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경제학]①쌀보다 3배 비싼 햇반 불티…'편리함'을 사다

‘혼밥족’ 증가에 HMR 시장 4조 육박
음식물 보관, 처리 시간·비용↓ 장점
한끼상품, 비싸도 ‘편리함’에 잘 팔려
  • 등록 2019-03-27 오전 5:30:00

    수정 2019-03-27 오전 5:30:00

‘싱글슈머’ ‘편도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간편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젠 편의점에서도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닌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앱으로 주문해 먹는 새로운 형태의 배달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따라 가정간편식 사업에 집중하거나 제품 용량을 줄인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48년 만에 ‘야쿠르트 아줌마’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로 바꿨다. 유제품뿐만 아니라 반조리 제품 ‘밀키트(meal kit)’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이다. 제품 용량도 줄였다. 생수업계는 생수 용기를 들고 다니기 쉽도록 300㎖, 330㎖ 등 소용량 제품을 생산해 팔고 있다. [편집자주]


롯데슈퍼프리미엄 서초점의 ‘한끼밥상’ 매대에 당근을 소포장한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 신길동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 모(30)씨는 식료품을 고를 때면 ‘한 끼 제품’을 산다. 따로 손질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고 한 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원재료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도 간편하고 음식물쓰레기도 덜 나와 간편식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증가하면서 도시락이나 샐러드, 즉석밥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냉장고에 넣어 둔 갖가지 식재료를 꺼내 음식을 해먹기 보다는 필요할 때 소포장 식재료를 사 음식을 하거나 밀키트와 같이 반 조리 형태의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 증가 추이와 가정간편식(HMR) 시장 규모 (그래프=김정훈 기자)
26일 통계청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00년 전체 가구 중 15.5%(226만 가구)에서 2015년 27.2%(518만 가구)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600만 가구(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국내 HMR 시장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HMR 시장 규모는 19억4100만 달러(약 2조1900억원)로 2011년에 비해 2배가량 커졌다. 2023년에는 33억8000만 달러(약 3조8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은 별도로 손질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고 남은 음식의 처리나 보관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준다는 장점을 지니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햇반 등 한끼상품 가격 비교 (그래프=김정훈 기자)
가정간편식은 직접 원재료를 사서 해 먹는 것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식재료를 하나하나 손질하고 또 포장도 건건이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즉석밥과 직접 밥을 지어 먹는 것을 비교해 보면 이렇다. 쌀 1kg을 기준으로 즉석밥(210g) 9.5인분이 나온다. 즉석밥의 강자이자 원조인 CJ제일제당 ‘햇반’의 무게는 210g이다. 쌀 1kg과 햇반의 가격(롯데슈퍼 판매가 기준)은 각각 4500원과 1300원. 집에서 쌀 1kg을 사서 밥을 지어 먹으면 4500원에 9.5인분의 양이 나오지만 같은 가격으로 햇반을 사먹게 되면 4인분을 채우지 못한다.

햇반은 ‘간편함’을 무기로 작년 누적 판매량 25억 개를 돌파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600억원, 2017년 3200억원, 2018년 4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각각 23%, 28% 신장했다. 2006년 12월 첫 출시 이후 누적 매출로 보면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전체적인 즉석밥 시장규모도 커졌다. 2002년 278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5000억원을 넘겼다.

소포장 제품으로 가격이 훌쩍 뛴 건 즉석 밥뿐만 아니다. 채소, 과일, 축·수산 식품 등도 소포장해서 판다. 이를테면 양상추 한 포기가 아닌, 두세 잎을 먹기 좋게 잘라 보기 좋게 포장하는 식이다.
롯데슈퍼프리미엄 서초점의 ‘한끼밥상’ 매대. 각 종 채소류가 소포장 돼 있다.(사진=강신우 기자)
롯데슈퍼의 소포장 식품 브랜드 ‘한끼밥상’을 살펴보면 양상추 한 통(800g)을 사면 1790원이지만 한끼 제품인 양상추(100g)를 사면 1290원이다. 양상추 한 통을 사면 한끼 제품보다 8배 더 많이 먹을 수 있지만 가격은 28%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또 한끼 당근(180g)은 2990원으로 100g당 339원하는 일반 당근 900g을 살 수 있다. 한끼 당근 살 돈으로 5배 나 더 나가는 무게의 당근을 살 수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한끼 깐 마늘(70g)’은 1990원, 깐마늘(200g)은 3990원, 한끼 깐 양파(1개) 1490원, 양파 한 망(8개입) 2490원, 한끼 절단 무(250g) 990원, 무(1개) 1290원으로 일반 상품에 비해 한끼 상품의 가격이 최소 1.3배 이상 비싸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현재 한끼밥상 브랜드 제품 수는 점차 늘려 84개이고 1인 가구 증가와 소용량 패키지 상품이 잘 팔리는 트렌드에 맞춰 종류를 더욱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용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정보부 부장은 “앞으로 식품산업은 가격과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뛰어넘어 주관적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가심비’와 서비스 이용 과정을 더욱 간편하게 하는 ‘편의성’, 남과 다른 자신만의 외식 스타일을 추구하는 ‘차별화’ 등의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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