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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1일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이번달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합한 전(全)산업 업황 BSI는 75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2월(74) 이후 가장 낮았고, 하락 폭은 지난 2015년 6월(-9) 이후 가장 컸다.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 심리가 가장 나빠진 것이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기준치인 100을 넘어설 경우 긍정적인 응답을 한 업체가 더 많았다는 뜻이며, 100 이하면 그 반대다. 한은은 이번달 BSI를 위해 지난 13~20일 전국 3696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번달 전산업 업황 BSI가 큰 폭 하락한 것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할 것 없이 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기업을 불안하게 한 데 더해, 인건비 부담까지 기업 심리를 짓눌렀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모두 만만치 않은 것이다.
주력 산업군 모두 곤두박질 쳤다. 전자영상통신장비(-4)과 화학제품(-11)은 물론이고, 1차금속제품(-5), 전기장비(-4), 자동차(-7), 조선·기타운수(-6)에 이르기까지 업황 BSI가 내렸다.
인건비 부담도 발목을 잡았다. 한은이 제조업 종사자들에게 경영애로사항을 물었더니, ‘인력난·인건비 상승’ 응답이 2003년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후 최고치인 14.2%에 달했다. 전월 대비 무려 2.2%포인트 급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근무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20.9%) 응답 비중도 컸다.
비제조업 종사자들도 ‘내수 부진’(17.1%)과 ‘인력난·인건비 상승’(14.4%)을 경제심리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상황이 이렇자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한 경제심리지수(ESI)도 급락했다. 이번달 ESI는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한 93.1을 나타냈다. 이는 2016년 12월(91.5) 이후 최저치다. 낙폭은 2015년 6월(-11.0) 이후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