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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1997년 대구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시작해 17년간 운영했다. 지금도 사회복지법인 큰하늘 어린이집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내린 결론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벌 수 있는 돈은 인건비가 전부다. 월급도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기준 어린이집 원장 1호봉의 월급은 약 180만원이다. 올해 4인 가구 최저생계비(163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그는 “어린이집을 정직하게 운영하면 끊임없이 빚이 늘어나는 구조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인천에서 한 어린이집 원장이 약 3억원에 달하는 채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원장의 말대로라면 민간 어린이집은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전체 어린이집 중 민간에서 운용하는 비율은 94%에 달한다.
일부 원장은 식재료 빼돌리기·리베이트 챙기기 등 꼼수를 부린다. 3~4개의 비위행위를 동시에 저지르는 ‘악마’ 원장도 생긴다.
이 원장은 “악마 원장들은 배를 채운 뒤 교구업자·인테리어업자 등과 짜고 어린이집을 불법 매매한다”며 “새 원장은 곧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을 깨닫지만 불법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원장은 처벌이라도 받지만 엄마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걸리면 다른 곳에서 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나쁜 원장에 동조하는 엄마들도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꼬인 어린이집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원장은 두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현재 원장 인건비로 제한된 어린이집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합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 비위행위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두 번째는 원장들에겐 ‘퇴로’를 열어줘 억지로 운영되는 나쁜 어린이집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폐쇄 때에는 모든 재산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그는 “국가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을 때 투입하는 예산을 생각한다면 민간 어린이집에 은행이자나 시설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게 맞다”며 “이런 지원을 받고도 비위를 저지르는 원장이 있다면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