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의 선택이 ‘반기문 대망론’ 뿐인가

  • 등록 2016-05-27 오전 6:00:00

    수정 2016-05-27 오전 6:00:00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몇 마디 언급으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은 그제 관훈클럽 소속 언론인들과 가진 제주도 간담회에서 “앞으로 한국 시민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 결심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던 지금까지 언급과는 상당히 다른 발언이다. 언론인들과의 만남을 귀국 첫 일정으로 잡은 것도 사실상 ‘출정식’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반 총장은 “내부 분열된 모습이 해외에 보도돼 창피할 때가 많다”, “정치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등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정치권을 질타하며 권력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모두 70대다. 체력도 문제없다”며 자신의 나이에 대해서도 해명하듯이 언급했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기름을 부은 모습이다.

정치권이 아연 뜨거운 논쟁에 돌입한 것은 당연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지 않으냐”며 반기문의 고향이 충북인 사실을 들어 ‘충청 대망론’까지 덧대고 나섰다. 이에 대해 야권은 “세계를 총괄하는 유엔 사무총장이 출신국 대통령이 되려고 직위를 활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로 ‘반기문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반 총장에 대해서는 한동안 야권에서도 눈독을 들였으나 이젠 여권으로만 국한되는 눈치다. 특히 친박(親朴)계가 노골적으로 ‘반기문 띄우기’에 나서자 항간에는 ‘반박 밀월(반 총장과 박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이 그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돈다. 반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반응이 그 때문이란 얘기다.

국민은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이냐, ‘반기문 허망론’이냐로 갈려 또다시 패싸움에 들어간 정치권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허탈할 뿐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은 도외시한 채 정계개편이란 명분으로 특정인을 옹립해 정권을 재창출할 생각이라면 국민적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현재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막상 정치적 검증이 시작되면 맥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관측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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