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로 팔겠다" 中 BOE의 치킨게임 '선전포고'

가격인하 승부수…'치킨게임' 나선 中업체
업체 상당수 "2분기 적자 못 피할 듯" 비상
  • 등록 2018-06-26 오전 5:10:35

    수정 2018-06-26 오전 7:42:15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수량 기준 1위에 오른 중국 업체 BOE는 올 하반기부터 60인치대 LCD패널 가격을 시중가격보다 20% 낮춰 공급하기로 했다. BOE는 이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LCD업계에선 가격 경쟁에 나선 BOE의 ‘추가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BOE가 현재 240~250달러대인 65인치 패널 값을 20%가량 떨어뜨리면 손익분기점에 근접해진다. 그나마 수익성이 나오는 60인치 이상 패널 값까지 원가 수준으로 끌어내려 출혈 경쟁을 시작하겠다는 일종의 ‘치킨게임 선전 포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격으로 패널을 살 필요가 없어진 세트업체가 패널 구매를 늦추고 있다”면서 “LCD업체들의 재고 부담이 가중돼 가고 있다”고 업계 현실을 전했다.

근 10년 만에 다시 LCD업계에서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직전인 2008년 치킨게임에선 맷집이 상대적으로 셌던 우리나라 업체가 살아남았지만, 이번엔 판세가 다르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의 존재가 그 이유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대형 LCD 패널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3%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엔 24.8%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를 7대 신성장산업으로 지목한 이후 적극 육성에 나선 덕분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올해만 해도 BOE는 1분기 가동에 들어간 10.5세대 팹(Fab·공장)에서 월 12만장 생산에 들어갔다. 2분기 중 CEC판다와 CHOT가 2분기 8.6세대 팹에서 각각 12만장, 6만장을 만들어낸다. 이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지난해 4분기 기준 8세대 팹에서 월 50만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CSOT, HKC, 폭스콘 등도 시설투자하며 4분기 이후 대형 LCD 패널 공급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가 잇따라 LCD TV, 특히 초대형 패널에 투자를 발표하는 가운데 패널 공급이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주요 업체도 기존 라인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LCD TV용 패널 업체의 가동률은 92%대로 추정됐다. 점검 등으로 장비를 최대한 가동했을 때 가동률이 95% 정도로, 디스플레이 업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생산했다는 얘기다.

수요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지자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값은 지난해 7월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가 발표한 6월말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177.3달러로 1월 말보다도 19.4%나 떨어졌다.

올 1월말 220.1달러였던 LCD TV 패널 평균 가격은 △2월말 213.3달러 △3월말 205.1달러 △4월말 197.3달러 △5월말 187.4달러 등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업체는 시장 플레이어를 내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치킨게임을 시작했다”며 “LG·삼성디스플레이가 우위에 있는 50인치 이상 하이엔드 시장마저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50인치대 패널 20%, 60인치 이상 패널 30% 점유율에 머물러 있는 사이, 중국 BOE는 50인치대와 60인치 이상 패널에서 점유율 10%대로 올라섰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쯤 되면 패널을 팔면 외려 손해가 나는 수준까지 왔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50인치 이상 디스플레이 패널 위주로 판매하고, 중국 업체는 정부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LCD 생산업체 대다수가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이를 사들일 수요도 마땅찮다. 패널 출하량에 비해 TV 세트 출하량이 더디게 늘며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글로벌 TV시장 규모는 1년 전보다 3.6% 늘어난 2억2270만대로 전망됐지만 4년 만의 성장세여서 수요가 늘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박진한 IHS마킷 이사는 “이미 재고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세트업체가 패널 구매를 더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디스플레이 업계가 패널 생산을 줄이지 않는 한 패널 가격이 반등하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한 관계자는 “10년 전엔 경기가 나아지고 수요가 회복되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공급 자체가 구조적으로 과잉돼있다”며 “빠르게 생산이 늘어난 패널을 소화할 만한 새로운 수요처가 창출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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