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탈환이냐…국내외 담배업체, 이번엔 군납 전쟁

국방부, 내년도 군납 담배 품목 4개 신청 마감
KT&G·PM·BAT 등 국내외 주요 업체 각축전
  • 등록 2017-12-26 오전 6:00:00

    수정 2017-12-26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성기·함지현 기자] ‘이번엔 군납(軍納) 시장이다.’

최근 KT&G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국내외 담배회사들이 내년 군 마트(PX) 납품 담배 선정을 두고 다시 한 번 맞붙었다.

수성이냐 탈환이냐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마감한 국군복지단의 ‘2018년 일반담배 납품 품목 선정’ 입찰에는 국내 담배 시장 1위 업체인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 등 주요 외국계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군납 담배 시장은 국방부가 지난 2007년 공개 입찰로 전환한 이후 지난해 4월 처음으로 외국 담배 2종(필립모리스 ‘말보로 골드 오리지널’· JTI ‘메비우스 LSS 윈드블루’)이 새로 이름을 올리면서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군 복지단은 해마다 심사를 통해 PX 납품 제품 20여종 가운데 4∼5종의 담배를 탈락시키고 새로운 종류의 담배를 선정한다.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을 포함해 국내 제조 및 판매 제품만 신청할 수 있다.

이번에는 PX에서 판매되는 총 20종의 제품 중 판매가 저조해 퇴출이 결정된 4개를 새로 선정한다. 올해 퇴출된 4개 제품은 모두 KT&G의 브랜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배를 마셨던 BAT코리아가 군납 시장 진출에 성공할지, KT&G가 어느 정도 시장을 탈환할 지가 관심이다.

품목 선정은 기본적으로 서류심사(30점)와 심의위원 평가(70점), 이를 확인하는 현장실사를 거쳐 이뤄진다. 국방부 및 육·공군 장병(장교, 준·부사관, 병), 군무원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들은 △맛 △가격 △유사품 비교평가 △병영적합도 등 항목별 평가를 통해 고득점 품목을 선정한다. 지난해 항목별로 차등 적용했던 배점을 모두 10점으로 통일한 게 특징이다.

국내 재투자 및 사회 환원에 인색한 점 등을 이유로 지난해 국방부 장관조차 외산 담배 군납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어, 군 기여도나 사회공헌도 등이 선정 기준에 추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별도 항목에는 포함되지 않고 고용창출 우수, 모범 납세 등을 따져 최대 1.1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데 그쳤다.

업계는 현재 PX 납품 담배 시장 규모가 연간 1200억~1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외국 담배 2종이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35% 수준이다.

전체 담배 시장에 비하면 군납 시장이 그리 크지 않지만, 젊은 장병들이 많은 군대 특성상 충성도 높은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KT&G 위탁 생산 계약 기간이 끝나 국내 생산을 하지 않는 JTI를 제외하고 KT&G와 BAT코리아, 한국필립모리스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을 지키려는 KT&G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외국계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JTI, 자격 미달 신청 강행 ‘몽니’…잎담배 농가, “경작농가 파탄” 불만

외국계 업체들은 국방부 측의 국내 생산 제한 규정을 두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WTO 정부조달협정에도 모든 군수물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자국산 제품의 우선 구매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외국계 업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자국산 담배만 군납 담배로 지정하고 있다.

규정을 어겨 내년 3월 말까지 납품 및 판매금지 조치를 당한 JTI는 국방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물류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배송 실수인데 징계가 과도하다”는 게 이유다. 심사 결과는 이르면 연말이나 1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입찰에는 필리핀산 제품으로 다시 참여했다 서류심사 단계에서 ‘퇴짜’를 맞았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입찰 참여를 강행한 것 역시 정부 당국 조치에 발끈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JTI 측은 애초 입찰 자격 미달이란 점을 알면서도 “국방부 납품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항의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내법조차 업신여기는 오만방자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산 담배 납품을 두고 특히 국내 잎담배 생산 농가들의 반발이 심하다.

엽연초생산협동조합중앙회는 “국산 원료잎담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외국계 담배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국내 잎담배 경작농가를 파탄으로 모는 것”이라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으로 몰려가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 측에 따르면 담배산업 민영화 이후 잎담배 경작 면적이 2002년 2만 970ha에서 현재 3403ha로 무려 83.8%가 감소했다. 이에 비해 2000년 9.4%에 머물렀던 외국계 3사(PM, BAT, JTI) 담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올해 41.3%까지 증가했다.

조합 측 관계자는 “기호식품인 담배는 한번 입맛이 길들여지면 제대 이후까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잎담배 생산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역관계상 문호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국내 생산은 물론, 국산 잎담배를 사용한 제품만 납품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복지단은 이번 군납 담배 품목 선정 결과를 오는 28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