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의 반란, 불황의 역설…"상품 소개, 뭣이중한디"

유통·외식업계 B급 감성 마케팅 줄이어
SSG닷컴 '쓱 광고'·롯데리아 '아재버거'
B급 마케팅 매출 도움되려면 균형 필요
  • 등록 2016-07-21 오전 6:00:00

    수정 2016-07-21 오전 6:00:00

롯데리아 ‘AZ버거’ 신규 광고 (사진=롯데리아 제공)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배우 이진욱이 고급 세단 승용차를 운전하며 등장한다. 차 안에서 햄버거를 들고 “클래스가 다른거지”라고 말한다. 곧 이어 “촉촉하게 ‘한단’, 정통으로 ‘두단’, 풍미로 ‘세단’, 럭셔리 세단 버거 ‘AZ버거’(아재버거)”라는 내레이션이 흘러 나온다.

롯데리아가 지난 1일 출시한 아재버거 광고다. 아재버거라는 햄버거 이름처럼 한단·두단·세단으로 운율 맞춰 말장난을 좋아하는 이른바 ‘아재(아저씨의 낮춤말) 감성’을 더했다. 제품 설명에 충실하고 멋진 장면들만 담은 A급 광고와 달리 개성있는 B급 광고의 전형적인 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B급 감성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설명하기 보다 우선 소비자의 이목을 이끄는데 집중하고 있다.

B급 감성 물씬…제품 안 나와도 뇌리엔 쏙쏙

SSG닷컴은 올초 배우 공유와 공효진을 앞세워 ‘쓱’ 광고를 선보였다. SSG를 소리나는대로 읽은 ‘쓱’이라는 단어를 이용해 ‘코트 하나 쓱 해야겠어요’, ‘김치도 쓱 해요’, ‘마음에 쓱 들어’ 등의 대사로 광고를 꾸몄다. SSG닷컴에 대한 설명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SSG닷컴 ‘쓱’ 광고 (사진=SSG닷컴 제공)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쓱 광고가 화제가 되는가 하면 쓱 광고를 패러디한 각종 영상물도 등장했다.

버거킹은 배우 이정재를 앞세워 아재 감성을 살린 ‘통새우 와퍼’ 광고를 선보였다.

이정재는 비 오는 어두운 날 차 안에서 무언가를 보고 놀란 듯 운전기사에게 “세우라고 세우라니까”라고 다급히 외친다. 급정거한 차량 앞으로 ‘새우’들이 유유히 길을 건넌다. 멈춘다는 의미의 ‘세우다’와 제품의 재료인 ‘새우’ 의 유사한 발음을 활용한 유머다.

아예 광고에 제품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한항공(003490)의 ‘어디까지 가봤니’, ‘게스트하우스’ 광고에는 항공기나 기내 서비스에 대한 설명은 한 컷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여행 목적지에 대한 설명만 흘러나온다. 여행 광고인지 항공사 광고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배달앱 ‘배달의민족’과 부동산 정보앱 ‘직방’도 직접 앱 실행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로 자연스럽게 제품의 특성을 설명하는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B급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업체들 간 제품이나 서비스 질의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소비자는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과정 자체도 소비한다. 그 중에서도 B급 마케팅에 특히 열광하는 이유는 장기 불황으로 웃을 일이 줄어든 팍팍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SSG닷컴의 쓱을 만든 황보현 HS애드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지난 2월 인터뷰에서 “요즘 광고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정보) 보다 임프레션(Impression·감명)이 중요하다”며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시대다. 제품에 쓰인 성분, 가격 등을 일일이 광고에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B급 감성 매출로도 직결…제품 품질은 필수

B급 마케팅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가파른 매출 성장세로도 이어지고 있다. 20일 SSG닷컴에 따르면 올 상반기 SSG닷컴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백화점을 연계한 SSG닷컴이 통합 오픈한 이후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이번 쓱 광고는 SSG의 초성인 ‘ㅅㅅㄱ’를 이용한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상품의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B급 마케팅이라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광고나 마케팅만 뇌리에 남고 제품 매출은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롯데리아의 ‘크랩버거’다. 2002년 선보인 ‘크랩버거’ TV광고 대사인 ‘니들이 게맛을 알아’는 14년이 지난 지금도 소비자들의 뇌리 속에 박혀 있다.

배우 신구가 등장하는 크랩버거 선전은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이후 크랩버거 광고 카피를 따라한 ‘니들이 ○○○을 알아’라는 광고와 마케팅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2016년에도 리메이크 광고가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시도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반 버거보다 50% 비싼 가격에 맛은 기존 새우버거나 생선버거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리아가 ‘제2의 한우버거’를 기대하고 내놓은 크랩버거는 1년 만에 단종됐다.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 (사진=롯데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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