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최저임금 급등까지'…문닫는 동네 사장님 늘었다

[막오른 자영업 구조조정]②
백종원 “자영업 위기 시작은 공급 과잉 탓” 지적
베이비부머 퇴직 후 창업 쉬운 음식·숙박업 몰려
30대 식당 주인 느는데 50대는 급감..경쟁서 도태
"최저임금 여파 인건비 줄이려면 업주가 대신 일해야"
  • 등록 2019-01-02 오전 5:30:00

    수정 2019-01-02 오전 5:30:00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식당. 점심시간이 지난 지 얼마 안된 시간이였지만 10개 테이블은 모두 비어있었다. 식당주인인 조씨(50)는 2년전에 식당 문을 열었다. 조씨는 “처음에는 정식 직원들을 썼지만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모두 아르바이트로 교체했다”며 “장사는 안되는데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임대료까지 올라 장사를 접을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또다른 음식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막 식사를 끝낸 테이블을 치우고 있었다. 이 직원은 주휴수당을 받지 않는다. 사장인 한씨(27)가 주간 근무시간을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15시간 미만으로 줄인 때문이다. 식자재 정리 등 이전에 아르바이트 직원이 하던 일은 한씨가 한다. 한씨는 “아르바이트는 점심과 저녁때만 잠깐씩 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가게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백종원 “자영업 위기 시작은 공급 과잉 탓”

“자영업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입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높은 임대료 등을 자영업 문제로 꼽은 의원들에게 자영업 위기의 원인은 ‘공급과잉’이라고 답했다. 백 대표는 “외국에 비해 요식업 창업이 쉬워 준비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치킨집 등 골목상권이 포화상태에 다다르면서 경쟁에 도태돼 폐업하는 가게들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자릿수 인상되면서 한계에 봉착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할 것이라 전망이다.

자영업 구조조정 시작은 ‘골목식당’이다.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영업자로 전환하면서 전체 자영업자수는 수년간 증가추세를 유지해 왔다.

이데일리가 통계청 자영업 현황(2015년 1월~2018년 11월)을 분석한 결과 4년간 전체 자영업자수는 545만9000명에서 563만명으로 3.1%(17만1000명)늘었다. 특히 같은 기간 음식숙박업은 57만명에서 64만명으로 12.3%(7만명)나 증가했다. 커피전문점, 카페, 치킨집, 분식점 등 창업이 용이하고 진입 장벽이 낮은 프랜차이즈형태의 요식업 진출로 보인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최저임금 인상 50대 식당 주인 타격 가장 커

문제는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도 불구 갈 곳 없는 은퇴자들이 자영업 진출을 선택하면서 공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컸다.

2018년 11월 기준 음식·숙박업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33만7000명으로 고점을 찍었던 작년 4월(37만6000명)과 비교하면 7개월만에 10.4%(3만9000명)나 줄었다. 작년 11월(36만명)과 비교하면 6.4%(2만3000명) 감소한 규모다.

연령별로 보면 베이비부머세대가 인생 2모작에서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50대 음식·숙박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4월 12만7000명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빠르게 감소해 지난해 11월에는 9만7000명으로 줄었다. 7개월 만에 23.6% (3만명)급감한 수치다.

같은 기간 20대와 40대 음식·숙박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각각 10.0%, 6.3% 감소했다. 60대는 2.0% 줄었고, 30대(+0.8%)는 오히려 늘었다.

50대 자영업자가 경쟁에서 밀려난 탓에 연령대별 비중도 바뀌었다. 당초 50대, 40대, 30대, 60대, 20대 순이었으나 지난 8월부터는 50대 비중이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50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원인에 대해서 업계 종사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업주의 노동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장년층은 감당하기 힘든 때문으로 풀이한다.

앞서 사례에서 소개한 20대 식당주인 한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사람을 덜 쓰면 결국 업주가 일해야 한다. 쉬는날 없이 하루 15시간을 식당에서 일한다. 젊으니까 버티지 나이드신 분들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임금 노동자가 될 수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해 자영업을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다”며 “그만큼 우리 노동시장 구조가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때문에 자영업 구조조정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들을 다른 노동으로 흡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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