간보다 더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LG AI연구소가 초거대 AI로 개발한 가상인간 ‘틸다’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패턴의 의상을 만들기도 한다.(LG 제공)
AI 기술 접목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 느낌

가상인간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던 이유는 3D 모델링 및 AI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인간과 닮을수록 사람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급격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사라졌다.

로지, 루시 등 가상인간에는 ‘디지털 더블’이라는 CG 기술이 활용됐다. 디지털 더블은 실제 사람인 가이드 모델의 얼굴을 3D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뒤 가상인물에 얼굴형태를 덧입히는 기술이다. 3D 모델링을 통해 가상 얼굴을 입힐 모델을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수준으로 정교하게 분석하고 피부, 뼈, 신경망 등을 심는다.

여기에 AI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웃거나 슬픈 표정을 지을 때, 특정 단어를 말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눈·입 주변의 수백 개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딥러닝(심층학습)으로 분석해 가상 얼굴을 만든다. 사람이 일일이 움직임을 입력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게 실제 사람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인간 제작 기술은 앞으로 메타버스 아바타를 제각하는 등 활용 가능성이 넓은 원천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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