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폭스바겐의 자만을 키운 건 '소비자'

  • 등록 2016-07-25 오전 6:00:00

    수정 2016-07-25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정부의 ‘판매정지’ 처분이 예상되는 차량에 대해 판매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유독 한국 소비자에게 뻣뻣하게 굴었던 폭스바겐의 이 같은 결정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적지 않다. 정말 자발적인 판매중단인지 정부와 검찰, 여론에 밀려 한발짝 후퇴한 건지 속내를 알 수 없는데다가 이들의 백기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숨어 있을 거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이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만큼 행정소송을 해도 승산은 없다고 보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폭스바겐에 대한 인증취소는 자명한 사실인 만큼 25일 규정상 열리는 환경부 청문회는 별 의미가 없다. 청문회 이후 환경부가 최종 인증취소 리스트와 처분사항을 통보하면 모든 게 끝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폭스바겐으로서도 더 이상 정부와 검찰의 심기를 건드려 봤자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그간 폭스바겐이 한국정부와 소비자를 상대로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가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제 와서 잘못을 뉘우친 걸까. 아니면 한국에서 장사를 계속해야 하니 이번만큼은 소나기를 피하듯 일단 숙이고 보자는 심산인가.

둘 중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계속 장사를 하려면 법 위에 더 무거운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10개월여를 돌이켜보면 폭스바겐사태는 오히려 회사가 나서 사태를 키운 거나 다름없다. 집단소송인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다. 판매도 판매지만 무너진 신뢰와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시장 진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리콜계획서를 세차례나 퇴짜 맞고 한국과 유럽, 미국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며 한국소비자를 우롱한 처사는 결국 판매정지에까지 이르게 했다. 사실 정부가 외국기업에 이렇게까지 대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국내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외국기업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폭스바겐의 ‘국민모독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결국 5000여명에 달하는 딜러(판매사원)는 길거리에 나앉게 됐고 지금까지 판매한 20여만대의 폭스바겐·아우디 차량은 질소산화물을 쏟아내는 무적차량으로 낙인찍히게 됐으며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마음고생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도 반성의 여지를 남겼다. 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국민성을 버려야 할 때란 경종을 울린 것이다. 지난해 9월 폭스바겐사태가 터지고 난 뒤 12월까지 폭스바겐·아우디 차량은 더욱 불티나게 팔렸다. 세계 소비자의 공공의 적이 된 차량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이 구입한 것이다.

폭스바겐의 한 딜러는 “사태 이후 각종 할인정책과 프로모션은 국내 소비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지금 차를 구입하면 할인이 얼마나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십통씩 이어졌다”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다른 사람이 어떻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우리의 이기심을 이번 기회에 벗겨버리는 건 어떨까. 폭스바겐이 여태껏 고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일부 몰지각한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소비자만 있는 건 아니다. 세계를 기만하고 특히 한국을 무시해온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회생하고 싶다면 한국을 대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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