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未生)맘 다이어리] 반짝거리는 저 아가씨가 우리 엄마다

  • 등록 2015-02-15 오전 9:00:00

    수정 2015-02-17 오전 8:09:52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엄마가 아닐 때는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어떤 옷이 더 잘 어울릴까 이 옷 저 옷 입어보기도 하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꼼꼼하게, 가장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나를 만들었다. 외출 전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며 ‘음..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느끼고 나서야 집을 나섰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던 시간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진건 없었다. 옆에서 빨리 준비하라고 재촉하는 존재가 생겨 귀가 좀 따가울 뿐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가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아이가 밖에 나가서도 불편한 점이 없게끔 준비하다보면 나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기의 웃는 모습은 정말 천사같다. 이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엄마는 고군분투한다.
가족이 다같이 외출하는 날은 전쟁이다. 1박2일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그 전날부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버둥거리는 애를 붙잡고 기저귀 채우고 옷을 입히고 나면 등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아기의 외출준비가 끝나면 이젠 가방 쌀 차례다. 기저귀와 물티슈 등 필수품부터 이유식, 우유, 간식 등 먹을거리, 여벌옷, 장난감 등을 챙기면 커다란 봇짐이 탄생한다.

그제서야 내 시간이다. 이미 체력은 바닥났고 남편은 재촉한다. 간신히 머리감고 꾸역꾸역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치장할 여유따위 이제 내겐 없다. 운동화에 화장기 없는 얼굴, 머리 질끈 묶고 기저귀가방을 둘러멘 난 영락없는 아줌마다. 나도 아직 긴머리를 휘날리며 하이힐 신을 수 있는데...마음만 간절할뿐 현실은 애 하나 챙기기도 버겁다.

50일 기념사진. 이때만 해도 엄마가 되는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복직한지 이제 넉 달이다. 미생맘 다이어리 1편에서 말했듯 아기만 돌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정말 행복했다. 옷도 잔뜩 샀다. 겉모습만이라도 다시 아가씨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아기 자는 시간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다 집에 가면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서너시간. 열심히 놀아주고 먹이고 재우다보면 어느새 나도 같이 잠들어버린다. 분명 머릿속으로는 새로산 옷을 입고 예전처럼 패션쇼 해야지 다짐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예전과는 다르다. 내 옷 사기 바빴던 내가 언제부턴가 딸래미 옷부터 고르고, 내 자식 배불리 먹는 모습만 봐도 정말 배가 불러온다. 주변에서 우리 딸 칭찬을 할때면 괜시리 어깨가 으쓱거리며 내 칭찬 들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

이렇게 점점 진짜 엄마가 돼가나보다. 나를 위해 썼던 에너지를 내 자식에게 나눠주며 나를 희생하는 것. 처음엔 그게 너무 싫고 억울하기만 했는데..나의 사랑과 희생을 먹고 자라난 자식을 보면 괜히 뿌듯하고 웃음이 난다. 현실은 쫓기듯 정신없고 팍팍하며 거울볼 시간도 없지만 말이다.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였겠지. 예쁘고 생기발랄한, 반짝거리는 저 아가씨가 바로 30년 전 우리 엄마였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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