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대통령님, 메기도 키워보시죠

  • 등록 2017-09-04 오전 5:00:00

    수정 2017-09-04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화균 정경부장 겸 메크로에디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를 만나면 던지는 공통 질문이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수보 회의) 분위기다. 이 회의는 현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두뇌 역할을 한다.

종합하면 크게 세가지다.

①수첩이 사라졌다. 받아쓰기 대신 말로 적극 찬반의견을 제시한다. 직책상 질서 대신 논리가 지배한다고 한다.

②대통령이 지는 경우도 많다. “그게 아니고요”가 통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선보인 대통령 시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 처럼) 시계를 많이 만들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일부 수석은 “대통령 시계를 갖고 싶어하는 지지자들이 줄을 섰다. 그러다 지지율 떨어진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이 물러섰다한다.

고위급 A씨의 인사 사례도 있다. 그에 대해 대통령이 강하게 ‘곤란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수석들의 고집(?)에 이를 수용했다고 한다.

③장하성 정책실장의 유머감각이 탁월하다. 이견이 맞서 회의 분위기가 딱딱해지면 어김없이 장 실장이 등판, 분위기를 바꾼다고 한다. 의외다. 한 청와대 인사는 “다소 썰렁하지만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다. 안보실장, 경호실장까지 조크 대열에 합류했다”고 귀뜸했다. 교수출신에 소액주주 운동을 벌여온 딸각발이 이미지의 장 실장이 ‘비장의 무기’를 감추고 있었던 셈이다.

‘말씀 받아적기’로 알려진 박근혜 정부 수석비서관회의와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 흰색 셔츠차림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거니는 대통령과 참모진의 사진은 강렬하다.

분위기 메이커는 문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그에겐 몸에 벤 경청 자세와 유연함이 자리하고 있다. 수보회의 분위기는 지지율에 반영되고 있다. 쇼통이건 소통이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 중반이다. 여전히 높고, 아직은 견고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문 정부는 오는 9일로 출범 넉달을 맞는다. 더 이상 허니문을 기대할 수 없을만큼 시간이 흘렀다. 첫 정기국회도 개원했다. 여소야대 정기국회는 문 정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문을 열자마자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이코트’란 단어부터 들고 나왔다. 험악하다. 문 정부의 5년 로드맵인 100대 국정과제를 실행하려면 무려 600개가 넘는 법안을 손질하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야 하고, 생사를 건 본 게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현 정국의 돌파구는 협치다. 여당과 야당이 공히 제시하는 해법이다. 협치는 상대방을 이해하고, 적이 아닌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만 첫단추를 끼울수 있다. 하지만 협치는 아직 요원한 단어다.

야당은 문 정부를 ‘코드정부’ ‘캠프 정부’라고 비꼰다. ‘코드정신’이란 갑옷으로 중무장한 ‘사고(思考) 공동체’라는 것이다. 야당은 문 정부가 눈과 귀는 열고 있지만, 보고싶은 것만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비판한다. 문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소통’을 야당은 ‘쇼통’ ‘불통’ ‘먹통’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동물론을 자주 거론했다. 메기론, 개구리론, 거북이론 등이다.

개구리론은 개구리 눈이 머리 위에 달린 것에 착안했다. 개구리 눈이 생존을 위해 뒤까지 볼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넓게, 그리고 다르게 보고 위기에 대처하자는 것이다.

거북이론은 알에서 부화한 거북이가 서로 협업을 통해 모래 구덩이를 뚫고 나오는 것에서 나왔다. 협업과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화두는 메기론이다. 메기를 투입해 기존 조직에 긴장감을 주고 다른 사고로 혁신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제는 문재인 정부도 개구리, 거북이, 메기를 키워볼 때가 됐다. 특히 수보회의 멤버에 메기를 추가할 것을 강추한다. 파란색(더불어민주당)보다는 빨간색(자유한국당), 녹색(국민의당), 하늘색(바른정당) 옷을 입은 메기를.

<정경부장 겸 메크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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