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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옛 새누리당(당시 여당)의 당 대표(2014~2016년) 시절,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참 많이 했다. 당시 김 대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향해 “과감한 결단” “용감한 결단” 등의 표현을 썼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최고위원(2012~2014년)이었을 때 “기준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기준금리를 내려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자는 그 충정을 왜 모르겠냐만은, 어쨌든 이는 한은 금통위의 중립성 훼손 논란을 낳았다.
그 선봉에 섰던 게 당시 야당이다. 2015년 3월12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00%에서 1.75%로 전격 인하했을 때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김영록 전 의원은 이렇게 논평했다. “정부와 여당의 인하 압박은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흘렀고, 세상은 바뀌었다. ‘금리의 유혹’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본지 인터뷰를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 권력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세계 중앙은행의 중립성 투쟁의 역사까지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문재인정부는 김 전 의원이 2년 전 했던 공식 논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었으면 한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오른 이 정부 핵심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정치 과잉의 사회라고 하지만, 권력을 잡았다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관(觀)이 바뀌는 건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익명을 원한 한 국립대 교수는 “김 보좌관은 지금 교수가 아니다”면서 “정권 초 청와대 실세가 통화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유행어에 빚대자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적폐(積弊)가 아니라 기준금리에 개입하는 게 적폐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