化들짝 핀 봄꽃에 춘심도 和르르

경기 광주 봄꽃 여행
곤지암 화담숲에서 산수유꽃·히어리·복수초 구경
사람박물관서 다양한 얼굴 감상도
  • 등록 2015-03-24 오전 6:42:00

    수정 2015-03-24 오전 7:27:26

화담숲에서 찾아낸 복수초와 산수유꽃, 히어리, 버들강아지꽃.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말 그대로 ‘성큼’이다. 봄바람이 남녘에서 KTX 고속열차를 탄 듯 빠르게 북상했다. 경기도 일대 봄꽃들은 봄소식을 전할 준비를 서두른다. 때마침 살랑이는 봄바람은 산과 들을 매만진다. 아직 단잠에 빠져 있는 봄꽃을 깨우기에 충분하다. 도로변 개나리와 산수유꽃은 노란 얼굴을 살짝 내밀고, 강변의 매화는 나뭇가지마다 힘을 줘 꽃봉오리를 발갛게 달군다. 양지바른 곳 일부 성급한 봄꽃들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꽃잎을 열고 은은한 봄향기를 내뿜는다. 남도에서 밀려드는 봄내음에 한달음에 달려간 곳은 경기도 한복판의 넓은 땅 광주. 광주는 봄마중하면 으레 생각나는 남도보다 가까워 부담도 덜하다. 다행히 차가 안 막히면 서울 도심에서 1시간 이내다. 게다가 남도보다 개화시기가 늦어 시간도 넉넉하다. 꽃구경 끝에 둘러볼 테마박물관도 많다. 자녀와 함께 떠나는 봄맞이 여행지로 제격이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에서 우연히 발견한 복수초. 수풀사이로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부끄러운 처녀의 붉은 얼굴과 같다.


◇곤지암 화담숲…때이른 봄향기 맡으며 화담(話談)을

성미 급한 봄꽃이 수도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경기 광주시의 곤지암 화담숲. 곤지암리조트 내 약 76만 330㎡(약 23만평) 면적에 지난해 조성한 생태수목원이다. 총 17개 테마원에 43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랜 동면을 끝내고 개장했다.

들머리부터 연둣빛 세상. 볕을 받은 여린 이파리들이 눈부시다. 마음까지 연둣빛으로 변하게 하는 봄의 ‘마력’이다. 수풀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꽃을 만났다. 다가가 들여다보니 복수초다. 볕 좋은 곳에 노란 복수초가 수줍게 꽃망울을 쳐들고 있다. 복수초는 설날 아침에 핀다고 해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서 꽃이 핀다 해 설연화(雪蓮花), 얼음 사이에서 핀다고 해 빙리화(氷里花)로 불린다. 복수초가 피어나면 주변의 눈이 녹아내린다고 해 눈색이꽃,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사실 이곳 봄꽃들도 정신없긴 마찬가지. 봄의 전령사인 복수초와 버들강아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아직은 이른 산수유꽃도 드문드문 얼굴을 내민다. 지난주 섭씨 20도를 오르내리는 이상기온 탓이다.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화담숲 탐방에 나선다. 첫걸음은 이끼원. 약 6611㎡(2000여평) 규모로 국내 최대다. 초록색 이끼 원시림을 만나볼 수 있는 곳. 자연형 계곡·폭포·이끼돌·이끼자연석·단풍나무·전나무 등이 가득하다. 조심스레 이끼원을 돌아 약속의 다리로 향한다. 나무데크로 길을 내 걷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나무데크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버들강아지는 살이 오동통하게 올라 뽀얀 뺨을 한껏 부풀렸다. 약속의 다리에선 화담숲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저마다 소원과 연인들의 믿음을 담은 열쇠들이 다리 난간에 줄에 매달려 있다.

산 정상과 이어진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정상까진 여러 테마원이 이어진다. 양치식물이 무성한 숲을 이루는 ‘양치식물원’을 비롯해 향기부터 다른 ‘매화원’, 자작나무 수백그루가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눈부심을 만들어내는 ‘자작나무숲’ 등 지루할 틈이 없다. 산책길 사이로는 이제 막 망울을 터트린 산수유꽃과 히어리가 반긴다.

산수유는 연초록의 잎새보다 노란 꽃망울을 먼저 터뜨려 춘정을 일깨우는 봄의 전령사. 노란색 꽃잎 5장이 아래를 향해 달리는 히어리는 때가 일렀는지 살짝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그윽하게 퍼진 향기에 마음이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그 뒤로 시원한 폭포와 멋진 소나무 분재가 어울린 ‘분재원’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 듯하다.

