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노력하면 혼나는 회사, 놀공발전소(28)

놀이와 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 피터 리 대표
오프라인 놀이및 게임기획 세계유일업체 놀공발전소
노력금지 강조하려 '노력금지' 제목의 책까지 펴낸 경영자
  • 등록 2014-09-12 오전 6:00:00

    수정 2014-09-15 오후 3:37:32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우리 회사에서 노력은 절대 금물이다. 각자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찾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오프라인 교육용 놀이 및 게임을 전문으로 기획·제작하는 업체인 ㈜놀공발전소. 이 회사 직원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단어는 ‘노력’이다. ‘놀공’이라는 업체 이름도 ‘놀듯이 공부하자’라는 의미에서 탄생했다.

“놀이나 게임에 몰두하면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아무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게 된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도 게임이나 놀이를 하듯이 재미있게 즐기면 자연스럽게 최고의 성과를 도출하게 된다.”

피터 리(43) ㈜놀공발전소 대표의 경영목표는 놀이 및 게임 업체답게 ‘놀이와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꾸자’다. 그는 놀이나 게임은 사람을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매체라고 확신한다. 게임을 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존재지만, 이를 합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힘을 분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얼마 전 ‘노력금지’라는 제목의 책을 써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내가 아닌 것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노력금지라는 말을 회사에서 자주 강조한다. 대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터 리 대표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을 최대 6개월로 단정했다. 이 기간 한 분야에서 하는 데까지 해보고 진척이 없으면 포기하고, 늦기 전 적성에 맞는 것을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한다는 게 피터 리 대표의 신념이다.

놀공발전소는 어린이나 청소년용 뿐 아니라 대기업 및 기관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교육용 게임이나 놀이를 제작, 공급한다. LIG그룹, 현대자동차(005380), 금융감독원, 삼성그룹, 미래에셋금융, 두산(000150) 등이 주요 고객사다. 최근에는 어려운 고전을 읽기 싫어하는 성인 및 청소년들을 위해 ‘놀공 클래식’이라는 체험형 게임을 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전 ‘안나 카레니나’, ‘로미오와 줄리엣’, 파우스트‘ 등을 게임으로 변화시켜, 참여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저절로 고전이 제시하는 인생철학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최근 유행하는 모바일이나 온라인 게임이 아닌 오프라인 게임이나 놀이를 전문으로 만드는 업체는 국내는 물론 세계를 통틀어 놀공이 유일하다. 그만큼 사업모델 자체가 특수하다. 당연히 경쟁사도 없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놀이나 게임 만들기가 천직이라고 확신하고 모인 사람들이다. 피터 리 대표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에서 놀듯이 일하는 놀공사람들만큼 행복한 회사원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2010년 놀공이 이 사업에 뛰어든 이후 사실상 놀공 혼자서 관련 시장을 만들어오고 있다.

놀공발전소에서 부르는 직원들 호칭도 독특하다.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00공’으로 불린다. 예컨대 피터 리 대표는 피터공으로 불린다. 직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수평적 소통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피러 리 대표는 “호칭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호칭을 수평적으로 만들면 기업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고 귀띔했다.

놀공은 직원 11명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회사지만 비즈니스는 어느 대기업 못지않게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일궈내고 있다. 이달에는 독일문화원과 함께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인 괴테가 저술한 고전 ‘파우스트’를 게임으로 변형시킨 ‘파우스트 되기(Being Faust)’를 완성해 공식 출시했다. ‘파우스트 되기’는 난해한 파우스트라는 걸작을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체험형으로 만든 게임이다. 이달 서울 출시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일본 도쿄 등에서 잇달아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1일 서울시청 도서관에서 이 게임을 첫 선을 보였는데 200명 가량이 참여할 정도로 초기 반응이 좋았다.

‘노력금지’를 회사의 경영철학으로 표방하며 오프라인 게임 및 놀이 분야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있는 ㈜놀공발전소의 피터 리 대표는 “회사 업무는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인권 기자
이 회사 정규직원은 아니지만 외부에서도 10여명이 이 회사 프로젝트에 틈나는 대로 참여하고 있다. 무보수지만 게임이나 놀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찾아와 지원해주고 있다. 신제품이나 상품 개발에 외부인이 자유롭게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회사들에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개발 방식이다. 회사가 외부와의 소통을 유기적으로 하는 문화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놀이나 게임은 개인적 경험이다. 참여자가 주체가 돼 스스로 선택하고 거기에 따른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수동적이거나 피동적인 상황이 대부분인 우리 인생에서 게임이나 놀이는 참여자가 주인이 되는 흔치 않은 경험을 제공한다. 게임이 교육으로 이어지면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피터 리 대표는 놀이와 게임업체 대표답게 이 분야에 대해 분명한 자기만의 철학을 견지하고 있었다. 고스톱이나 골프를 하게 되면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관계없이 참여자들 대부분이 자신의 본래 성격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게임이나 놀이 앞에는 모든 참여자가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평등하다. 게임이나 놀이의 규칙은 참가자 모두를 차별 없이 평등하게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참가자마다 위선을 벗어던지고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게임이나 놀이가 세상을 평등하게 만드는 ‘평등주의 선도자’라는 얘기다. 그는 “평등해지는 순간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이나 놀이가 소통의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해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놀이나 게임을 통해 상위 1%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이 아닌 승자도 패자도 모두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인데….

- 대다수 게임이나 심지어 우리 사회도 모두가 승리자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있다. 학교도 성적순이고, 직장도 계급순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상 대다수 사람들은 패배자가 될 수 밖에 없다. 놀공은 게임이나 놀이를 설계할 때 LXD(loser experience design)라는 요소를 중시한다. 게임이나 놀이에서 지는 참가자들도 끝까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지는 사람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한단계 씩 성취를 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비법이다. 이런 방식의 게임이나 놀이를 통해 승자독식이 아닌 패자도 함께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게임과 놀이가 소통과 행복을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는가.

- 우리 인류는 원시시대부터 얼마 전까지도 게임과 놀이를 통해 문화와 관습, 사회 규범등을 계승해 왔다. 게임과 놀이가 소통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해 왔던 것이다. 식량확보를 위한 집단사냥도 게임이자 놀이였다. 하지만 이런 전통이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단절돼 버렸다. 게임이나 놀이문화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공동 문화가 개인주의 문화로 대체돼 버렸기 때문이다. 소통이 막히니 행복한 세상도 그만큼 멀어졌다. 게임이나 놀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일상생활에서 놀이나 게임이 분리된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놀이나 게임을 자연스럽게 즐겼던 선인들의 문화를 부활시켜야 한다. 그러면 소통이 살아나고 국민행복지수도 상승세를 탈 것이다.

△ 펀(Fun) 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

- 서로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사의 문화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들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어떤 특출한 정책이나 제도들이 직원들을 행복하고 보람있게 만들 것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다음은 하는 일에 대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느냐의 문제다. 각자가 하는 일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펀 경영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놀공 직원들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한다. 게임이나 놀이를 만드는 프로젝트 자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즐거운 작업이다. 우리가 완성한 게임이나 놀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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