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급작스런 '총격' 사망…日정치권 영향은?

자민당, 동정표 힘입어 참의원 선거 압승할듯
보수경향 심화 가능성…기시다 입지 강화 계기될수도
“아베 유지 계승” 여론 확산시…개헌 가속화 전망
  • 등록 2022-07-09 오전 7:00:00

    수정 2022-07-09 오전 7:00: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오는 1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비롯해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는 동정표가 몰려 집권 자민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 내부적으론 물론 일본 정치권 전반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만큼, 선거 이후에도 정치권 내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그가 일생 과업으로 추진해온 평화헌법 개정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시민들이 8일 저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을 맞아 사망한 나라시 유세 현장에서 헌화한 뒤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AFP)


자민당, 동정표 힘입어 참의원 선거 압승할듯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 30분경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등 뒤에서 두 발의 총격을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후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심폐기능이 정지돼 오후 5시 3분 끝내 사망했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자민당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더 많은 유권자들로부터 동정표를 이끌어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980년 5월 오히라 마사요시 총리가 중·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세 중 급성 부정맥으로 사망했을 때 분당 위기까지 겪었던 자민당이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둔 전례가 있다.

일본에서 고위 정치인이 총격을 당하는 일이 역사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어서 일본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크다. 이러한 충격은 온전히 동정 여론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하기 전에 이미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엔 회복을 바라는 댓글들이 수천개 달렸다. 현재는 수많은 애도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속한 자민당은 물론, 공명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주요 정당들은 이날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이 전해진 뒤 모든 선거 유세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선거 일정 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사전 투표가 개시된 만큼 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보수경향 심화 가능성…기시다 입지 강화 계기될수도

일본이 세계적으로도 총기법이 매우 엄격한 국가 중 한 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총격 테러는 안보상 취약점을 노출시킨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선거나 향후 정치권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 것인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우선 여야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 “용서하지 못할 테러” 등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정치권 전반에서 보수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정치권 내 강경파가 더욱 득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 종합전략실의 루 하오 부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일본의 우익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 극단주의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일본의 민족주의가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대로 자민당 내 ‘아베파’가 구심점을 잃고 기시다 총리의 입지가 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베 전 총리를 대신할 마땅한 후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아베 전 총리처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1985년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다나카파’도 후계자가 없어 분열했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민당의 색깔도 좀 더 온건 보수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이 경우 한·일 관계를 비롯한 대외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실례로 기시다 총리는 올해 초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 했다가, 아베 전 총리의 압박으로 추천 쪽으로 급선회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이 장기 경기침체와 양극화 등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았던 극단주의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결과라는 진단과 함께, 정치권 분열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난판왕은 전문가를 인용해 “표면적으로는 자민당이 안정적인 집권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맞고 쓰러진 아베 전 총리. (사진= NHK방송 캡처)


“아베 유지 계승” 여론 확산시…개헌 가속화 전망

아베 전 총리의 평생 숙원이었던 개헌과 관련해선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 존재 근거를 명기하고,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방안을 평생 과업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 2 의석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성격이 짙었다. 이날 아베 전 총리가 유세에 나섰던 것도 개헌 홍보를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선 측면이 강하다. 이에 그의 유지를 이어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 압승에 탄력을 받아 개헌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기시다 총리가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조성되면 완급 조절이 있을 수 있다. 아베 전 총리와 그의 군국주의 이념이 담긴 군사·안보 정책에 대한 일본 내부 평가가 늘 엇갈렸기 때문이다. 반(反)아베 여론은 항상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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