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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이지현 기자]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은 1년 전에 비해 1.1%포인트 오른 63.8%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말 그대로 건강보험이 의료비의 얼마를 부담하느냐를 뜻하는 것으로, 아직도 우리 국민은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어도 의료비의 36.2%는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지난해 투입한 금액은 2조400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8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 만큼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보장성 확대 위해 필요한 재정 확보 필수
문제는 현재 속도대로라면 국민들의 요구대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재정 논란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더 많은 의료비를 건강보험이 지원해야 하는 것으로 재정 소요는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정 수준의 보험료 인상과 누적적립금 사용, 정부 지원 확대 등을 바탕으로 보장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국민연금과 달리 그해 사용하는 비용을 그 해 걷어 수지 균형을 유지하는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노후에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국민연금이 기금 소진을 걱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문케어를 실시하며 20조원이 넘는 누적적립금 중 10조원 가량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후에는 누적적립금 10조원을 꾸준히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해 결국 보험료 상승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가입자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기 위해 `문재인 케어` 기간 보험료율 인상 폭을 지난 10년간 평균 보험료 인상률인 3.2%를 넘기지 않을 방침이다.
누적적립금을 10조원 이상 유지하고 보험료율 인상은 평균 3.2%를 넘기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강화할 수 있는 마지막 방안은 국고 지원이다. 특히 국고 지원은 여전히 법정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재정 악화를 논하기 이전 국고 지원부터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내년 건강보험 국고 지원액은 8조9627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895억원이 늘었지만 이는 법정 기준인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미치지 못한 14%에 그친 숫자다.
무분별한 비급여 확대…제도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에 대한 재정 안정화와 함께 비급여 항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 항목으로 바꿔 건강보험에 포함해도 병원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만들어 수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손보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보장률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꼭 필요한 항목이 아닌 비급여 항목을 보장률 지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역시 이를 반영해 비급여 항목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병원에 가면 진료하기도 전에 `실손보험 있느냐`고 묻고 시작한다”며 “보험회사는 의사와 환자에게 불필요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정부는 의료계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았던 만큼 불필요한 비급여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