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역전세난’…2017년 공급대란 전조?

집주인들, 세입자 못 구해 전세가 낮춰
성동구 내달까지 4000가구 입주
왕십리 센트라스 전용84㎡ 석달새 1억 뚝
마포·서대문구 내년 초까지 2500가구 대기
2년 안에 전국 80만가구 입주폭탄
"전세로 잔금마련 못해 급매 쌓일수도"
  • 등록 2016-12-02 오전 5:30:00

    수정 2016-12-02 오전 8:12:18

△서울 곳곳에서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봇물을 이루면서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아파트 전셋값까지 하락하고 있다. 내년 초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아파트 전경.
[글·사진=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에서 지난해 초 공급된 ‘센트라스’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성영(가명·43) 씨. 요즘 입주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아파트 잔금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당초 투자 겸 임대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기 때문에 세를 놓을 생각이었지만 전셋값이 예상했던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잔금 마련하기가 빠듯해졌다. 그렇다고 대출을 받기에는 최근 갈수록 오르기만 하는 금리가 부담스럽다. 입주 날짜 안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연체이자까지 붙는 만큼 마음이 급해진 이씨는 중개를 의뢰한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들려 전셋값을 1000만원 내려서라도 계약을 성사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곳곳에서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해당 단지는 물론 인근 아파트 전셋값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한꺼번에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2014년부터 대규모로 공급된 아파트의 입주 시점이 내년부터 차례차례 도래하면서 이런 현상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갭(Gap) 투자자’에게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물량에 장사 없다”…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뚝’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센트라스 아파트는 입주 한 두달 전까지도 전용면적 84㎡가 6억원대에 전세 거래가 됐지만 지금은 5억원 초반에도 계약이 쉽지 않다. 옆 동네 같은 시기 입주에 나선 옥수동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 전세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도 7억 5000만원에서 6억 3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옥수동 한 공인중개사는 “성동구 일대에서 몇 년 전 분양했던 아파트 단지들이 잇달아 입주하면서 미니 신도시급 공급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센트라스만 해도 단지 규모가 1, 2차를 합해 2529가구이며 2000여가구에 달하는 e편한세상 옥수 파크힐스도 내년 1월까지 입주가 완료된다.

여기에 2012년과 2014년에 각각 입주한 옥수동 ‘래미안 옥수 리버젠’(1511가구)과 ‘왕십리 텐즈힐’(1148가구)의 전세 기간이 끝난 데다 내년 7월 입주히는 ‘왕십리 자이’(713가구) 아파트 주인들 역시 일찌감치 세입자 찾기에 나서면서 물량 공세에 가세했다. 하왕십리동 A공인 관계자는 “세입자를 못 구해 다급해진 집주인들이 경쟁적으로 전세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대기 수요층의 희망 가격과는 거리가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구 일대도 입주 아파트로 전세시장에 때 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애오개 아이파크’(125가구)와 ‘아현 아이파크’(497가구), ‘e편한세상 신촌’(1910가구) 등 신규 아파트가 내년 초 줄줄이 입주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형 전세금은 5억 8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7000만원 가량 내렸다. 새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인근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 84㎡형 전세금도 석달 새 1억원가량 내려 5억 5000만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내년부터 2년간 오피스텔 입주 물량도 10만실

문제는 내년부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과 2018년 전국 입주 물량은 각각 37만 3360가구, 39만 4568가구로 올해 입주 예정 물량(28만 4888가구)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내년에 2만 6543가구가 입주한다. 올해보다 3000여가구가 많다. 2018년에는 이 보다 많은 3만 1739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경기권 역시 올해 입주 물량이 8만 6397가구이지만 내년엔 12만 3133가구, 2018년에는 15만 967가구가 입주한다.

여기에 내년부터 준주택인 오피스텔 역시 입주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내년 4만 5448실, 2018년 5만 4223실로 2004년(9만 5652실) 이후 최대치다. 오피스텔은 임대차 시장에서 소형아파트와 경쟁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입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임대차시장이 가장 먼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만큼 보증금을 통해 대출 잔금을 내려고 하는 경우 자금 사정을 꼼꼼히 점검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역전세난으로 전세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새 아파트의 잔금 연체율 증가도 예상된다”며 “연체료 부담을 덜기 위해 급매물이 쌓일 경우 매맷값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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