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름 부을라… 용산개발 머뭇거리는 서울시

용산마스터플랜 발표 또 미뤄
지난주 용산 아파트값 0.82% 올라
강동구 이어 두번째…강남 3구 제쳐
이촌·한남동 3개월새 2억~3억 뛰어
겉으론 토지반환 항소심 결과 늦어져
실제론 집값 급등 우려해 연기한 듯
  • 등록 2018-02-12 오전 6:00:00

    수정 2018-02-12 오전 8:02:23

(그래프=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하늘로 승천하지 못하는 이무기가 될 것인가. 과거 영광을 넘어 강남을 대체하는 주택시장 대장주로 우뚝 설 것인가.’

올해 초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와 사업 주체인 코레일은 지난달에 국제업무지구를 포함한 용산역에서부터 인근 서울역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개발 밑그림이 그려진 ‘용산 마스터플랜’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가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표면적으로는 용산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연장 및 과거 사업 무산을 둘러싼 항소심 결과가 미뤄진 영향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과열된 서울 주택시장을 잡기 위해 거센 압박에 나선 가운데 서울시가 마스터플랜 공개에 따른 단기 집값 급등을 우려해 발표를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주택시장 과열에 발표 시기 고민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용산역세권 개발은 올 초 주택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013년 유동성 위기로 무산된 지 5년 만에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가 재가동한다는 기대감이 주택시장 전반에 높게 형성됐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 비용만 약 31조원으로 용산철도정비창 부지(44만2000㎡)와 서부이촌동 일대(12만4000㎡)를 관광·IT(정보기술)·문화·금융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용산역 일대와 남쪽 한강변, 북쪽으로는 서울역 일대를 아우르는 ‘용산 광역 중심 미래 비전 및 실현 전략 수립’(중구 봉래동·용산구 한강로 일대 약 349만㎡)이라는 연구용역을 미래E&D와 DA건축에 맡겨 지난해 말까지 결과를 받기로 했다. 다만 서울시는 개발 범위나 내용이 방대해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올 3월까지 3개월 가량 용역기간을 연장했다. 용산역세권 개발 시행사였던 ‘드림허브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코레일이 토지 반환 정산 문제를 다루는 항소심 결과도 당초 지난달 나올 예정이었지만 이달 23일로 두 차례나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가 늦어지는데는 최근 치솟고 있는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상호 협력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달 초 이례적으로 실국장급이 한 자리에 모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금 감독 강화 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정책협의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지속적인 상호협력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용산 일대 개발계획 발표는 자칫 최근 군불을 지피는 용산 집값에 불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 서울시 내부적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 용산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프=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개발 기대감에 용산 집값 ‘껑충’

서울시가 용산 마스터플랜 발표 시기를 고심할 정도로 용산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1월 29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52%포인트 오른 0.83%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래 최고치다. 이달 첫째 주(2월 5일 기준)에도 용산 아파트값은 0.82% 오르며 강동구에 이어 두번째로 상승률이 높았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재건축 규제 등으로 오름세가 주춤한 사이 집값 상승 불씨가 신흥 잠룡인 용산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용산역세권 개발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전용 114㎡은 시세가 16억원대로 이미 개발 붐이 일었던 2007년 최고점(17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촌동 S공인 관계자는 “정작 매수인이 나타나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물건 자체가 귀하다”며 “용산역 주변 한강로, 동부이촌동, 한남동 등 주요 아파트들도 최근 3개월 사이에 2억~3억원씩 올랐지만 매물이 씨가 말라 계약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용산역 일대에는 용산역 지하 고속철도(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선(송도~용산~마석), 신분당선 연장선(2022년 개통 예정), 지상철도(서울~용산~노량진역) 지하화 사업 등 대규모 교통망 개선 호재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미국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공원 개발 호재도 안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발 첫 단추인 용산 마스터플랜 계획 발표가 늦어지고 있어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용산역세권 개발은 사업 규모가 워낙 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최소 10~20년은 끌고 가는 장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추지 않은 투자자라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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