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감추거나 방관하면 사업주도 형사처벌

여가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발표
권력형 성범죄 징역 10년으로…방조한 사업주도 형사처벌
피해자 보호책 강화…문화예술·보건의료 등 부처별 대책
전문가들 "실질적 행정체계 부족…근로감독권 확대해야"
  • 등록 2018-03-09 오전 3:00:00

    수정 2018-03-09 오전 3:00:00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김보영 기자] 지난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희롱 폭로로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칼을 빼들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고 이미 피해사실을 공개한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방지 및 신변보호책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미투운동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가장 오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라며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 마련한 일련의 대책을 종합화·체계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관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단체들과도 활발히 소통해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문화예술, 보건의료 등 각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대책을 내놓은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행정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권력형 성범죄 징역 10년으로 상향…부처별 대책 구체화

우선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의 처벌수위를 강화한다.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최대 법정형을 현행 ‘5년 이하, 벌금 1500만원 이하’에서 ‘10년 이하, 3000만원 이하’로 각각 2배 상향한다.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성폭행은 7년에서 10년으로, 성추행은 5년에서 7년으로 각각 연장한다.

성희롱 행위는 그동안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는 직장 내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나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 미조치 등 일부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형까지 가능토록 하는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가해 직원의 성희롱 사실을 은폐하거나 징계를 내리지 않은 사업주도 징역형까지 처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성폭행 가해나 사건 은폐, 조직적 방임, 피해자 불이익 처분 등과 관련된 단체 등에는 정부 보조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

피해자 구제책도 강화한다.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또는 손해배상 등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진술할 수 있도록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키로 했다. 미투 폭로로 인한 명예훼손죄는 적용하지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피해자 접촉은 원칙적으로 여성 경찰관이 전담하고 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 등 915명을 미투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한다.

한편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 부처별로 추진한다. 고용노동부는 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 시스템을 개설해 익명 신고만으로도 행정지도에 착수하고 최고 경영자(CEO) 직보 시스템을 확산하기로 했다. 또 남여고용평등 업무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 47명을 배치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한다.

성범죄가 특히 심각한 문화예술계는 민관 합동 특별조사단과 특별신고 상담센터를 100일간 운영하고 영화, 출판, 대중문화산업, 체육 등 5개 분야에 대해서는 실태조사 나서기로 했다. 나아가 예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침해행위 등을 위한 별도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별법 개정을 추진한다.

보건의료분야는 간호협회 인권센터나 의사협회 신고센터를 통해 의사 선후배간, 의사·간호사간 성희롱·성폭력 신고접수를 활성화하고 의료인 양성 및 보수교육에 성폭력 예방 교육을 추가·강화하기로 했다. 의료기관 내 도제식 수련방식과 폐쇄적·강압적 조직문화로 인한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자정 노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현장 인력 부족…교육 미비로 2차 피해 양상하기도” 지적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다양한 성폭력 방지대책에 대해 시민 사회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섰다는 점은 반길 일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명인이나 고위직이 아닌 일반 직장인들에 대한 신고 문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매뉴얼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 장관은 ‘어렵게 미투에 나서도 피해자를 음해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모바일메신저 등으로 대량 재생산돼 2차 피해를 양산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김지은씨에 대한 미확인 정보가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일반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집중 감독해야 할 근로감독관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관계부처의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행정체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단 47명의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로는 약 400만개에 달하는 전국 사업체 내 성폭력 문제 해결은커녕 실태파악조차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근로감독관은 젠더감수성 부재로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차별과 성희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각과 자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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