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코로나19를 모두 앓은 경험이 있는 50대 여성 신모씨는 오미크론을 단순히 독감 취급한다는 이야기에 마음 놓고 있다가 호되게 당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격리 해제된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너무 피곤해서 일상생활이 힘들고 아직도 목이 잠겨서 돌아오지 않았다”며 “서서히 증상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격리 기간과 상관없이 기침, 가래, 두통 등 증상이 있어 확진자 본인이 느끼는 후유증은 더 오래 남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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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사이에선 격리해제 이후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0만~60만명까지 치솟으면서 누적 확진자로 보면 전 국민의 20%가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상황이다. 두통, 어지러움, 피로 등 다양한 후유증 증상을 겪는 확진자들은 검사일(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 뒤면 격리 해제 후 다시 일상생활에 돌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격리 기간 동안 재택근무를 하다 출근했다는 이모(27)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감을 느껴 업무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씨는 “격리할 때는 집에만 있으니까 잘 몰랐는데 막상 업무에 돌입하고 보니 체력이 전과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격리 이후 일주일까진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울렁거리는 느낌이어서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증상이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롱코비드(long COVID)’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영국 통계청(ONS)이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마친 그룹은 9.5%가 롱코비드를 경험했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그룹은 14.6%가 롱코비드를 겪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선 코로나 후유증과 관련한 통계가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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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5~6월이 되면 롱코비드를 호소하는 환자가 쏟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단순한 물리적 고통뿐 아니라 불안감, 우울감, 무리력함 등 정신적 고통도 수반한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위험군·중증·입원환자는 ‘롱코비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격리기간이 끝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코로나를 ‘별 것 아니다’라는 식으로 취급해 사람들이 후유증에 대해 경각심도 없고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해도 ‘꾀병 아니냐’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신경을 안써주고 ‘가볍게 앓고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니까 환자들도 속 앓이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뿐만 아니라 백신 부작용 등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 많은데, 정부가 데이터를 풀어주지 않아 해외 데이터만 인용하는 실정”이라며 “카타르나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데이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미국, 영국, 이스라엘 데이터만 갖고 분석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