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찬가지로
|
◇아마존 ‘에코’ 3000만대나 팔리며 시장 개척
전 세계 디지털 기기의 트렌드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라는 행사가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서 3년 전부터 등장한 새로운 기기가 드론, VR, 로봇, 전기차와 함께 AI 스피커다. AI 스피커는 오디오 기기에 연결해 음악만 재생하던 스피커가 인터넷으로 연결돼, 스피커에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대화를 하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음성 기반으로 마치 대화를 하는 것처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작 방식은 이미 20년 전 휴대폰에도 있었다.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면 다이얼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바로 상대방에게 전화가 걸리는 음성 다이얼 기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음성 인식률이 떨어지고 전화걸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널리 이용되지는 않았다. 이후 2011년에 애플은 아이폰 4s에 시리(Siri), 2012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4.1에 구글 나우(Google Now)라는 음성 기반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선보여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미 화면을 터치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손가락 인터페이스가 있는데 굳이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해야할 만큼 모바일에 음성 인터페이스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AI 스피커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일등공신은 아마존이 2015년에 출시한 ‘에코(Echo)’라는 스피커 덕분이다. 에코는 알렉사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에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알렉사(Alexa)’라고 부르면 스피커는 깨어난다. 알렉사에게 필요로 하는 것, 알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대화하듯 물어보면 답을 준다. 굳이 웹에서 검색하던 것처럼 검색어를 생각하고 글자를 써 넣은 뒤 나타난 수많은 하이퍼링크의 결과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지 않아도 된다. 즉시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준다. 비서나 집사에게 말하듯 알렉사에게 요구하면 된다.
|
◇때론 친구처럼, 때론 집사처럼 모든 일 처리
알렉사는 음성을 이용해 대화하듯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넘어 수많은 사물 인터넷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구글,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브랜드, 홈페이지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없고 외면할 수 있는 것처럼 알렉사에 연결되지 않은 사물과 서비스는 소비자와 만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비서 플랫폼의 위력이다.
이런 음성 인공지능 비서는 하나면 족하다. 인터넷 검색하면 구글, 네이버를 가장 먼저 떠올리듯이 사람들이 사용하는 음성비서 역시 한 두개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국내에는 SKT,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등의 인터넷 기업과 제조업체, 통신업체들이 산업의 구분을 가리지 않고 이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컴퓨터-웹, 스마트폰-모바일에 이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열어줄 사물인터넷-인공지능이라는 ICT 플랫폼의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가능성을 기회로 만드느냐, 위기로 만드느냐는 지금 우리의 대응책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