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악을 울려라"…국회, 헝가리 참사 정국서 종일 운동회

행사 내내 트로트·최신 댄스곡으로 흥 돋워
행운상 명목, 수십만원 상품권 경품 배포도
국회 "비용 先지출, 업무 연속성 차원" 해명
내부서도 "꼭 해야했는지 의문, 부적절했다"
  • 등록 2019-06-07 오전 6:00:00

    수정 2019-06-07 오전 6:00:00

6일 오후 국회 정문 너머에 국회 본관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족구 하는 데 ‘만원 빵’(만원 판돈의 내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은 안 하시느냐.”·“백화점 상품권 남았는데 남길 순 없다. 응원전 한번 보겠다.”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 등 국회 관련 기관 직원들이 참석한 지난 5일 ‘국회 개원 71주년 기념 체육대회’에서 나온 사회자의 말들이다.

우리 국민이 탑승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에 범정부 차원 대응이 이뤄지는 와중에,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이후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일 업무시간 내내 부외 활동을 한 것도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국회 파행 중에 업무시간 내내 부외 활동

이번 체육대회는 소속 기관에 따라 도전과 열정·창의·비전 등 4개 팀으로 나뉘어 오전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진행됐다. 행사 종료 뒤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간단한 세면 등을 마친 뒤 그대로 퇴근한 직원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초 체육대회는 국회 개원 기념일인 지난달 31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헝가리 참사를 고려해 한 차례 연기됐다. 또 헝가리 사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묵념시간을 갖고 지나치게 요란한 식순은 행사에서 제외했다는 게 국회 측 설명이다.

하지만 연례행사도 아니고 지난 2016년에 이어 3년 만에 개최하는 체육대회를 굳이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행사 내내 트로트와 최신 댄스음악이 흘러나와 흥을 돋우고, 파도타기 등의 응원 유도가 계속된 점도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가 직원단합 명목이라지만 행운상 추첨으로 수십만원의 상품권을 나눠준 것도 국민 눈높이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번 체육대회에서는 닭싸움과 족구·피구·줄다리기·계주 등 모든 경기가 끝난 뒤 각 기관의 과 단위 추첨을 통해 최소 20만원에서 최대 70만원에 달하는 온누리 상품권을 경품으로 배포했다.

“이럴 때 축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국회 측은 이미 비용을 선(先)지불했고 지난주 헝가리 참사를 고려해 한 차례 행사를 연기한 상황에서 체육대회 진행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이벤트업체 측에서 사회를 맡아 헝가리 참사 분위기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미 비용이 지출된 상황이고 마냥 연기할 수가 없어서 예정대로 진행을 했다”며 “요란한 명랑운동회도 취소하고 응원도 간소화했다. 체육대회는 흐트러지게 노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업무의 연속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처에서도 행사를 열지 많이 고민했다”며 “국회에서 직접 사회를 봤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이벤트사 나름대로 매뉴얼이 있어서 대회진행을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내부에서도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한 국회 직원은 “시끄러운 음악이 계속 나오고 분위기가 ‘풍악을 울려라’ 수준이었다”며 “지금 이 시기에 꼭 체육대회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부적절했다”고 전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멀리 있는 헝가리 현지에서도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애도하는 분위기”라며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인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사였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국민 대표기관이 이럴 때 축제를 하고 상품권을 나눠준 건 부적절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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