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에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 겸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회장과의 토론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의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토론은 월가를 놀라게 했던 올해 1월 고용보고서 공개 이후 그의 첫 공개석상 발언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
“1월 고용보고서, 갈 길 멀다”
파월 의장은 토론 초반부터 예상보다 강했던 노동시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1월 고용보고서는 우리가 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지 이유가 나와 있다”며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마디로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여가·접대업의 신규 일자리가 12만8000개 급증하며 노동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전월(6만4000개) 대비 두 배 늘었다. 이는 오락, 엔터테인먼트, 숙박, 외식 같은 서비스업을 포함한 항목이다. 전문·기업 서비스업(8만2000개), 정부 공공직(7만4000개), 의료 서비스업(5만8000개) 등도 큰 폭 증가했다. 대부분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확 늘어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그때그때 나오는) 지표에 반응할 것”이라며 “고용과 같은 경제 지표가 강력할 경우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이미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기점으로 ‘5월 기준금리 인상 중단론’은 물 건너갔다는데 기울었고, 이는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발언 역시 시장의 인상 중단 기대감에 제동을 건 것으로 읽힌다.
파월 의장은 또 1월 실업률이 3.4%로 거의 5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데 대해서는 “우리는 실업률을 정책 타깃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언급하면서 “최대 고용은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노동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사이의 차이는 현재 약 500만명에 달한다”며 수급 불균형이 여전함을 지적했다.
“인플레 둔화, 고통 있어야 해”
파월 의장은 토론 내내 물가 안정 목표를 수차례 거론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 목표치인) 2%로 낮아지려면 다소 고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하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는 했지만, 전반적인 톤은 아직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최근 FOMC와 비교해 조금 더 매파 어조를 띠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역시 기준금리 인상 중단 시기 등에 대해서는 힌트를 주지 않았다. 그는 “일정 기간 통화정책을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시장은 토론이 시작된 오후 12시40분을 기점으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토론 직전 4.5%에 육박했다가 시작과 함께 4.3%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다소 매파적인 색채를 띠자 다소 급등했다. 오후 2시 52분 현재 2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bp(1bp=0.01%포인트) 오른 4.466%를 나타내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FOMC에서 25bp 금리를 올릴 확률을 90.8%로 보고 있다. 5.00~5.25%까지 50bp 올릴 확률은 전날 3.3%에서 현재 9.2%까지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