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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한 성품에 추진력 갖춘 전략·기획 전문가
차기 경찰청장에 내정된 민 후보자는 말수가 적다. 공식 석상은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준비한 발언 외에는 말을 아낀다. 반면 업무 스타일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경찰 내 현안이 생기면 마음에 들 때까지 보고를 받고 아이디어를 낸다.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 부하 직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경찰 내 대표적인 ‘외유내강형’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전남 영암 출신인 민 후보자는 신북고와 경찰대 4기를 졸업한 1988년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치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조직 내 전략·기획통으로 꼽힌다. 이례적으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경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이 분야 전문가인 민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와 관계도 두텁다. 민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을 지내며 당시 경찰청 혁신기획단 외부위원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민 후보자는 경찰개혁에 대해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해 말 경찰청 차장 취임식에서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찰과 시민 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로버트 필 경의 ‘9가지 경찰 원칙’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민 후보자는 지난 15일 자신의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안을 심의한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이 원칙을 재인용했다. 그는 “평소 ‘경찰은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생각으로 경찰 생활을 했다. 경찰과 시민이 서로 신뢰하는 공동체 속에서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경찰의 신성한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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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민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는 “일 처리가 확실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강신명(경찰대 2기) 청장 이후 두 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라는 점과 문무일 총장과 함께 검·경 총수가 모두 호남 출신이라는 흔치 않은 구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순경공채로 입직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 청장을 바라보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경찰서장 시절 부하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 것으로 유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장직에서도 그 부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찰위원회 만장일치로 후보자 신분을 확정한 민 후보자는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는다. 경찰은 민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을 비롯해 학력·경력사항, 재산, 범죄경력 등 관련 문서를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인사청문회는 최대 3일간 열린다. 국회가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임명할 수 있다.
민 후보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김대중 정부가 임명한 이무영 청장(1999년 11월 15일~2001년 11월 9일) 이후 17년 만에 호남 출신 경찰청장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