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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기업 계열사 확대=문어발 확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없는 계열사 확장에 대해서는 문제시 삼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공정위가 대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길을 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12일 “매달 대기업 계열사수를 발표하다보니 대기업이 계열사를 확장하는 것은 무조건 나쁜 것처럼 비춰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양적인 확대 문제가 아니라 계열사 확장 과정서 불거지는 불법여부에만 집중해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전담조직인 ‘기업집단국’에 대기업 계열사수 확대를 문제시 삼는 발표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계열사 수 현황 발표는 계열사 확장의 실질 문제보다는 양적 확대 자체를 문제시 삼는 인식을 불러 일으켜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머뭇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 등 실질적인 불법 확장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총수일가 사익편취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부를 불법 승계할 뿐만 아니라 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크다.
공정위는 현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일환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EXIT: 성공적인 투자회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그룹도 이날 김동연 경제팀을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 계열사 확장 규제와 관련해 우회적으로 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터라 향후 대기업집단 규제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