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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이 불거진 후 4년 만에 국정원의 조직적 수사방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수사방해를 위해 만든 국정원 ‘현안 태스크포스(TF)’엔 국정원 파견검사들이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정원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원장 법률보좌관이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현 대전고검 검사)다.
검찰은 이들의 행위가 수사방해와 사법방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아래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윤석열 수사팀이 겪었던 외풍의 실체를 밝혀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수사팀, 2013년 수사초기부터 외압 시달려
박근혜정부 1년차였던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윤석열 수사팀은 검찰 안팎의 압력에 시달렸다. 새누리당으로부터 이념공세에 시달린 것을 비롯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두고는 법무부와 충돌했다.
수사팀의 보호막이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문제로 쫓기듯 퇴임한 후엔 외압이 더욱 거세졌다. 윤 전 팀장은 국정원 직원의 체포 문제, 공소장 변경 문제 등으로 상부와 충돌했고 결국 수사팀에서 쫓겨나 수사와 공소유지에서 배제됐다.
윤 전 팀장 외에 수사팀 소속 검사들도 풍파를 겪었다. 검찰 내 손꼽히는 선거사건 이론가였던 박형철 전 부팀장(현 대통령 반부패비서관)은 두 번의 좌천 인사 후 검찰을 떠났다. 다른 팀원들도 주요 보직에서 멀어졌다. 이들은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어려움 속에서 3년 넘게 원 전 원장 공소유지를 해왔다.
文정부 출범 후 과거 국정원 공작 속속 드러나
지난해 말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는 반전을 맞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국정원 내부에 적폐청산TF가 구성돼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국정원 정치공작 의혹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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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검찰은 ‘정치공작’과 다른 본류의 ‘수사 방해’ 줄기를 찾아냈다. 현안TF의 실체는 국정원 의혹을 파악하던 중 내부 직원을 통해 처음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TF는 경찰대학장 출신의 서천호 당시 2차장을 팀장으로 파견 검사 3명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데 이어 이들을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국정원 댓글수사 朴청와대 향할 듯
27일 이제영 검사, 28일 서천호 전 차장과 변창훈 검사를 각각 소환 조사한 데 이어 29일엔 장호중 검사장을 불렀다. 이들은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수사방해 혐의를 부인했다. 이 검사는 “제가 아는 한 파견 검사들이 불법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 전 차장은 “재직 기간에 국가에 충성을 다했다”고만 답했다. 장 검사장도 “조사에 성실히 답하겠다”고만 말한 후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TF 관계자들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안TF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출국금지된 가운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박근혜정부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검찰 수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