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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경선 레이스에서 전격 하차하면서 오는 11월3일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 ‘1:1’ 담판 승부로 치러지게 됐다. 두 사람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트럼프) 만들어갈지, 아니면 ‘미국의 정신을 위한 투쟁’(The 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바이든)의 승리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6개 스윙스테이트, 누구 손 들어줄까
두 사람 중 누가 ‘왕좌’의 자리를 차지하든, 미 대통령 역사책은 다시 쓰여지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8일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미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했다. 물론 상원에서 뒤집혀 ‘자유의 몸’이 됐지만, 아직 대통령 역사책에 탄핵소추를 당하고도 재선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미 정가의 14년 법칙은 깨지게 된다. 주지사나 상원의원 등 고위직에 당선된 뒤 14년이 넘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일종의 징크스다. 정치 평론가인 조너선 라우시가 2003년 유명 정치잡지 ‘내셔널 저널’에서 주장한 이 법칙은 미 국민이 ‘신선한 인물’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법칙에 대입해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탈락 1순위다. 그가 상원의원에 당선된 해는 1972년으로, 무려 48년이나 지난 시점에 대선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역사책을 다시 쓰려면 전통적으로 승부를 갈라온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를 가져와야만 한다. 주별 대의원 확보 수로 승리를 가르는 미 특유의 대선제도 탓이다.
중원 경쟁에서 누가 우위를 차지할지도 관심거리인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성향 샌더스 의원의 지지층을 누가 흡수하느냐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샌더스 의원은 당내 강경 진보 그룹과 청년층 등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왔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통화에서 “샌더스 지지층 3분의1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며 “샌더스 지지층을 잡는 게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최대 과제 중 하나”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은 결은 다르지만, ‘고립주의’라는 큰 틀에서 맥을 같이 하는 등 비슷한 부분이 꽤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각각 “버니의 사람들은 공화당에 와야 한다” “(버니의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하길 희망한다”며 구애에 나선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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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관세 압박보다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 간 연대를 활용해 중국 고립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전략이어서 미·중 간 갈등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월가(街)는 민주당 후보군 중 바이든 전 부통령을 가장 시장 친화적인 인물로 꼽아왔다.
최대 관심사인 대북(對北)정책은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까지 북한의 추가도발 억지 및 비핵화 협상 틀 유지 등에 방점을 둔 ‘상황 관리’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 딜’(No deal)로 귀결된 하노이 2차 정상회담 이후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 만큼,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북한에 대해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한 인물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얼굴을 맞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은 국제질서 유지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미국의 위상과 가치를 회복하는 데 방점을 찍을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더 강한 한·미 동맹을 추구할 가능성은 크다. 고율 관세 등을 통한 ‘길들이기’나 매년 피 말리게 진행돼왔던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