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오를 수록 거품 우려도 솔솔 나오고 있다. 실제 파산하거나 위기에 몰린 기업이 나오면서 유니콘 신화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미국 벤처 투자정보업체 다우존스 벤처소스에 따르면 11월 현재 유니콘 범주에 들어가는 기업은 전세계 129개에 달한다. 벤처투자자 에일린 리(Aileen Lee)가 2013년 유니콘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을 당시만 해도 39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세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차량공유 앱 업체 우버가 510억달러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고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460억달러),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255억달러),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르(200억달러) 등이 상위권에 올라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20억달러)과 모바일 플랫폼 회사 옐로모바일(10억달러)이 포함돼 있다.
‘제 2의 페이스북’을 꿈꾸는 벤처투자자들이 비상장 스타트업에 경쟁적으로 돈을 쏟아부으면서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기업 가치가 1000억달러 이상인 슈퍼 유니콘인 페이스북은 2013년 당시 몸값이 1220억달러였지만 현재 3025억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피 한 방울로 암 진단까지 수 백가지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앞세워 바이오 벤처 신화를 이룬 테라노스는 기술에 대한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테라노스가 제공하는 240가지 혈액검사 항목 중에 15개 항목만 검사가 가능하고 검사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스타트업 사업모델에 대한 신뢰 위기로 퍼질 조짐이다.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았던 유니콘 몸값이 하향조정되는 사례도 생겼다. 생각했던 것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자 기대치를 낮춘 것이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업체 스냅챗 지분가치를 25% 하향조정해 장부에 반영했고 제네핏스 가치는 48% 낮춰 잡았다. 글로벌 자산운용업체 블랙록 역시 웹파일 공유업체 드롭박스의 지분 가치를 종전보다 24% 내렸다.
기업공개에 나선 유니콘도 찬밥 신세다.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 스퀘어는 작년 8월 투자받으면서 60억달러(주당 15.46달러)로 평가받았지만 이달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는 주당 9달러로 결정됐다. 희망가를 주당 11~13달러로 낮게 제시했는데 그마저도 제대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에 전자상거래 업체 젯트닷컴과 웹사이트 썸택은 최근 투자 유치규모를 줄였다.
일각에서는 현재 분위기가 2000년 버블닷컴과 닮아있다는 지적을 한다. 닷컴 기업에 대한 신기루가 형성되면서 묻지마 투자가 횡행했던 때와 비슷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