사람박물관 얼굴에 전시된 다양한 얼굴모양의 조각품. 연극연출가 김정옥 선생이 지난 40여년간 수집한 얼굴들이다.


◇각양각색의 얼굴이 주는 교훈 ‘사람박물관 얼굴’

‘사람박물관 얼굴’은 남종면 분원리에 있다. 이름처럼 ‘얼굴’이 테마다. 발을 들이면 눈이 먼저 놀란다. 사방천지가 얼굴이다. 문관석, 무관석, 동자석, 선비석 같은 돌사람(석인)은 뒤뜰에 섰다. 나무사람(목인), 도자인형, 가면, 초상화, 무속화, 얼굴사진 등은 전시실 실내에 놓이고 걸렸다.

얼굴마다 표정이 다채롭다. 어떤 것은 활짝 웃고, 어떤 것은 슬피 운다. 화가 치민 듯 험상궂은 얼굴, 무엇이 못마땅한지 잔뜩 찌푸린 얼굴도 있다. 아이의 얼굴은 천진난만하고, 여인의 얼굴은 요염하다. 괴이하게 생긴 것이 있고 절로 미소짓게 만드는 익살스러운 얼굴도 보인다. 얼굴마다 삶의 순간순간이 오롯이 담겼다.

연극연출가 김정옥(84) 선생이 지난 40여년간 수집한 얼굴들이다. 그는 1966년 한국의 대표적 극단인 자유를 창단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까지 지낸 대한민국 연극·예술계의 어른이다. 연극배우의 얼굴사진을 전시실 한쪽 벽을 채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극인이라면 얼굴표정에 집중되는 표현력에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하다. 얼굴수집에 보인 집착을 이해할 만하다.

찬찬히 얼굴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10여분만 쳐다보면 표정과 눈빛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 사람의 얼굴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 각인되나 보다. 희로애락의 순간, 누군가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퍼뜩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인가 보다. 가슴이 느끼면 여운이 오래간다.

박물관은 단출하다. 그러나 정갈하다. 전시실은 연극무대처럼 꾸몄다. 가운데 공간이 무대인 듯 보이고 계단이 객석처럼 보인다. 2층에 올라서면 무대가 내려다보인다. 수많은 얼굴들이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고 있는 듯하다.

마당 뒤뜰에는 관석헌이 자리 잡았다. 전남 강진에서 옮겨 온 한옥이다. ‘돌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여류화가 김승희 선생의 할아버지가 80여년 전 백두산 소나무로 지은 집이란다. 지인이나 박물관 회원은 관석헌을 빌릴 수 있다. 숙소로 괜찮고 조촐한 모임 갖기에도 제격이다. 툇마루에 앉으면 마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을 찾은 탐방객이 따스한 봄기운에 수줍게 노란 얼굴을 내민 산수유꽃을 바라보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산수유꽃은 연초록의 잎새보다 노란 꽃망울을 먼저 터뜨려 춘정을 일깨우는 봄의 전령사. 매화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다투며 핀다.


◇여행수첩

△가는길=<곤지암 화담숲> 중부고속도로→곤지암IC→3번국도 이천방향→곤지암교사거리→곤지암리조트→곤지암 화담숲/ <사람박물관얼굴> 중부고속도로→광주천진암IC→도마삼거리 우회전→퇴촌사거리에서 남종·분원 방면으로 좌회전→분원리에서 100m 직진→사람박물관
얼굴

△머물곳=가족끼리 묵기에는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1661-8787)가 단연 으뜸이다. 시설이 쾌적하고 산책로, 갤러리, 패밀리스파 등 리조트 내 즐길 거리도 많다.

△곤지암 화담숲=11월 말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매주 월요일 휴원, 성수기·공휴일 오픈)하고,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청소년·경로 7000원, 소인 6000원이다. 곤지암리조트 숙박객은 성인 8000원, 청소년·경로 6000원, 소인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모노레일 이용은 성인·청소년·경로 3000원, 소인 2000원이다. 26일까지 50% 할인한다. 031-8026-6666.

△사람박물관 얼굴=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단 수·목요일에 관람하려면 예약해야 한다. 월·화요일은 휴관이다. 031-765-3522.

지난해 봄꽃 흐드러지게 핀 곤지암 화담숲과 전동열차 전경. 화담숲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난 21일 개장했다. 총 17개 테마원에 4300여종의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나무데크사이로 다정하게 산책하고 있는 관람객


경기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에 조성된 수백그루의 자작나무.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눈부심을 만들어 내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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