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흔들리는 중앙은행들…"과거에서 깨어날 때"

코로나·저탄소 정책이 만든 '인플레이션'의 역습
美 연준 '고용'에만 치중…AIT로 물가 후행 대응 후폭풍
호주 중앙은행, 저물가 때 쓰던 'YCC' 도입했으나 포기
팬데믹 이후 '양극화·저탄소' 대응에도 중앙은행 역할 요구
  • 등록 2022-01-11 오전 7:03:00

    수정 2022-01-11 오전 7:03: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경제위기의 ‘소방수’ 역할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말 바꾸기, 정책 실패’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돈을 풀었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위기와 재난지원금, 저탄소 정책 등 새로운 변수에 경제 성장을 위협할 괴물로 등장했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워본 적은 있지만 그 자체가 너무 오래된 일인 데다 과거 사고에 갇혀 인플레이션 자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시간을 꽤 흘려보냈다. 새롭게 무장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중앙은행의 과거 칼날이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출처: 한국은행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란 문구를 삭제했다. 대규모 재정 정책을 들고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부터 인플레이션 논란이 제기됐으나 1년 만에야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인 것이다.

연준이 2020년 8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한 데서 보듯이 인플레이션은 후행적으로 대응하고 ‘완전 고용’에만 더 치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사고가 관성화된 영향이다. 그러다 6%가 넘는 인플레이션에 호되게 당하며 정책 방향을 급하게 틀어야 했다. 이는 영란은행, 호주 중앙은행 등도 마찬가지다. 2020년 호주는 국고채 3년물 금리를 0.1%로 맞추는 수익률곡선제어(YCC)를 도입했는데 물가 급등에 금리가 1% 안팎으로 뛰자 YCC 자체를 포기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 자산가격 급등에만 혈안이 돼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면서 작년 10월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1%까지 치솟았다. 한은은 작년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연 1.00%로 높였는데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연 2.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했던 것이다. 한은은 그 뒤 속도조절에 나서긴 했지만 물가 상승까지 뒤따르면서 적정선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인지했다고 해도 인플레이션 괴물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코로나 확산과 상당 부분 얽혀 있는 터라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 등 기존의 정책 툴을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예측은 빗나갔고 중앙은행 인사들의 말은 바뀌었다. 기존 정책이 실패한 상황이라 물가의 방향과 이에 따른 대응이 흔들린다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과거의 ‘물가안정’ 등에서 벗어나 자산 양극화, 저탄소 정책 등에서도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에 둘러싸인 경제 환경이 안개속인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가야 할 길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패트릭 호노한은 2019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워킹 페이퍼에서 “중앙은행들이 부의 양극화, 기후변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재정이 이런 분야에서 좀 더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재정과 협력해서 통화정책도 갖고 있는 수단을 활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평균물가목표제(AIT·Averaged Inflation Target)= 과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 아래에서 움직였던 것을 고려해 일정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 2%를 상회하는 것을 허용해 물가상승률을 평균 2%로 맞추는 제도. 2020년 8월말 잭슨홀 미팅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도입한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수익률곡선제어(YCC·Yeild Curve Control)=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 금리의 상한과 하한을 국채 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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