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기덕에 ‘~말입니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사실 요즘 군대에선 쓰지 않습니다. 그냥 ‘입니다’ ‘아닙니다’로 얘기합니다. 장교나 부사관들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고 일반 사병들도 예전에 쓰던 말이라고 합니다.
극중에선 제가 촉망받는 육군 장교로 묘사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제 군번은 ‘05-10655’입니다. ‘05’는 임관 연도고 그 다음 숫자 뒤에서 세 자리는 출신학교와 졸업성적을 의미합니다. 2005년 임관한 소위 중 육사 수석졸업자의 군번이 ‘05-10001’입니다. 보통 한 해 육사 졸업생이 200~250명 정도니까 육사 출신 장교의 군번은 ‘100250’을 넘을 수 없습니다. 05-10655는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는 군번입니다. 또 다른 육군 장교 교육기관인 3사관학교 출신이면 가능한 군번이지만 그나마도 군번만 보면 졸업성적은 하위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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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혜성병원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모연(송혜교 분) 선생을 만나러 가던 길에 TV에서 ‘아프가니스탄 UN 직원 2명 피랍’ 보도를 봤습니다. 이때 제게 갑자기 작전 투입 명령이 떨어지는데 사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얘기입니다. 특히 서울 시내에서 대위에 불과한 저를 전투 헬기인 ‘블랙호크’가 태우러 오는 것은 꿈같은 일입니다. 군헬기는 최소 장성급 이상은 돼야 그나마 자유롭게 탈 수가 있습니다.
사령관 명령으로 우르크 태백부대로 저희 중대가 파병을 가게 됐습니다. 극중에서 특전사 파병이 “비상작전이 없기 때문에 쉬러가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한국의 파병부대들은 전후복구 지원이나 연합군 군수지원, UN평화유지군 업무 등 비전투임무를 수행합니다. 위험 지역이고 임무 역시 ‘작전수행’이기 때문에 24시간 365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해외 특수부대원과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도 있는데 현실에서는 영창(군 교도소)감 입니다. 저희 중대 선임부사관인 서대영(진구 분) 상사가 “연합작전에서 처음 만난 특수부대원들은 상대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 싸움을 건다”고 했지만 사실은 매우 사이가 좋습니다. 기싸움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서로의 계급을 따져 상급자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주먹다짐까지 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의 꿈은 저와 제 가족, 우리 국민들이 살고있는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저희 파병부대의 활약상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강모연 선생과의 사랑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는 KBS 드라마 ‘태양의후예’에 대한 취재내용을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