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무기]세월호 구조 못한 통영함, '비리·무능' 오명 벗는다

신형 구조함 통영함, 방산비리로 성능 미달 장비 탑재
해군 인수 지연, 세월호 구조 현장 출동 못해
해군 "통영함, 세월호 현장 갔어도 임무 제한적"
문제된 수중무인탐사기 전력화, 선체고정음탐기는 아직
  • 등록 2017-02-26 오전 8:00:00

    수정 2017-02-26 오전 8:00:00

이무기는 상상 속 동물이다. 이무기는 천 년을 물속에서 살며 기다리다 때를 만나면 천둥·번개와 함께 승천해 용(龍)이 된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50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용이 된 이무기’ 국산무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해군의 통영함은 아픔이 많은 함정이다. 방산비리로 성능 미달의 장비를 탑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실전 배치 시기도 지연됐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현장에 출동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통영함은 무능과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통영함 항진 모습 [사진=뉴시스]
진해에서 백령도까지 하루만에, 軍 구조능력↑

우리 군은 수상함 구조와 예인 임무를 수행하던 구형 구조함이 퇴역함에 따라 1996년 미 해군이 사용하던 구조함 2척을 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들이 평택함과 광양함이다.

하지만 이들 구조선은 1970년대에 건조돼 이미 낡은 상태였다. 특히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 구조작전에 투입됐지만 항속이 느리고 수중탐지장비가 없어 효과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이지 못했다. 이에 우리 군은 이들 2척의 수상함 구조함을 대체하기 위한 신형 구조함 사업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042660)에서 건조를 시작한 국산 수상함 구조함이 통영함이다.

수상함 구조함은 고장으로 움직일 수 없거나 좌초된 함정을 예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침몰된 함정과 항공기를 탐색하거나 인양하는 것도 구조함의 역할이다.

통영함은 전장 107m, 전폭 16.8m, 경하톤수 3500톤급으로 기존 수상함 구조함 보다 몸집을 키웠다. 최대 속력이 시속 38km로 이전보다 신속하게 구조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백령도 인근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모항인 진해를 기준으로 기존 수상함 구조함이 2일 걸리는 반면, 통영함은 하루 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통영함의 구조 능력 역시 기존 대비 크게 향상됐다.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을 직접 인양할 수 있으며 대형수송함인 독도함도 예인할 수 있다. 또 선체고정음탐기 및 사이드스캔소나와 최대 수중 3000m까지 탐색할 수 있는 수중무인탐사기를 탑재해 탐색 능력 역시 갖추고 있다.

파도·조류·바람의 영향으로부터 함정의 위치를 자동으로 보정해주는 자동 함위 유지장치도 있어 안정적으로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군의관 포함 최대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치료 챔버와 중형 헬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비행갑판도 있어 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이송이 가능하다.

통영함 모습 [사진=뉴시스]
통영함 논란의 시작과 끝, 선체고정음탐기·수중무인탐사기

통영함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세월호 참사 당시다. 구조함인 통영함이 세월호 구조 현장에 투입되지 못한 이유가 선체고정음탐기(HMS)와 수중무인탐사기(ROV)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만일 두 장비에 문제가 없어 통영함이 세월호 구조 현장에 투입됐다면 실종자 수색에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국민들은 마치 세월호 구조에 있어 통영함을 ‘구세주’ 처럼 인식하게 됐다.

선체고정음탐기, 일명 ‘소나’는 수중의 물체를 탐지하는 함정 장비다. 소리를 발신하는 음탐기를 비롯해 소리를 수신하고 분석하는 장치, 데이터베이스 장치, 조작 장치 등이 포함된다. 수중무인탐사기는 수중 3000m까지 광학·초음파 영상 촬영을 할 수 있으며 250㎏의 물체를 인양한다. 수중무인탐사기가 ‘무인잠수정’으로 불리는 이유다.

통영함은 2011년 9월 진수된 이후 2013년 10월 해군에 인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체고정음탐기와 수중무인탐사기에 문제가 있어 전력화 시기가 지연됐다. 시험평가 당시 해군이 요구했던 기준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시험평가에서 선체고정음탐기는 수중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탐지하지 못했다. 수중무인탐사기 역시 부착된 초음파 카메라가 수중 물체의 형상을 명확히 식별하지 못했다. 성능 보완을 위해 통영함 인수 시기가 2014년으로 넘어갔다. 그러던 중 해군에 인수되기 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통영함에 탑재된 수중무인탐사기(ROV) 모습. 로봇팔 2개와 카메라 9대, 절단기 등을 갖추고 있다. [사진=해군]
활용성 낮아 세월호 현장 투입 안해

우리 군은 비상사태임을 감안해 아직 전력화 전인 통영함을 세월호 구조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 1차장이 해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으로 관련 부대와 기관에 통영함 투입 준비를 지시했다. 해군이 통영함의 현장 투입을 고려한 것은 구조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사들을 위한 감압 챔버의 필요성 때문이었다.

감압 챔버는 일명 ‘잠수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다. 물속 깊이 잠수했다가 감압(주변의 압력이 감소하는 현상) 없이 급격히 상승할 때 기압차 때문에 발생하는 병이다. 감압 챔버는 압력을 서서히 낮춰 잠수사 체내에 남아있던 질소가 체외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장비다.

당시 세월호 구조 현장에는 이미 청해진함에 3개, 평택함에 1개, 다도해함에 1개 등 5개의 챔버가 있었다. 만약 3개의 챔버를 보유하고 있는 청해진함에 문제가 생기면 잠수사들의 잠수병 치료를 할 수 없어 통영함 투입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함정들은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게다가 통영함은 승조원 임무수행 훈련 등 전력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무리하게 구조현장에 투입할 경우 장비 작동이나 항해 안전사고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해군은 통영함을 구조 현장에 투입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해군 관계자는 “이미 세월호의 침몰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선체고정음탐기는 필요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수중무인탐사기로 세월호 선체 세부 모습과 실종자 외부 탐색 등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사고 해역의 강한 조류와 수중 시계 불량으로 임무 수행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입항하고 있는 통영함 모습 [사진=해군]
통영함 2015년 전력화, 임무 수행 중

통영함은 선체고정음탐기와 수중무인탐사기에 문제가 있었지만 2015년 해군에 실전배치됐다. 노후화 한 구조함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두 장비를 빼고 임무를 수행토록 한 것이다. 통영함의 선체고정음탐기는 아직 장착되지 않았지만 수중무인탐사기는 탑재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2월 북한이 쏘아올린 장거리 로켓(미사일) 추진체의 잔해물 탐색과 인양에 통영함이 큰 역할을 했다. 당시 통영함은 사이드스캔 소나로 바다에 잠긴 잔해를 탐지하고 수중무인탐사기를 해저로 내려 보냈다. 이 수중무인탐사기는 1·2단 추진체 연결부로 추정되는 잔해를 수심 80m에서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통영함은 지난 해 9월 한미 연합훈련 중 동해에 추락한 링스 해상작전헬기의 동체 인양 임무도 수행했다. 당시 인양 작업은 통영함에서 인양 줄을 수심 1030m까지 내려 동체를 끌어올렸는데 수중무인탐사기가 인양 줄을 동체에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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